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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억척 아줌마 성공기

자전 만화 펴낸 이은하

평범한 주부에서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하기까지~

기획·김명희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현일수‘프리랜서’

입력 2007.04.20 18:57:00

공부하는 남편을 대신해 우유배달, 책 외판원, 자영업 등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이은하 주부. 얼마 전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만화를 출간, 화제를 모은 그가 자신의 경험담을 밝은 톤으로 들려주었다.
자전 만화 펴낸 이은하

주부 이은하씨(41)에게는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91년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운동권 남편과 결혼한 그는 전북 군산 바닷가 인근에 신접살림을 차리고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딸을 낳은 직후 조선소 용접공으로 일하는 남편을 돕기 위해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가진 건 없지만 행복했어요.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려니 막막하더군요. 변변한 기술이나 자격증도 없고…. 그래서 처음엔 우유배달을 시작했어요. 사흘간 꼬박 오토바이를 타는 연습을 한 이후 배달에 나섰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오토바이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어요. 타박상을 입어 온몸이 말이 아니었지만 돈이 없어 병원에도 못 갔죠. 멍이 심하게 든 가슴에 고약을 사다 붙였어요.”
그렇게 톡톡히 ‘수업료’를 치른 후 우유배달이 익숙해질 무렵 남편이 갑자기 “못다 한 공부를 하고 싶다”며 대학원 진학 의사를 밝혔다. 그는 두말없이 군산 생활을 정리하고 96년 두 칸짜리 반 지하방을 구해 상경했다. 공부하는 남편 대신 오롯이 가정경제를 떠안게 된 그는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가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도서 외판원.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저희 집에 들른 외판원한테 물어보니 ‘열심히 하면 먹고살 만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무턱대고 일을 시작했죠.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을뿐더러 두려웠어요. 누가 나를 알아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어른들은 딸 부잣집 칠공주 중 다섯째인 저를 두고 ‘남편 복이 많아 호강하며 살 거’라고 덕담을 하시곤 했는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하는 신세한탄도 했죠.”
아침마다 대문을 열며 ‘멋진 세일즈우먼이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지만 세상 밖으로 한 발짝 발을 내딛는 순간 그 각오는 한순간에 무너져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갈등조차도 오래 할 수가 없었어요. 당장 집에 쌀이 떨어져 먹을 게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가정을 돌보지 않고 공부만 하는 남편을 원망하기도 했어요.”

“귀찮게 군다며 물세례 받은 적도 있지만 딸 얼굴 떠올리며 참고 견뎠어요”
자전 만화 펴낸 이은하

힘들 때마다 그는 외동딸 꽃님이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러고는 딸에게만은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딸이 다섯 살 때 어린이집에서 2박3일 동안 여름캠프를 간다고 하더라고요. 캠프 비용은 돼지저금통을 털어 겨우 마련했는데 수영복과 샌들을 살 돈이 없었어요. 그래서 5백원짜리 슬리퍼에 굵은 고무줄을 붙여 샌들을 만들어줬죠. 수영복도 꽃무늬 쫄바지를 잘라서 하의만 만들어줬고요. 나중에 딸이 그때 사진을 보며 ‘엄마, 너무해. 다른 여자애들은 가릴 건 다 가렸는데 난 뭐야? 적어도 가릴 곳은 가려줬어야지’라고 말하면서 웃더라고요.”
열에 아홉은 문조차 열어주지 않고 쌀쌀맞게 대했지만 그는 ‘낯선 사람이 찾아오면 나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초인종을 눌렀다.
“귀찮게 군다고 물세례를 받은 적도 있어요. 하지만 하루 2건 이상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각오로 일했어요. 그랬더니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더군요. 회사 사람들은 저를 보고 ‘타고난 영업의 귀재’라고 말했지만 그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가 얼마나 피땀을 흘렸는지 모르고 하는 얘기죠.”
그렇게 열심히 일한 덕분에 그는 방문판매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 만에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이후에는 본사 영업조직 관리직을 거쳐 영업매니저 교육을 하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다 2005년 사업을 접고 현재는 만화 스토리 작가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에는 세일즈우먼으로 고군분투했던 자신의 경험과 영업 노하우를 담은 만화책 ‘꽃분엄마 파이팅!’을 출간했는데 이 책이 ‘2006 하반기 오늘의 우리 만화’에 선정됐다.
“3년 전 32평짜리 아파트를 장만했어요. 남편과 딸 뒷바라지를 하면서 혼자 힘으로 내 집을 마련했을 때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죠. 그리고 지난해에는 그간 공부만 하던 남편이 취직을 했어요. 남편이 월급을 내미는데 ‘이거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업할 때 제 수입보다 훨씬 적었거든요(웃음). 월급이 적으면 적은 대로 생활의 규모를 줄이면 되니까 크게 문제되진 않아요.”
밝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인 그는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는 게 아줌마”라며 “내가 살아온 이야기가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는 주부들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여성동아 2007년 4월 5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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