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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행복한 책 읽기

“아이에게 책 읽는 재미 일깨워주기”

독서교육 전문가 오혜자 초롱이네도서관장

기획·송화선 기자 / 글·안소희‘자유기고가’ / 사진·조세일‘프리랜서’

2007. 07. 13

‘BK(Book Kids)07 이동북페어’가 열린 날,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독서교육 전문가 오혜자씨가 진행한 ‘아이와 함께하는 책 읽기’ 강연이 화제를 모았다. 지난 99년부터 청주 초롱이네도서관 관장으로 활동 중인 그가 아이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일깨워주기 위해 엄마들이 꼭 알아야 할 규칙들을 들려줬다.

“아이에게 책 읽는 재미 일깨워주기”

“아이가 책 읽는 과정을 살펴보면 어른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부분이 없습니다. 책을 만드는 작가와 편집자, 발행인, 유통인, 서점운영자와 책을 사주는 엄마까지, 모두 ‘어른’들이니까요. 아이에게 좋은 책을 읽게 하려면 이 모든 사람의 역할이 다 중요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이는 바로 엄마예요. 그런데 그동안 엄마들이 의욕만 앞서서 오히려 아이를 책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만드는 경우를 많이 봤죠.”
청주 초롱이네도서관 오혜자 관장(43)은 아이의 독서교육을 책임지는 엄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입을 열었다. 오 관장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로 지난 99년 자신의 집을 동네 도서관으로 개방하며 독서운동을 시작한 인물. 이듬해 그가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책 읽기의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청주 원봉초등학교 옆 3층짜리 통나무집을 사들여 직접 개관한 ‘초롱이네 도서관’은 현재 5천5백여 권의 책과 6백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지역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오 관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제정한 독서진흥상을 받기도 했다.
“시작은 단순했어요. 우리 아이를 비롯해 모든 아이들의 마음 안에 있는 문화와 지식에 대한 욕구를 마음껏 채워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저희 식구가 살고 있는 3층을 제외하고는 건물 전체를 아이들이 책을 읽고 갖가지 체험을 하며 뛰어놀 수 있는 도서관과 문화공간으로 꾸몄어요.”
그가 이 공간에서 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책 읽기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려주는 것. 그는 이것이 흔히 말하는 ‘독서 지도’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책 읽기는 아이 스스로 만드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그런데 요즘엔 독서가 학습능력 향상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 걱정스러워요. 책 읽기가 중요하다고 하면 엄마들은 일단 아이를 독서클럽에 가입시켜 독서를 배우게 만들고,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하면 논술학원에 등록시키려 하죠. 저는 그런 태도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는 아이가 책을 통해 부모와 소통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그 안에서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도록 작은 ‘훈수’를 두는 정도에 머물러야 해요.”

“억지로 책을 읽히는 것보다 아이가 책과 친해지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오 관장은 아이가 ‘행복한 책 읽기’를 배우도록 하기 위해 엄마가 꼭 실천해야 할 규칙을 만들었다. 그가 제안하는 규칙의 첫 단계는 ‘읽어주기, 이야기하기’. 오 관장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과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별개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는 상상력을 키워갑니다. 그리고 그 넓어진 상상의 공간은 책 읽기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죠. 그러므로 아이가 어릴 때 많은 책을 읽어주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아이에게 일생에서 가장 귀한 선물을 주는 거예요.”
오 관장은 책을 읽어줄 때는 아이 혼자만을 대상으로 하지 말고 여럿을 모아 하는 게 더 좋다고 조언했다. 반찬이 별로 없어도 여럿이 어울려 먹으면 맛있는 것처럼, 사소한 이야기라도 함께 모여 들으면 훨씬 재밌고 색다르게 들린다는 것.

“아이에게 책 읽는 재미 일깨워주기”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주고 책 읽는 공간을 마련해주면 아이가 저절로 책을 좋아하게 된다고 말하는 오혜자 관장.


