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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가슴 찡한 사연

고(故)이준호·김은희 부부 감동 사랑

온 국민 울린 MBC ‘휴먼다큐 사랑’ ‘안녕 아빠’ 주인공

글·김유림 기자 / 사진·MBC 제공

입력 2007.06.22 10:01:00

지난 5월 중순 방영된 MBC ‘휴먼다큐 사랑’ 두 번째 이야기 ‘안녕 아빠’가 온 국민을 울렸다. 대장암 말기인 남편 이준호씨와 그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아내 김은희씨의 사랑이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 것. 이씨 가족의 사연과 그 후의 이야기를 전한다.
고(故)이준호·김은희 부부 감동 사랑

지난해 12월 대장암으로 세상을 뜬 이준호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MBC가정의 달 특별기획 ‘휴먼다큐 사랑’ 두 번째 이야기 ‘안녕 아빠’가 방송된 뒤 MBC 홈페이지 및 커뮤니티 게시판에 격려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안녕 아빠’는 지난해 1월 대장암 판정을 받고 12월 세상을 떠난 이준호씨 가족의 이야기로 이씨의 투병과정, 가족사랑, 이씨가 세상을 뜬 후 남겨진 가족들의 모습까지 그려졌다. 특히 힘겹게 암 투병 중인 아빠를 위해 병실에서 춤과 노래를 부르는 아들 영훈(9)과 규빈이(7)의 모습은 보는 이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아빠(남편)를 지금처럼 사랑했다면 지난 10년간의 결혼생활이 더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 진작 그런 마음으로 남편을 대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고요. 지금은 온 마음을 다해서 아빠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참 행복해요.”
이준호·김은희(37) 부부는 지난 93년 성당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남편은 청년회 활동을 하고 있었고 김씨가 세례를 받기 위해 교리 반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교제가 시작됐다. 만난 지 2년 정도 지났을 무렵 김씨가 수녀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한 차례 이별이 찾아오기도 했지만, 김씨는 이씨의 애원으로 수녀원에 들어가기 몇 개월 전 마음을 돌리고 결혼을 결심했다.
당시 남편의 직업이 변변치 않다는 이유로 친정 부모의 반대가 심했지만 김씨는 끝까지 남편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았고 97년 봄 드디어 결혼했다. 하지만 부부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김씨가 첫째 영훈이를 낳고 둘째 규빈이를 임신한지 3개월째 됐을 무렵 남편이 대장암으로 쓰러진 것. 당시 김씨의 가족들은 “남편 없이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은 무리”라며 그에게 강력하게 유산을 권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번이 아니면 남편의 아이를 다시는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둘째를 출산했다. 소중한 생명을 지켜냈기 때문일까. 그 무렵 부부는 한 번의 기적을 경험했다. 남편이 왼쪽 대장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것. 그렇게 행복은 이들 부부에게 다시 찾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7년 뒤, 대장암은 소리 없이 또 남편을 찾아왔다.
“지난해 1월 오른쪽 대장의 50%를 잘라냈지만 암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어요. 이미 복부 림프절까지 암이 진행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남편에겐 그 사실을 차마 말할 수 없었어요. 수술 후 암은 림프절을 타고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결국 11월 담당의사로부터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내장을 쥐어짜는 고통은 하루에도 수차례 남편 이씨를 엄습해 왔고, 더 이상 진통제도 말을 듣지 않았다. 매일 1000㎎씩 투여되는 모르핀도 남편의 고통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암세포가 뇌에도 손상을 입혀 아내의 이름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순간이 왔고, 환각과 환청에 시달려 “사람들이 날 죽여”하며 아내를 붙들고 울부짖는 상황까지 오고 말았다. 충남 금산에 있는 김씨의 친정어머니가 병문안을 오자 남편은 장모의 손을 잡고 “미안해요 엄마. 몹쓸 병에 걸려서. 그래도 걱정하지 마요. 금방 일어서요” 하고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저와 아이들은 어떻게든 살아가겠지만 젊은 나이에… 남편이 너무 불쌍해요. 남편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대장암으로 돌아가시고 슬픈 유년기를 보냈어요. 아버지가 재혼하자 사춘기를 힘들게 보냈죠. 이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우리 아이들도 남편보다 더 어린 나이에 아빠를 잃게 되는데….”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짐만 가득 안겨주고 떠나 미안하다”고 말한 남편
고(故)이준호·김은희 부부 감동 사랑

아내 김은희씨는 먼저 떠난 남편에게 “소중한 아이들을 남겨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이씨가 세상을 뜬 후 슬퍼하는 가족들.


남편과 헤어질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다짐한 김씨는 지난해 12월10일 가톨릭 수사인 시동생과 함께 남편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털어놓았다. 남편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그날부터 서서히 가족과의 이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앨범을 보면서 아이들과 행복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기도 했고,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남기겠다며 아내에게 캠코더 촬영도 부탁했다. 아내는 캠코더를 작동하기 전 남편의 얼굴을 정성스럽게 닦아주며 속으로 몇번이고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이윽고 남편은 웃는 얼굴로 아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딸. 아빠가 정말 많이 사랑한다. 언제나 건강하고 멋진 사람으로 자라주길 바래. 정말 사랑한다. 그리고 미안해. 먼저 떠나서. 사랑한다. 사랑한다.”
“남편은 다음날 제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했어요. 첫째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짐만 가득 안겨주고 떠나서 미안하다고요. 그리고 나중에 아이들과 살면서 힘들면 재혼하라고 하더군요.”
12월 중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남편이 머물고 있는 호스피스 병동도 조금씩 들뜨기 시작했다. 병원 복도에 있는 트리를 장식하며 신이 난 두 아이도 며칠 전부터 준비해온 이벤트가 있다며 아빠 앞에서 재롱을 부렸다. 동요 ‘아빠 힘내세요’를 힘차게 부른 뒤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결국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던 부부는 아직 이별을 실감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부둥켜안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며칠 뒤 남편은 마지막까지 꼭 잡고 있던 아내의 손을 힘없이 놓고 말았다.
김씨는 남편이 떠나고 4개월이 흐른 뒤 꽃다발을 안고 남편의 묘소를 찾았다. 2007년 4월19일, 두 사람이 결혼한 지 10년째 되는 날이었다. 해마다 결혼기념일에 남편은 그에게 꽃다발을 안겨줬는데, 앞으로는 그가 남편에게 꽃을 선물할 계획이다.
“남편이 병원에 있을 때 주고받은 문자들을 아직 보관하고 있어요. 나중에 남편이 떠나고 없을 때 문자를 보면서 오랫동안 남편을 기억하려고요. 전화기가 낡아서 바꿔야 하는데 문자와 사진 때문에 바꾸지 못하겠어요.”
김씨의 낡은 전화기 화면에는 남편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떠 있었다.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내 사랑” 문자를 보고 아내 역시 남편에게 웃으며 말한다. “이렇게 소중한 아이들을 남겨줘서 고마워요”라고.
죽음 앞에서 더욱 경건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준 김은희씨 가족. 먼저 떠난 아빠의 바람처럼 꿋꿋하게 건강한 삶을 살아가길 많은 사람들이 기원하고 있다.

여성동아 2007년 6월 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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