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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날씨처럼 유쾌한 MBC 기상캐스터 현인아

기획·김유림 기자 / 글·백경선‘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밀키 스튜디오 제공 || ■ 장소협찬·홍대 알라또레

입력 2007.06.22 11:50:00

올해로 경력 11년째에 접어든 기상캐스터 현인아. MBC 기상캐스터로는 처음으로 임신한 몸으로 방송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던 그에게 결혼 5년 만에 얻은 딸 키우는 이야기와 결혼생활에 대해 들었다.
화창한 날씨처럼 유쾌한 MBC 기상캐스터 현인아

“낮에 비가 와서 오늘 너무 바빴어요. 다행히 비가 잠시 오다 그쳐서 인터뷰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네요.”
비온 뒤 하늘처럼 청량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MBC 기상캐스터 현인아(33). 현재 MBC ‘5시 뉴스’에서 날씨정보를 맡고 있는 그는 올해로 경력 11년째에 접어든 MBC 최고참 기상캐스터다. 하지만 그도 비가 오면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 한다. 낮에 잠깐 내린 비 때문에 연이어 항의전화를 받았다고.
“예전에는 항의전화 받으면 같이 언성을 높이면서 싸웠어요(웃음). ‘너 때문에 새로 산 옷 버렸다. 옷값 물어내라’고 어깃장을 놓거나 심지어 욕설을 퍼붓는 사람도 있거든요. 하지만 10년 넘게 이 일을 하다 보니까 이제는 웬만한 일은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겼어요.”
그의 성격이 부드러워진 것은 비단 11년의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2005년 8월 딸 을 낳은 그는 다혈질(?)에 칼 같던 성격이 아이 키우면서 많이 둥글둥글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임신 5개월이 될 때까지 회사에 임신 사실을 얘기하지 못한 채 마음고생을 했다. 그동안 MBC 기상캐스터 중 임신한 몸으로 방송을 진행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눈치가 보였던 것. 그가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여자 기상캐스터들이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여자동료들을 보면서 ‘1년 이상은 버티자’고 이를 악물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결심은 ‘결혼해서도 하자’ ‘아이 낳고도 하자’로 점점 바뀌어갔다고.

“방송국에 전화 걸어 애정공세 펼친 남편과 토네이도에 휩쓸리듯 순식간에 결혼했어요”
화창한 날씨처럼 유쾌한 MBC 기상캐스터 현인아

그는 지난 2000년 겨울 자신의 열혈 팬이던 외과의사 한구용씨(38)와 결혼했다. 99년 겨울 강원도에서 군의관으로 복무 중이던 한씨는 동상에 걸려 의무실을 찾는 군인들이 많아지자 비상약을 준비하기 위해 날씨를 체크하다 뉴스에서 그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결국 MBC 기상팀에 전화를 걸어 그를 찾은 한씨는 이듬해 봄 서울 근교로 근무지가 바뀌자 그에게 더욱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퍼부었다.
“주로 꽃이며 초콜릿 같은 선물을 받았어요. 매번 다른 종류의 선물을 다른 방법으로 보내왔는데, 미국에서 온 것도 있었어요. 나중에 물어보니까 자신 말고도 선물을 보내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기억에 남는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그랬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는 처음에는 한씨의 일방적인 행동이 부담스럽고 두렵기도 했지만 전화를 할 때마다 또박또박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에서 한씨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결국 두 사람은 2000년 5월 첫 만남을 가졌는데 현인아도 남편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고.
“약속 장소에 나갔더니 남편은 책을 읽고 있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설정(?)이었다는데 당시 전 그 모습이 참 좋아 보였어요. 또 저를 보자마자 귀까지 빨개지는 남편이 순진하고 진실해 보였죠. 맞선 자리였다면 기대하고 나갔겠지만, 그저 이상한 사람만 아니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나갔기 때문에 편안하게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 달 뒤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 두 사람은 만난 지 두 달 만에 상견례를 하고 그해 12월 결혼식을 올렸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진행된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남편의 성화로 토네이도에 휩쓸린 듯 결혼을 했다”며 웃었다.
“그해 초 언니가 결혼을 해서 부모님도 제가 이내 결혼을 할 거라고는 생각 못하셨을 거예요. 특히 어머니는 늘 저희에게 ‘여자도 능력 있으면 일을 해야 한다’며 한 번도 결혼을 강요하지 않으셨죠. 저 역시 서른 전에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지만 남편이 서두르는 바람에 못 이기는 척 결혼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서로 운명적인 상대를 만났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웃음).”

“기적처럼 찾아온 딸 덕분에 부부 사이가 더욱 화창해졌어요”
그는 “이만큼 나에게 잘해줄 사람이 또 없다”는 확신이 들어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편의 이벤트는 결혼과 동시에 사라지고 말았다. 군의관이던 남편이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것. 그는 어쩔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갑자기 달라진 남편의 태도에 많이 서운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집안일에는 손도 안 댈 정도로 보수적인 남편은 “외과의사는 손이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위험한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해 못질 등 궂은일도 그가 도맡아 했다고.
“집안일은 둘째치고 새벽에 병원에서 온 전화를 받고 뛰어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했어요. 예전에는 남편의 그런 모습이 못마땅하고 서운하기도 했는데 7년 넘게 살다 보니 이제는 다 이해가 돼요. 특히 얼마 전 드라마 ‘하얀 거탑’을 보면서 ‘우리 남편도 저렇게 사는구나.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사실 그는 딸 연재를 낳기 전까지 남편의 장점보다 단점이 많이 보였다고 한다. 오지랖 넓고 ‘복합구조’인 자신과 달리 마땅한 취미도 없고, 오로지 집과 병원만 오가는 ‘단순구조’의 남편이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 하지만 지금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남편의 단순함이 자신의 복잡함을 정리해줄 때가 있고, 요란스럽지 않게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남편이 오히려 존경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결혼 5년 만에 얻은 딸 연재는 두 사람에게 ‘기적’과도 같은 존재다. 결혼 후 줄곧 임신이 되지 않아 남편이 먼저 시험관 아기를 제안했는데, 그러고 얼마 안 있어 연재가 생긴 것. 아이가 생기자 두 사람 관계도 더욱 화창해졌다고 한다.