“한 번이라도 이런 경험을 해본 엄마라면 제 조언을 이해할 거예요. 여러 아이들이 있는 자리에서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의 머리 위로 커다란 상상의 공간이 펼쳐지는 게 보입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또렷한 눈망울로 엄마를 바라보며, 숨죽이고 귀를 세운 채 이야기를 듣는 모습은 얼마나 보기 좋은지 몰라요(웃음).”
아이를 ‘행복한 책 읽기’로 안내하는 두 번째 단계는 ‘책 읽는 공간을 마련해주기’. 오 관장은 “집 안에 책을 가까이 할 수 있게 개인적인 공간을 마련해주고, 나아가 다른 사람을 만나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사회적인 공간인 도서관에 다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다양한 사람을 연결하고, 과거와 미래,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곳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도서관에서 도무지 책을 읽는 것 같지 않는다 해도 금방 발길을 돌려서는 안 돼요. 꾸준히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서 ‘노는 것’이 중요하죠.”
오 관장이 소개하는 ‘행복한 책 읽기’의 마지막 단계는 ‘책 속에서 뒹굴뒹굴, 책 밖에서 와글와글’. 책을 정숙하고 반듯하게 읽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바른 자세로 앉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책을 읽는 것도 좋죠. 하지만 아이들이 책장에 기대앉거나 바닥에 엎드린 채로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잖아요. 전 책 읽기의 시작은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고 뒹굴거리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흙 놀이를 하다가 다시 들어와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롭게 책을 대하는 게 좋아요.”
‘책 밖에서 와글와글’은 책을 바탕에 둔 다양한 활동을 같이하는 것을 표현한 말. 책 속 등장인물을 본떠 만든 인형을 갖고 놀거나, 책 이야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는 등 여러 모습으로 책을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책과 친해진다는 조언이다.
엄마들 고민 말끔 해결! 오혜자 관장과 함께한 독서 Q&A
▼ 전문가들은 어린이 도서 전집을 권하지 않는다는데 전집을 읽히는 게 안 좋은 건가요?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각기 고유한 성격이 있는 것처럼 책도 자신의 성격이 드러나는 게 자연스럽죠.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은 똑같은 판형의 그림책 전집은 신기할 만큼 기억에 남지 않아요. 물론 요즘에는 다양하고 알찬 형식의 전집들이 많이 나오고 있죠. 제 생각엔 모든 전집이 문제라기보다는, 할인서점에서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수십 권 묶음 전집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책을 아이에게 선물하는 건, 부모가 미처 다 주지 못하는 정신과 마음의 양식을 손쉽게(?) 전달하려는 욕심은 아닌지 먼저 생각해보세요. 과연 50권의 책이 눈앞에 쌓여 있고 그 책을 다 읽기를 기대하며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부모가 옆에 있는데 기쁘게 책을 읽을 아이가 과연 있을까요? 저는 처음엔 다소 오래 걸리는 듯 보일지라도, 아이가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어할 때까지 기다리며 책을 사주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 아이가 책은 읽지 않고 뛰어놀기만 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뛰어놀기 좋아하는 아이에게 ‘이제부터 놀지 말고 책만 읽어라’고 하면 당연히 아이는 책을 읽지 않습니다. 실컷 논 다음에 조금만 책을 읽으라고 타협점을 제시해보세요. 또 아이가 책을 좋아하지 않으면 다른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살피는 게 좋습니다. 흔히 게임이나 TV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정말 아이가 그것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그저 습관적이거나 혹은 중독적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잘 살펴서, 그에 맞는 책 읽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 만화책만 읽으려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화책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예전엔 만화라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엔 그런 인식이 많이 사라졌고, 동시에 풍부한 상상력을 담은 만화들도 많이 나오고 있죠. 아이가 ‘만화’라는 매체를 좋아한다면 그걸 무조건 막지 말고 좋은 만화책을 권해주세요. 엄마도 함께 만화책을 읽으며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 어떤 책이 아이에게 권할 만한 좋은 책인지 잘 모르겠어요.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이면 좋은 책입니다. 책의 그림과 글을 찬찬히 살피며 읽어보세요. 그러면 스스로 깨닫게 될 겁니다. 엄마가 먼저 꼼꼼하게 책을 읽은 뒤 아이에게 다시 읽어주는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책을 보는 안목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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