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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가의 교육법

막내딸 초등학교 입학시킨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글·송화선 기자 / 사진·조영철 박해윤 기자, 신세계 제공

2007. 04. 23

최근 신세계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 활발히 활동하며 눈길을 끌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 3월 초 막내딸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해 화제다. 경영 현장에서는 패기 넘치는 2세 경영인의 모습을 보이지만, 집에 가면 자상하고 따뜻한 아빠로 변신한다는 정 부회장의 자녀교육법과 궁금한 요즘 생활을 소개한다.

막내딸 초등학교 입학시킨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39)의 막내딸 해인양(7)이 지난 3월 초 서울 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동생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35)와 함께 입학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정 부회장 남매는 식장 뒤편에 마련된 학부모석에 나란히 앉아 끝까지 행사를 지켜봤으며, 맨 앞쪽 신입생 자리에 앉은 해인양이 뒤를 돌아볼 때마다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등 자상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입학식이 끝난 뒤에는 앞쪽까지 성큼성큼 걸어가 아이를 끌어안고 뽀뽀하며 축하인사를 전했다고.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이들의 소탈한 모습은, 재벌가는 자녀교육에 엄격할 것이라는 세간의 선입견을 깨며 이날 입학식에 참석한 학부모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03년 이혼한 전 부인 탤런트 고현정씨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 해찬군(9)과 딸 해인양 남매를 키우고 있는 ‘싱글 대디’. 재계에서는 일찍부터 아이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기울이는 가정적인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이혼 뒤에는 “내가 엄마 몫까지 해야 한다”며 자녀교육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아이들의 고모인 정 상무는 남편 문성욱 신세계I·C 상무와의 사이에 남매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 비슷한 또래인 조카들도 친자식과 다름없이 돌보고 있다고 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말 신세계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차세대 경영인으로 입지를 굳힌 인물.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외손자이며,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큰아들이다. 어린 시절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은 그는 사석에서 “나는 엄격한 부모님의 뜻을 따르는 ‘모범생’ 스타일이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좀 더 자유롭게 자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강요하기보다는 자율성을 인정하고 뒷바라지해주는 스타일이라고.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일찍 퇴근해 자녀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운동과 음악감상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정 부회장과 가까이 지내는 한 인사는 “얼마 전부터 아들이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집에 가면 허공에 손을 대주고는 발차기를 해보라고 한다고 하더라”고 전하면서 “정 부회장도 아이들 자랑은 여느 아빠와 똑같다”고 말했다.
한 차례 이혼의 아픔을 겪은 정 부회장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다시 결혼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상형은 아이들이 엄마로 믿고 따를 수 있는 인품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다음 조건으로는 “책임감 있고 통 크게 집안 살림을 이끌 수 있는 사람, 가족들과 잘 융화할 수 있는 사람”을 꼽았다. 개인적인 바람보다는 아빠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에 더 무게가 실린 발언이다. 실제로도 정 부회장은 아이들을 잘 키우고 집안을 화목하게 이끄는 데 삶의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한다. 해외 출장을 가도 일정이 빌 때면 완구점 등에 들러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직접 고르고, 주말이면 꼭 아이들과 동생 식구들과 함께 외식을 하며 우의를 다진다고. 운동을 시작하면서 술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정 부회장은 가족 외식 때만 유일하게 와인으로 반주를 한다고 한다. 이들 가족을 잘 아는 측근은 “한번은 정유경 상무가 ‘오빠의 자상함은 아무도 못 따라온다’고 해서 무슨 얘기인가 싶어 물어보니, 같이 식사를 하면서 무심코 ‘오늘 이 와인 참 맛있다’고 하면 어떻게든 그 와인을 구해 선물로 보내준다고 했다”며 “가족들에게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게 정 부회장의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재혼 상대의 첫째 조건은 “아이들이 엄마로 믿고 따를 수 있는 인품을 가진 사람”
막내딸 초등학교 입학시킨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지난 2월 말 열린 신세계백화점 명품관 개점 행사에 어머니 이명희 회장과 함께 참석한 정용진 부회장(위). 정 부회장은 지난 3월 초 동생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와 함께 딸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했다.


그가 자녀교육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예의범절. 정 부회장은 늘 “우리 아이들이 절제할 줄 알고 겸손하며 다른 이들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고 한다. 그래서 기업 관계자들이 집을 찾을 때면 반드시 아이들을 불러 인사를 시키는 등 예절 교육에 신경을 쓴다고.
예술과 체육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감성을 키워주는 데도 적극적이라고 한다. 정 부회장은 “나는 경영인이 안 됐다면 아마 피아니스트가 됐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한다. 어머니 이명희 회장의 조언에 따라 학창 시절 피아노를 배워 체르니 40번까지 마친 그는 특히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다고. 평소 클래식 음악 파일만 수천 개가 담겨 있는 휴대용 미디어기기를 들고 다니며 늘 들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열리는 유명 공연은 빠짐없이 관람한다. 두꺼운 전문서적을 보며 음악사를 공부할 정도로 이 분야에 푹 빠져 있는 그는 집에서도 늘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아 아이들이 편안히 들을 수 있게 하며, 첼로 등 악기를 함께 배운다고 한다. 한편 미술 분야에 전문가인 고모 정 상무는 자신의 자녀들과 조카들을 데리고 자주 전시회를 찾아 아이들의 감성을 길러준다고.
정 부회장이 특히 신경 쓰는 것은 아이들의 건강. 그는 아이들이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것만은 엄격하게 금지한다고 한다. 또 아이들을 밝고 구김살 없이 키우기 위해 함께 운동을 하면서 자유롭게 뛰놀게 한다고.
막내 해인양은 입학식에서 시종 환한 얼굴로 아빠와 고모를 향해 손을 흔들며 그 또래 아이다운 발랄함을 보였다. 아이들의 할머니인 신세계 이명희 회장 또한 “두 아이는 하늘이 내려준 보물”이라고 할 정도로 손자손녀를 아낀다고 한다.
지난해 9월 증여세 3천5백억원을 내고 아버지 정재은 명예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아 신세계 2대 주주(지분율 9.32%)가 된 정 부회장은 두 달 뒤 인사에서 고속 승진하며 눈길을 끈 바 있다. 이명희 회장 대신 신세계그룹 경영 전반을 지휘해온 전문경영인 구학서 부회장과 같은 직급으로 올라서면서, 신세계에 본격적인 ‘정용진 시대’가 열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가장 높은 직위에 올라간다 해도 기존 전문경영인 체제를 흔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최근 대외 활동폭을 늘린 그는 가장 눈에 띄는 차세대 경영인 가운데 하나다. 최근 명품관 개장과 이마트 확장, 명품 아웃렛 분야 진출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는 정 부회장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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