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꿈을 접어요 종이미술박물관
어두컴컴한 밤하늘에 별이 빛나고, 거침없이 날아가는 로켓은 새빨간 불꽃을 내뿜고 있다. 고개를 돌리니 하늘 너머로 반짝이는 별무리가 한 송이 꽃처럼 소담스레 피어 있다. 정말 종이만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낸 걸까.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3번 출구 앞 종이미술박물관에 들어서면 누구나 입이 딱 벌어진다.
종이미술박물관은 종이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테마 박물관. 일반인의 솜씨로는 흉내 내기 힘든 수준 높은 종이공예 작품이 가득 전시돼 있다. 씨름을 겨루는 아이들의 익살스런 표정이 재미있는 닥종이 인형, 종이를 압축해 만든 고가구와 술병 등 입체작품도 많다. 오직 종이만으로 전통 한복과 드레스를 섬세하게 재현해놓은 의복 작품을 보면 종이예술의 다양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계단 벽면을 따라 전시돼 있는 작품은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 수상작. 이 역시 수준급 실력을 자랑하지만 이 정도라면 조금 흉내 내볼 만도 하다. 종이미술박물관은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현장체험학습장. 다양한 종이접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종이작품을 꼼꼼히 관람한 뒤,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함께 만드는 법을 배워보자. 관람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이며, 방문 전 전화로 예약하면 전시실 앞 로비에 마련된 체험장에서 눈높이에 맞는 종이접기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입장료와 체험료는 무료. 일요일엔 쉰다.
문의 02-2279-7900
예술교육 프로그램과 다채로운 공연이 가득~ 충무아트홀
여섯 살 꼬마들이 마룻바닥에 앉아 삐뚤빼뚤 종이를 오리고 있다. 글씨와 그림 등 자유롭게 오려낸 것들을 상자 위에 붙이자 금세 멋진 작품 완성! 지하철 6호선 신당역 근처 충무아트홀 지하 1층에서 열리고 있는 어린이문화예술학교 ‘피카소와 만나요!’ 수업 모습이다.
이 아이들이 참가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SAP(Synthetic Art Program·통합예술프로그램). ‘좋아하는 이야기를 갖고 움직이기’ ‘다양한 재료로 만들기’ ‘재미있는 음악과 움직임 연결하기’ 등 음악·미술·무용·연극·언어예술교육이 하나로 엮인 교육을 받는다. 이 외에 일곱 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극놀이반’과 ‘저학년반’ ‘고학년반’ 등 여섯 살부터 초등학교 6학년생까지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아이들은 피아노를 좋아하는 아이는 음악 연주, 그림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무대 연출, 이야기 짓기에 재능이 있으면 대본 작성 등으로 역할을 나눠 맡아 한 편의 공동창작극을 만든다.
수업 인원은 각반 20명 내외. 초등학생은 주 1회(1일 3시간) 6개월, 6~7세반은 주 1회(1일 1시간 30분) 3개월 과정이며, 참가비는 초등학생이 월 10만원(공연준비금 제외) 수준이다. 중구 지역 주민에게는 50% 할인 혜택을 준다.
문의 02-2234-4032 www.kccac.org
충무아트홀에서 수업만 듣는 건 아니다. 이곳은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가 끊이지 않는 문화공간. 1층에 오르자 한 손에 마이크를 쥐고 신명나게 다리를 흔들고 있는 미국의 팝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첫눈에 들어온다. 이 거대한 조각상의 비밀은 종이로 만들어졌다는 것.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그의 머리카락과 옷자락 한 올 한 올이 모두 정교하게 오린 잡지와 전단지들이다. 현재 충무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 대중문화의 우상들’ 출품작 가운데 하나라고. 원하는 사람은 이 특별한 엘비스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충무아트홀 1층 로비에 있는 1백17평 규모의 갤러리는 이동식 벽을 설치해 전시작품의 특성에 따라 이처럼 다양하게 공간을 나눌 수 있는 것이 특징. 방학 때는 초등학생을 위한 ‘동화 일러스트전’이 열리는 등 연중 전시가 이어진다. 2층 대극장과 지하 1·2층 소극장에서도 클래식부터 뮤지컬, 콘서트, 연극, 인형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연이 계속된다.
