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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긍정의 힘

난, 나를 사랑한다

글·방귀희‘방송작가’

입력 2007.06.11 14:55:00

나는 나를 사랑한다. 그래서 항상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 한다. 난 장애로 일그러진 내 겉모습조차도 사랑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반듯하게 보이려고 허리에 힘을 주어 꼿꼿이 앉는다. 왼손이 마비돼 축 처져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항상 증명사진을 찍듯이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사람들은 내 장애를 훨씬 가볍게 생각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가진 장애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우리반 합주단이 교내에서 우승을 해 전국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담임선생님이 조심스럽게 엄마와 의논을 한 모양이었다. 교내 대회는 상관없지만 전국대회에 나가면 다른 학교와 경연을 벌여야 하는데 내가 입·퇴장하는 것이 번거로울 테고 또 장애학생의 튀는 모습이 심사위원들 눈에 거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뜻을 전해온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당시 엄마는 나를 포기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나는 절대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반 합주단의 일원이기에 나도 당연히 전국대회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 출전했고 우리 학교가 인기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이 장애학생이 포함된 합주단을 더 인상 깊게 생각했던 것이다. 만약 그때 내가 출전을 포기했다면 나는 평생 포기만 하고 살았을 것이다. 나는 그때 한손으로 실로폰을 연주해야 했지만 정말 열심히 연습했고 노력한 만큼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면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렸을 때지만 내가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내 모습이 아니라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요즘 방송국 로비에서 강원래씨를 자주 만난다. 휠체어 바퀴를 굴리며 늘 바쁜 모습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강원래씨의 씩씩한 모습에 사람들은 그가 장애인이란 의식을 못하는 듯하다. 그저 가수 강원래, 요즘은 방송을 진행하는 방송인 강원래로 생각한다. 만약 강원래씨가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장애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또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도전했고 이뤄냈다. 휠체어에 앉아 춤 추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가 자기 사랑이 큰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 사람들은 장애인이 된 강원래씨를 보면서 댄스의 생명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춤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강원래의 휠체어 댄스에 환호한 것은 강원래씨가 보여준 긍정의 힘에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볼 수 있는 눈이 있고 들을 수 있는 귀가 있고 말할 수 있는 입이 있는 얼굴이 얼마나 고마운가를 알아야 한다. 내 의지대로 갈 수 있는 다리가 있고 내 마음으로 집을 수 있는 손이 있는데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이렇게 가진 것이 많은데 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불평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비관하는지 알 수 없다. 자기가 갖고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 자기 사랑이고 이것이 자기 자신과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긍정의 힘이다.
지금까지 나를 버텨준 것은 바로 이 긍정의 힘이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사람들이 나를 반갑게 맞아줬다.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 때문에 상처를 받을 때도 있지만 그것은 그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오래된 관습 때문이라고 이해했다. 그렇게 이해를 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진다.
긍정적인 사람이 자기를 사랑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잘 손질된 정원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그것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일도 된다. 이렇듯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힘은 긍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긍정의 힘을 믿는다.
방귀희씨는…
난, 나를 사랑한다
한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와 왼손을 쓸 수 없게 됐다. 81년 동국대를 수석으로 졸업했으며 KBS 라디오에서 26년간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91년 장애인 문학지 ‘솟대문학’을 창간했으며 경희대 국문과에서 ‘구성작가 실기론’ 강의를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여성동아 2007년 6월 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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