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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Art & Culture

대하소설 ‘토지’ 만화로 펴낸 만화가 오세영

글·김수정 기자 / 사진·현일수‘프리랜서’

2007. 07. 12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가 만화로 그려졌다. 4년간의 작업 끝에 1부 7권을 펴낸 이는 한국 사실주의 만화계를 대표하는 작가 오세영씨. “20대에 처음 ‘토지’를 읽고 언젠가는 만화로 그리겠다는 꿈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는 그로부터 ‘토지’를 그린 각별한 의미와 만화가로서의 삶을 들었다.

대하소설 ‘토지’ 만화로 펴낸 만화가 오세영

대하소설 ‘토지’를 서른 번 넘게 읽었다는 오세영씨. 그는 지금 2부 스케치 작업을 하고 있다.


‘토지’는 경남 하동 평사리를 무대로 대지주 최참판 가문의 4대에 걸친 비극과 평사리 농민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이다. 26년간의 창작기간을 걸쳐 5부 16권으로 완간된 이 소설은 7백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방대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터라 실제로 이 책을 완독한 이는 많지 않다.
이번에 만화로 새롭게 태어난 ‘토지’는 오세영씨가 4년에 걸쳐 완성한 결과물이다. “20대 때 ‘토지’를 읽고 30여 년간 가슴에 품었다”는 그는 2004년부터 만화 작업에 들어가 현재 1부 7권을 완성했고, 현재는 2부 스케치 작업 중이다.
그의 작업실 한쪽 벽면에는 서희, 길상이를 포함한 ‘토지’의 주요인물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는 서른 번 넘게 읽었다는 손때 묻은 소설책 ‘토지’가 여러 권 겹쳐 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부터 머릿속에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림으로 떠올랐어요. 언젠가는 만화로 남겨보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졌고, 때마침 출판사에서 제의가 들어와 망설임 없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만화를 통해 많은 사람이 ‘토지’를 쉽게 읽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어요.”
그는 ‘토지’를 그리기 위해 섬진강과 평사리 마을을 수차례 다녀온 것은 물론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토지문학공원을 종종 방문해 자료를 조사했다. 최근 만화를 완성한 뒤 그곳에서 가졌던 박경리 작가와의 만남은 특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고.
“박 선생이 ‘이야기 구조가 복잡해서 만만치 않았을 텐데 수고했다’면서 손을 잡아주셨어요. 선생이 머릿속에 그려뒀던 인물의 모습이나 집 구조가 제가 표현한 것과 매우 흡사하다고 해 다행이다 싶었죠.”
올가을까지 2부를, 내년 말까지 5부를 최종 완성할 계획이라는 그는 “만화 ‘토지’의 주 독자층은 성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른들은 지적인 웃음과 감동을 주는 만화를 읽습니다. 저는 문학에 만화의 옷을 입힌 ‘토지’를 통해 삶의 진리와 감동을 표현하고 싶어요.”

문학에 만화의 옷 입힌 ‘토지’ 통해 삶의 진리와 감동 표현하고 싶어
오세영씨는 만화 마니아들에게는 이름이 꽤 알려져 있는 중견 만화가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독학으로 만화를 공부해 서른이 넘어 데뷔한 늦깎이 만화가다.
그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빈부격차를 정면으로 부각시킨 ‘부자의 그림일기’가 소외계층이나 빈민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호평을 받으면서부터다. 이후 그는 99년 대한민국만화대상을 수상하면서 유명 작가로 발돋움했다.
그는 주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화를 그린다. 만화는 이야기가 들어 있는 회화여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탄탄한 내용에 만화적 기법을 가미해 독자에게 만족감을 주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는 두 해째 경기도 안성의 한 농촌마을에서 밭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오래전부터 농촌에서 살기를 원했던 그는 ‘토지’를 그리면서 그 바람이 더 간절해져 보금자리를 틀게 됐다고 한다. ‘토지’를 완성할 쯤엔 밭을 더 늘려 자신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다는 그는 큰 밀짚모자를 쓴 채 시골길을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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