문의 02-2230-6600~3 www.cmah.or.kr
한용운·김동인·윤동주의 친필 볼 수 있는 한국현대문학관
묵직한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니 은은한 묵향이 나는 것 같다. 입구 바로 앞 문인들의 육필 전시대에 놓인 만해 한용운의 붓글씨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근처 한국현대문학관은 현대문학의 향기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곳. 태극당 오른편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면 보이는 야트막한 단층 건물에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시물은 알차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교과서에 등장하는 유명 문인들의 육필 자료들. ‘감자’의 작가 김동인이 일제 강점기에 투옥된 뒤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생생히 드러나 있다. ‘사랑하는 안해(아내)에게’로 시작되는 빛바랜 편지에서 그는 잡혀오기 전 아프던 아이가 혹시 그새 죽지는 않았는지 애틋하게 묻고 있다. 낡은 종이 위에 또박또박 적힌 펜글씨가 작가의 안타까운 부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김소월의 ‘기분전환’, 윤동주의 ‘돌아와 보는 밤’ 등을 시인의 친필로 읽는 것도 마음 설레는 일. 일제 강점기 카프(KAPF·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에 가담했던 천재시인 오장환의 엽서엔 ‘오랑주(오렌지) 껍질을 벗기면 손을 적신다. 향내가 난다’는 시적 표현이 등장한다. 아이가 좀 더 재미있고 생생하게 문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큐레이터가 상주해 언제든지 아이의 수준에 맞는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장점. 이 전시실에는 윤동주 시인이 만주 용정 광명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성적표도 전시돼 있는데, 국어 성적이 80~90점인데 반해 일어 성적은 40~50점에 불과하다. 큐레이터가 “윤동주의 저항 시인으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설명하자 아이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다양한 영상물도 소장하고 있으므로,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면 안내 데스크에 문의해 영상물을 관람해도 좋다.
전시관 구경을 마친 뒤엔 영상자료관 옆 카페 ‘제비’에서 쉬어가자. 천재작가 이상이 1930년대 종로에 열었던 다방 ‘제비’에서 이름을 따온 이곳 입구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간단한 차 종류가 준비돼 있어 관람객들이 편안히 쉬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토요일은 낮 12시까지) 개관하며, 일요일엔 쉰다. 입장료는 어린이 무료, 어른은 1천원이다.
문의 02-2277-4857 www.kmlm.or.kr
국보급 불교 미술품이 가득~ 동국대학교 박물관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거대한 석불. 동국대 박물관에 들어서면 ‘석조여래좌상’의 넉넉한 품이 관람객을 반긴다. 동국대 박물관이 있는 곳은 동국대 중문 옆. 한쪽 벽면이 거대한 불상 사진으로 덮인 3층 건물인데, 외관과 첫 전시물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 이곳은 불교 미술 전문 박물관이다.
꼭 봐야 할 것은 기년명(유물에 새겨진 제작 당시의 연호와 연대)이 있는 것 가운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청화백자인 국보 제176호 ‘홍치2년명(1489) 청화백자송죽문호’. 당당한 모양과 뛰어난 필치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소나무와 대나무 등의 표현 수법과 문양 구성은 지극히 한국적인데 중국 연호를 쓴 것으로 보아 왕실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물 제743호인 ‘정조 어필 파초도’도 정조 임금의 능숙한 그림 솜씨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물이다. 2층에서는 불교 회화와 전적(典籍)을 주제로 한 기획전이 열리고 있어 붉은색과 녹색, 금박 등을 사용한 초기 불교 회화 작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전화로 예약하면 아이 눈높이에 맞는 학예사의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개관하며, 주말엔 문을 닫는다. 입장료는 없다.
