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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 복귀한 고현정

‘드라마 촬영 뒷얘기 &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 고백’

글·송화선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7.04.23 13:47:00

고현정이 달라졌다. MBC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서 천방지축 노처녀 기자 역을 맡아 거침없이 ‘망가지는’ 연기를 선보였던 그가 이번엔 열혈 경찰로 브라운관에 돌아온 것. 완력으로 범인을 제압하고, 때로는 총격전까지 불사하는 터프한 강력반장 고현정을 만났다.
브라운관 복귀한 고현정

고현정(36)을 본 순간 눈에 들어온 건 보브 커트 스타일로 짧아진 머리 모양이었다. 지난해 가을 그가 MBC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 출연하며 찰랑대는 단발 스타일을 선보였을 때 많은 이들은 ‘청순미’를 벗어던진 그의 변신에 깜짝 놀랐다. 그런데 이번엔 한층 더 짧은 머리로 ‘터프함’을 강조한 것.
고현정이 머리를 자른 건 3월19일 첫 방송된 MBC 드라마 ‘히트’에서 열혈 형사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강력반장 차수경 역을 맡아 범인과 맞서는 강한 여성상을 선보인다. ‘고현정’ 하면 여전히 긴 생머리를 휘날리던 과거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이들에게는 놀라운 변화. 하지만 고현정은 이에 대해 “과거 모습을 깨기 위해 무리하게 강한 배역을 맡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요즘 저를 보면 예전과 달라진 것 같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 생각에는 제가 연기활동을 쉬는 동안 시대가 변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동안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은 서서히 달라져왔잖아요. 그러니까 배역만 놓고 보면 예전에 제가 맡았던 것과 지금 맡는 역 사이에 갑자기 큰 변화가 생긴 것처럼 보이는 거죠. 하지만 요즘 상황에 비춰보면, 지난번에 연기했던 여기자나 이번의 여성 경찰이나 특별히 다를 것이 없지 않나요?”
그는 이번 배역을 맡으며 터프한 이미지로 변신하는 데 대한 우려보다는, 액션 장면을 직접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컸다고 털어놓았다. 워낙 운동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몸을 움직이는 데 자신이 없었기 때문. 그래서 캐스팅된 뒤 바로 ‘아라한 장풍작전’ 등의 무술감독으로 유명한 정두홍 무술감독을 찾아가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저를 보자마자 ‘평소 하는 운동이 뭐냐’고 물으시기에 ‘없다’고 했더니 ‘큰일났다’며 한숨을 쉬시더라고요(웃음). 그날부터 달리기 등 완전히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상대를 제압하는 데 필요한 동작, 카메라 앞에서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는 기술 같은 걸 배웠죠.”
이 ‘훈련’을 통해 고현정은 그동안 스스로도 몰랐던 남다른 운동신경을 처음 깨달았다고 한다. 나중에 정 감독은 ‘히트’ 연출을 맡은 유철용 PD를 만나 “지금까지 수많은 배우를 가르쳐봤지만 이렇게 운동신경 뛰어나고 열심히 하는 배우는 처음”이라며 고현정을 극찬했다고.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강력반장 맡아 터프하고 카리스마 있는 연기 변신
브라운관 복귀한 고현정

그가 연기하는 차수경은 33세로 경찰청 산하 수사1팀 경위. 철없던 스무 살 때 단지 제복이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순경이 됐지만, 남몰래 사랑하던 동료 경찰이 미궁에 빠진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다 살해당한 뒤 그 충격으로 완전히 변하는 인물이다. 범인을 쫓다 들어온 자신의 눈앞에서 ‘잡..았..어?’라는 한마디만 남긴 채 숨을 거둔 그를 잊지 못해 차수경은 현장근무를 자원하고 경찰간부 후보시험에도 합격, 냉철하고 현명한 강력계 형사가 된다. 드라마 ‘히트’는 전국에서 검거율 1, 2위를 다투는 수사전문가가 된 뒤에도 여전히 당시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을 버리지 못하는 차수경이, 경찰관 살해사건 발생 14년 후 그와 유사한 수법의 범행이 다시 일어나자 경찰청 산하에 구성된 특수수사팀장을 맡아 한국 최초의 강력반 여자 반장이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히트’ 대본을 맡은 김영현씨는 MBC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전문직 여성의 매력과 카리스마를 생생히 표현했던 작가.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도 차수경이 몸담고 있는 경찰 조직과 각종 사건을 통해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여성 경찰상을 그리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현정은 ‘대장금’의 이영애처럼 드라마 전체를 끌고 가는 주인공으로서 큰 역할을 해야 한다.
고현정은 촬영 현장에서 이런 책임감을 발휘하며 성실한 모습을 보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초 갑자기 몰아닥친 꽃샘추위에 스태프들이 고생하자 바로 겨울 점퍼 1백여 벌을 제작해 모든 스태프에게 선물한 데 이어 날이 풀린 뒤에는 다시 봄 점퍼 1백여 벌을 맞춰 돌렸다고. 서울 서대문 야산에서 연쇄살인범을 쫓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보조연기자로 출연한 전경 2백 명에게 피자 파티를 열어줬다고 한다. 촬영을 마친 전경들이 고현정을 향해 “누나, 배고파요”라고 외치자 즉석에서 피자 1백 판을 주문한 것. ‘히트’에서 상대역을 맡은 탤런트 하정우는 이런 고현정에 대해 “친누나같이 편하고 친근하다. 먼저 농담을 건네는 등 분위기를 잘 띄워 고마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연기활동에 전념하면서도 그의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고현정은 지난 2월 말 인터넷 팬 카페에 “몇 년 전 일기장을 보게 된 날이네요. 꽤 두꺼운 노튼데 턱하고 펼쳤더니 제 아이들 사진이 있네요. 제가 또 청승을 떨려는 게 아니라 참 기분이…. 한참을 보는 건지 마는 건지 들고 있다가 옆에 있던 김치김밥을 먹었어요. 배가 고프더라고요. ^^ 그래서 한 줄을 꿀꺽했습니다. 한 줄 을 꿀 꺽 했 습 니 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정신도 점점 없어지고 앞뒤 없기가 사정없네요”라고 적기도 했다. 팬들을 향해 지난 2003년 이혼 뒤 만나지 못하고 있는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과 오랜만에 연기활동을 하며 느끼는 힘겨움을 토로한 것이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연기 도전을 시작한 고현정의 변신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여성동아 2007년 4월 5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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