화창한 날씨처럼 유쾌한 MBC 기상캐스터 현인아

결혼생활 5년째, 서로 감정이 느슨해져 있던 부부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준 딸 연재.(좌)


“서로에 대한 마음이 조금 느슨해져 있을 때였어요. 마지막 레지던트 차였던 남편은 전문의 시험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저도 새벽에 방송을 하느라 힘들어할 때였죠. 바로 그때 ‘기적’처럼 연재가 찾아왔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은 아이를 낳은 거예요.”
아이가 태어나자 두 사람 모두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연재가 자라는 만큼 내 마음도 쑥쑥 자라는 것 같다”고 말하는 그는 가끔 남편에게 “이 정도면 성질 나와야 하는데, 연재 낳더니 잘 참네” 하는 농담을 들을 정도로 성격이 많이 유순해졌다고. 남편도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자상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줘 그를 감동시킬 때가 있다고 한다. 새벽에 아이가 깨서 울면 그보다 먼저 일어나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고 우유도 직접 타준다고.
임신 중 날씨 뉴스와 함께 라디오 국군방송 ‘현인아의 뮤직닷컴’을 진행하던 그는 임신 7개월에 접어들었을 때 과로로 조산기가 보이자 5년 동안 진행해온 라디오 방송을 그만두고 회사에도 휴직계를 냈다. 다행히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고 그는 3개월 만에 회사로 돌아갔다. 그러나 아이를 두고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던 그는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기 위해 회사에 유축기와 냉장통을 가지고 다녔다. 숙직실에서 모유를 짜 냉장통에 넣어두었다가 퇴근 후 아이에게 먹였는데, 냉장통을 미처 챙기지 못한 날에는 오토바이 퀵서비스로 모유를 보낸 적도 있다고 한다.
“숙직실에서 모유를 짜다가 누가 노크를 하면 깜짝깜짝 놀라곤 했어요. 그 바람에 다 짜놓은 모유를 바닥에 엎지른 적도 있어요. 아이한테 어찌나 미안하던지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처음엔 모유가 잘 나왔지만 복직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잘 나오지 않았어요. 연재는 자라서 더 많이 먹어야 하는데 모유 양은 오히려 줄고, 그런데 그 아까운 걸 엎질렀으니 얼마나 속상했겠어요. 일하는 엄마라면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겠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파요.”

“아이를 낳고 저도 모르게 방송에서 엄마, 주부 입장을 생각하는 말이 나와요”
1년 정도 모유수유를 하려고 마음먹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6개월 만에 모유를 끊어야 했다. 육아와 직장 일을 병행하며 무리해서인지 폐렴에 걸렸던 것. 워킹맘으로서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해주지 못하는 게 미안한 그는 주말이면 무조건 아이와 하루 종일 붙어 있는다고 한다.
“요즘은 ‘5시 뉴스’에서 날씨를 진행하기 때문에 저녁 7시면 퇴근이 가능하고 출근도 오전 11시까지라 아침시간이 많이 여유로워졌어요. 아이도 엄마와 놀려고 그러는 건지 아침 6시만 되면 눈을 떠요. 출근 전 2,3시간 정도 아이와 함께할 수 있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요.”
“아이가 돌 지나고 2~3년이 무척 중요하다고 들었다”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 그는 임신 중에도 육아 관련 서적을 거의 다 마스터했을 정도로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이론에 의존하기보다 내 아이에게 맞는 나만의 교육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역시 실전은 이론과 다르더라고요. 내 아이는 내 기준에 맞춰 키우는 것이 최고인 것 같아요. 아이에게 ‘하지 마’ ‘안 돼’ 등 부정적인 말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해요. 뭔가를 규정짓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느끼고 깨닫게 해주고 싶거든요. 예를 들어 아이가 휴지를 다 뽑아도 안 된다는 말을 안 해요. 아이가 하는 대로 그냥 두고 저는 옆에서 뽑아놓은 휴지를 접어요. 그러면 어느 날은 연재도 제 옆에 와서 휴지를 접고 있어요. 무엇보다 아이에게 혼자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의 남편은 하루빨리 둘째를 갖길 원한다고 한다. 첫째가 딸이다 보니 둘째는 아들이길 바란다고 직접적으로 얘기할 정도. 하지만 그는 “둘째를 가지면 일을 포기해야 하는 때가 올 것 같아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아이를 낳고 방송 멘트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빨래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보일러 온도 좀 높이세요’ ‘밤에 아이가 이불을 덮고 자는지 확인하세요’ 등 주부로서, 엄마로서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딱딱한 기상예보가 아닌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상예보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여름 햇살 같은 화사함이 느껴졌다.

여성동아 2007년 6월 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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