문의 02-2260-3722 www.dgumuseum.dongguk.ac.kr
아기자기한 퀼트와 세계 민속 인형의 매력 속으로~ 초전섬유·퀼트 박물관
이름은 ‘섬유·퀼트 박물관’이지만, 아이들은 입구에 나란히 전시돼 있는 3백50개의 아름다운 인형에 더 관심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편물 명장 1호인 김순희 관장이 세계 각국을 돌며 수집한 민속 인형들은 화려한 의상과 이국적인 분위기로 보는 이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플라멩코 드레스를 입고 멋지게 춤을 추고 있는 스페인 여인부터 머리에 수건을 둘러쓰고 강렬한 색채의 치마를 입은 아프리카 여인까지, 인형을 둘러보면서 세계 각국의 독특한 의상도 한눈에 볼 수 있는 게 매력. 지하철 명동역에서 중국대사관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만나는 제일문화관 1층에 있다.
인형을 충분히 둘러봤으면 이제 안으로 들어갈 차례다. 이 박물관의 ‘중심’ 전시물인 화려한 색채의 섬유 작품들이 가득하다. 알록달록 다양한 패턴의 천을 이어붙여 만든 퀼트 작품과 아름다운 조각보, 전통 장신구, 전통 한복까지 눈앞에 펼쳐지는 색채의 향연이 눈 둘 곳을 정하기 어려울 만큼 화려하다. 박물관 안내데스크에 놓인 방명록에 우리말보다 외국어가 더 많은 이유도, 이곳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상설 전시물도 풍성하지만 매년 대여섯 번 정도 열리는 국제 기획전 기간에는 해외 작품도 함께 관람할 수 있어 좋다. 정확한 일정은 홈페이지와 전화 문의를 통해 알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관하며, 일요일엔 휴관. 입장료는 어린이는 2천원, 어른 5천원이다.
문의 02-753-4075 www.jculture.co.kr/museum
수준 높은 종이작품이 전시돼 있는 종이미술박물관.
어두컴컴한 밤하늘에 별이 빛나고, 거침없이 날아가는 로켓은 새빨간 불꽃을 내뿜고 있다. 고개를 돌리니 하늘 너머로 반짝이는 별무리가 한 송이 꽃처럼 소담스레 피어 있다. 정말 종이만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낸 걸까.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3번 출구 앞 종이미술박물관에 들어서면 누구나 입이 딱 벌어진다.
종이미술박물관은 종이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테마 박물관. 일반인의 솜씨로는 흉내 내기 힘든 수준 높은 종이공예 작품이 가득 전시돼 있다. 씨름을 겨루는 아이들의 익살스런 표정이 재미있는 닥종이 인형, 종이를 압축해 만든 고가구와 술병 등 입체작품도 많다. 오직 종이만으로 전통 한복과 드레스를 섬세하게 재현해놓은 의복 작품을 보면 종이예술의 다양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계단 벽면을 따라 전시돼 있는 작품은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 수상작. 이 역시 수준급 실력을 자랑하지만 이 정도라면 조금 흉내 내볼 만도 하다. 종이미술박물관은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현장체험학습장. 다양한 종이접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종이작품을 꼼꼼히 관람한 뒤,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함께 만드는 법을 배워보자. 관람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이며, 방문 전 전화로 예약하면 전시실 앞 로비에 마련된 체험장에서 눈높이에 맞는 종이접기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입장료와 체험료는 무료. 일요일엔 쉰다.
문의 02-2279-7900
예술교육 프로그램과 다채로운 공연이 가득~ 충무아트홀
‘현대 대중문화의 우상들’ 전시가 열리고 있는 충무아트홀. 원하는 사람은 종이로 만들어진 엘비스 프레슬리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여섯 살 꼬마들이 마룻바닥에 앉아 삐뚤빼뚤 종이를 오리고 있다. 글씨와 그림 등 자유롭게 오려낸 것들을 상자 위에 붙이자 금세 멋진 작품 완성! 지하철 6호선 신당역 근처 충무아트홀 지하 1층에서 열리고 있는 어린이문화예술학교 ‘피카소와 만나요!’ 수업 모습이다.
