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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꼭 알아야 할 법률상식

‘내 남자의 여자’ 법률적으로 분석한 김진숙 검사 조언!

“불륜의 끝은 교도소, 배우자의 간통 현장 잡을 땐 경찰 도움 받아야 해요”

글·송화선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2007. 06. 22

현직 검사가 SBS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를 법률적으로 분석해 화제다. 최초의 여성 특수부 검사로 현재 대검찰청 부공보관을 맡고 있는 김진숙 검사를 만나 드라마 속에 묘사된 불륜이 현실에서 일어날 경우 발생할 법적 문제에 대해 들었다.

‘내 남자의 여자’ 법률적으로 분석한 김진숙 검사 조언!

“대부분의 드라마는 불륜의 시작부터 중간 과정까지만 그려요. 그래서 많은 이들이 불륜을 또 하나의 사랑처럼 여기고, 그 끝에 대해선 미처 생각하지 못하죠. 하지만 전 드라마를 보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저 사건이 실제 일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최근 검찰 전자신문 ‘뉴스프로스(http://enews.spo.go.kr)’에 ‘내 남자의 여자’를 법적으로 분석한 글을 올려 화제를 모은 김진숙 검사(43)는 “불륜은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라 ‘교도소에 갈 수도 있는 범죄’라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볼 때 간통을 저지른 준표(김상중)와 화영(김희애)은 이미 교도소로 가는 티켓을 예매해둔 거나 다름없어요. 지수(배종옥)가 부정을 저지른 남편을 고소하면 두 사람 다 구속되기 때문이죠.”
김 검사는 “우리 형법 제241조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간통했을 때는 당사자와 간통 상대방 모두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며 “법률상 벌금형이 없기 때문에 간통의 경우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바로 구속 수사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수가 준표를 간통죄로 고소하려면 먼저 이혼소송을 내야 한다고.
김 검사는 “지수의 언니인 은수(하유미) 역시 법적 처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준표의 불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사설 정보업체를 이용한 것은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 위반이기 때문이다.

간통 증거 잡기 위해 사설 탐정 고용하거나 현장 사진 찍는 것도 불법
간통죄에 있어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입증 문제. 법적으로 간통은 ‘배우자 있는 자가 이성의 제 3자와 정교(情交)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사랑만으로는 죄를 물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배우자가 간통을 저지르는 것으로 의심될 경우 많은 이들은 성관계 증거를 찾기 위해 사설 정보업체를 동원하곤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명백한 위법이라는 것.
“드라마에서 준표와 화영은 관계를 청산하겠다고 거짓말을 한 뒤에도 계속 만나죠. 은수는 이 두 사람에게 사설 탐정을 붙여 두 사람의 사진을 은밀히 촬영하고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탐지하는 걸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은수의 행동은 불법이에요.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은 위법적으로 특정인의 소재를 탐지하는 등 사생활을 조사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역으로 화영이 은수를 고소할 경우 은수는 사설 탐정과 함께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 위반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거죠.”
김 검사는 특히 최근엔 법원에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인정하지 않는 추세이므로, 현장을 잡겠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행동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예전에 저도 간통사건을 수사 지휘하다가 위법한 증거를 문제 삼아 재수사를 지시한 적이 있어요. 남편과 불화 중에 있던 여자가 가출해 다른 남자와 함께 살다가 남편으로부터 간통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이었는데, 두 사람의 간통 현장을 잡기 위해 남편 측이 둘이 사는 아파트 베란다로 침입해 유리창을 깨고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더라고요. 이건 어떻게 봐도 불법이거든요.”

‘내 남자의 여자’ 법률적으로 분석한 김진숙 검사 조언!

드라마에 등장하는 법적 문제를 명쾌하게 정리, 소개하고 있는 김진숙 검사.


김 검사는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성관계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현장을 촬영하는 것도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법률 제14조의 2에 따르면 “카메라 기타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김 검사는 “‘사랑과 전쟁’ 등 부부관계를 다룬 드라마를 보면 자신의 남편과 간통한 여성을 찾아가 집단 폭행하거나 두 사람의 은밀한 사생활을 촬영하는 장면 등이 일상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런 드라마의 영향으로 보통사람들이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한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며, 현실에서는 간통을 저지른 이가 오히려 피해자를 고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배우자의 간통이 확실한 경우 증거를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검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게 간통이 의심되는 배우자의 행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 현장에 동행하는 것이 좋다는 것. 이 경우 경찰이 현장을 촬영하는 것은 수사를 위한 것이므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에 보면 남편이 경찰과 함께 배우자의 간통 현장에 들이닥치는 장면이 나와요. 이 경우는 불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10여 명의 경찰이 몰려가 모텔 문을 강제로 열고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건 비현실적인 묘사죠. 보통의 경우엔 경찰관 2, 3명 정도가 찾아가 스스로 문을 열도록 설득합니다. 그쪽에서 거부할 때만 강제력을 쓰고요. 범죄자라도 인권은 보호해야 한다는 게 최근의 수사 원칙이니까요.”
93년 검사 임관 뒤 죽 수사 일선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대검찰청 부공보관을 맡은 김 검사는 “검찰이 하는 일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을 맡은 뒤 법적 문제를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영화나 드라마 쪽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요즘엔 아무리 바빠도 법률적으로 논쟁거리가 있는 드라마는 꼭 챙겨 보고, 특히 ‘내 남자의 여자’처럼 인기가 높은 드라마는 ‘다시 보기’를 통해서라도 보려고 노력한다”며 활짝 웃었다.
지금껏 드라마 ‘꽃피는 봄이 오면’ ‘히트’ 등에 등장한 법적 문제에 대해서도 글을 써온 김 검사는 “앞으로도 국민들이 좀 더 쉽게 법을 이해하고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숙 검사는…
사법시험 32회(연수원 22기)로, 여성 검사 중 처음으로 특수부에 배치된 ‘특수부 여검사 1호’다. 국가보훈처 산하 공무원들의 상이군경 등급판정 비리를 적발하고, 중국산 옥돔을 제주산으로 둔갑시킨 수산물 판매업자를 구속하는 등 굵직한 인지(認知)수사를 통해 명성을 쌓았다. 조선대 법대 김병록 교수와의 사이에 외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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