이 아이들이 참가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SAP(Synthetic Art Program·통합예술프로그램). ‘좋아하는 이야기를 갖고 움직이기’ ‘다양한 재료로 만들기’ ‘재미있는 음악과 움직임 연결하기’ 등 음악·미술·무용·연극·언어예술교육이 하나로 엮인 교육을 받는다. 이 외에 일곱 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극놀이반’과 ‘저학년반’ ‘고학년반’ 등 여섯 살부터 초등학교 6학년생까지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아이들은 피아노를 좋아하는 아이는 음악 연주, 그림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무대 연출, 이야기 짓기에 재능이 있으면 대본 작성 등으로 역할을 나눠 맡아 한 편의 공동창작극을 만든다.
수업 인원은 각반 20명 내외. 초등학생은 주 1회(1일 3시간) 6개월, 6~7세반은 주 1회(1일 1시간 30분) 3개월 과정이며, 참가비는 초등학생이 월 10만원(공연준비금 제외) 수준이다. 중구 지역 주민에게는 50% 할인 혜택을 준다.
문의 02-2234-4032 www.kccac.org
충무아트홀에서 수업만 듣는 건 아니다. 이곳은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가 끊이지 않는 문화공간. 1층에 오르자 한 손에 마이크를 쥐고 신명나게 다리를 흔들고 있는 미국의 팝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첫눈에 들어온다. 이 거대한 조각상의 비밀은 종이로 만들어졌다는 것.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그의 머리카락과 옷자락 한 올 한 올이 모두 정교하게 오린 잡지와 전단지들이다. 현재 충무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 대중문화의 우상들’ 출품작 가운데 하나라고. 원하는 사람은 이 특별한 엘비스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충무아트홀 1층 로비에 있는 1백17평 규모의 갤러리는 이동식 벽을 설치해 전시작품의 특성에 따라 이처럼 다양하게 공간을 나눌 수 있는 것이 특징. 방학 때는 초등학생을 위한 ‘동화 일러스트전’이 열리는 등 연중 전시가 이어진다. 2층 대극장과 지하 1·2층 소극장에서도 클래식부터 뮤지컬, 콘서트, 연극, 인형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연이 계속된다.
문의 02-2230-6600~3 www.cmah.or.kr
한용운·김동인·윤동주의 친필 볼 수 있는 한국현대문학관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 작가들의 친필을 감상할 수 있는 한국현대문학관. 오장환의 엽서와 윤동주의 성적표 등을 볼 수 있다.(왼쪽부터 차례로)
묵직한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니 은은한 묵향이 나는 것 같다. 입구 바로 앞 문인들의 육필 전시대에 놓인 만해 한용운의 붓글씨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근처 한국현대문학관은 현대문학의 향기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곳. 태극당 오른편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면 보이는 야트막한 단층 건물에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시물은 알차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교과서에 등장하는 유명 문인들의 육필 자료들. ‘감자’의 작가 김동인이 일제 강점기에 투옥된 뒤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가 생생히 드러나 있다. ‘사랑하는 안해(아내)에게’로 시작되는 빛바랜 편지에서 그는 잡혀오기 전 아프던 아이가 혹시 그새 죽지는 않았는지 애틋하게 묻고 있다. 낡은 종이 위에 또박또박 적힌 펜글씨가 작가의 안타까운 부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김소월의 ‘기분전환’, 윤동주의 ‘돌아와 보는 밤’ 등을 시인의 친필로 읽는 것도 마음 설레는 일. 일제 강점기 카프(KAPF·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에 가담했던 천재시인 오장환의 엽서엔 ‘오랑주(오렌지) 껍질을 벗기면 손을 적신다. 향내가 난다’는 시적 표현이 등장한다. 아이가 좀 더 재미있고 생생하게 문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큐레이터가 상주해 언제든지 아이의 수준에 맞는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장점. 이 전시실에는 윤동주 시인이 만주 용정 광명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성적표도 전시돼 있는데, 국어 성적이 80~90점인데 반해 일어 성적은 40~50점에 불과하다. 큐레이터가 “윤동주의 저항 시인으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설명하자 아이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다양한 영상물도 소장하고 있으므로, 아이가 평소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면 안내 데스크에 문의해 영상물을 관람해도 좋다.
전시관 구경을 마친 뒤엔 영상자료관 옆 카페 ‘제비’에서 쉬어가자. 천재작가 이상이 1930년대 종로에 열었던 다방 ‘제비’에서 이름을 따온 이곳 입구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간단한 차 종류가 준비돼 있어 관람객들이 편안히 쉬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토요일은 낮 12시까지) 개관하며, 일요일엔 쉰다. 입장료는 어린이 무료, 어른은 1천원이다.
문의 02-2277-4857 www.kmlm.or.kr
국보급 불교 미술품이 가득~ 동국대학교 박물관
국보급 불교 미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동국대학교 박물관. 국보 제176호 ‘홍치2년명(1489) 청화백자송죽문호’, 보물 제743호인 ‘정조 어필 파초도’.(왼쪽부터)
가부좌를 틀고 앉은 채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거대한 석불. 동국대 박물관에 들어서면 ‘석조여래좌상’의 넉넉한 품이 관람객을 반긴다. 동국대 박물관이 있는 곳은 동국대 중문 옆. 한쪽 벽면이 거대한 불상 사진으로 덮인 3층 건물인데, 외관과 첫 전시물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 이곳은 불교 미술 전문 박물관이다.
꼭 봐야 할 것은 기년명(유물에 새겨진 제작 당시의 연호와 연대)이 있는 것 가운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청화백자인 국보 제176호 ‘홍치2년명(1489) 청화백자송죽문호’. 당당한 모양과 뛰어난 필치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소나무와 대나무 등의 표현 수법과 문양 구성은 지극히 한국적인데 중국 연호를 쓴 것으로 보아 왕실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물 제743호인 ‘정조 어필 파초도’도 정조 임금의 능숙한 그림 솜씨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물이다. 2층에서는 불교 회화와 전적(典籍)을 주제로 한 기획전이 열리고 있어 붉은색과 녹색, 금박 등을 사용한 초기 불교 회화 작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전화로 예약하면 아이 눈높이에 맞는 학예사의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개관하며, 주말엔 문을 닫는다. 입장료는 없다.
문의 02-2260-3722 www.dgumuseum.dongguk.ac.kr
아기자기한 퀼트와 세계 민속 인형의 매력 속으로~ 초전섬유·퀼트 박물관
다양한 퀼트 작품과 민속 인형을 전시하는 초전섬유·퀼트 박물관.
이름은 ‘섬유·퀼트 박물관’이지만, 아이들은 입구에 나란히 전시돼 있는 3백50개의 아름다운 인형에 더 관심을 보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편물 명장 1호인 김순희 관장이 세계 각국을 돌며 수집한 민속 인형들은 화려한 의상과 이국적인 분위기로 보는 이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플라멩코 드레스를 입고 멋지게 춤을 추고 있는 스페인 여인부터 머리에 수건을 둘러쓰고 강렬한 색채의 치마를 입은 아프리카 여인까지, 인형을 둘러보면서 세계 각국의 독특한 의상도 한눈에 볼 수 있는 게 매력. 지하철 명동역에서 중국대사관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만나는 제일문화관 1층에 있다.
인형을 충분히 둘러봤으면 이제 안으로 들어갈 차례다. 이 박물관의 ‘중심’ 전시물인 화려한 색채의 섬유 작품들이 가득하다. 알록달록 다양한 패턴의 천을 이어붙여 만든 퀼트 작품과 아름다운 조각보, 전통 장신구, 전통 한복까지 눈앞에 펼쳐지는 색채의 향연이 눈 둘 곳을 정하기 어려울 만큼 화려하다. 박물관 안내데스크에 놓인 방명록에 우리말보다 외국어가 더 많은 이유도, 이곳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상설 전시물도 풍성하지만 매년 대여섯 번 정도 열리는 국제 기획전 기간에는 해외 작품도 함께 관람할 수 있어 좋다. 정확한 일정은 홈페이지와 전화 문의를 통해 알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관하며, 일요일엔 휴관. 입장료는 어린이는 2천원, 어른 5천원이다.
문의 02-753-4075 www.jculture.co.kr/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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