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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쌍둥이 아빠’ 조인직 기자의 육아일기 6

기운 넘치는 쌍둥이들의 새로운 놀이터 찾기

기획·권소희 기자 / 글·조인직‘신동아 기자’ / 사진·문형일‘프리랜서’ || ■ 의상협찬·베이비츄(www.babychu.tv) ■ 장소협찬·킨더슐레 죽전원(031-898-3900)

2007. 04. 17

커가면서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을 집에만 둘 수는 없는 법. 쌍둥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놀이학교’를 찾아 함께 놀아주며 터득한 조인직 기자의 생생 육아법을 공개한다.

기운 넘치는 쌍둥이들의 새로운 놀이터 찾기

차례차례 순서를 기다려 미끄럼틀을 타는 쌍둥이들. 바닥에는 푹신푹신한 매트가 깔려 있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다. 차르륵~ 소리가 나는 모빌에 맞춰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신나하는 민정이. 아빠와 함께 크기에 맞는 조각을 끼워넣는 놀이에 열중한 유정이.(왼쪽부터 차례로)


이제 한두 달만 더 있으면 딸들이 두 돌을 맞는다. ‘하루하루는 참 길더니, 용케 여기까지 왔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2년 전 이맘 때 와이프의 배를 쳐다보며 저렇게까지 높고 크게 배가 부풀어 오를 수 있을까 감탄하며 때로는 조바심 내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1년 전과 비교해보면 아이들의 활동 반경이 커진 게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겨우 기어다니며 눈밑에서만 놀던 아이들은 이제 조금만 시야를 놓치면 찾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 방이란 방은 다 돌아다니고, 집에 있는 모든 장난감은 한 번씩 집적거려보고, 커튼도 잡아당기고, 냉장고 문과 변기 뚜껑을 열어보며 휘젓고 다니는 그들의 왕성한 의욕을 감당해내기에 집은 너무 작아 보인다.
그렇다. 그들에게는 보다 큰 무대가 필요하다. 한번씩 나가서 에너지를 쏟고 와야 밥도 잘 먹고 무엇보다 밤에 푹 잘잔다는 걸 안 뒤부터 시간만 나면 어디로든 데리고 나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곳을 찾아 삼만리~
기운 넘치는 쌍둥이들의 새로운 놀이터 찾기

소규모 정원으로 운영되는 ‘놀이학교’ 스타일의 유치원은 플레이짐 기능은 물론, 실로폰 같은 악기나 도형 맞추기 교재들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 아이들 지능 발달에 도움을 준다.(왼쪽) 구멍이 뚫린 매트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즐거워하는 민정이.(오른쪽)


문제는 마땅히 놀 데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둘이 동시다발적으로, 게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니 바깥 놀이터에선 행여나 시야에서 한 명이라도 사라질까 두렵다. 대형 마트에 가서 아이들을 짐수레 같은 데 태우고 끌고 다니면 당장은 편하고 아이들도 신기할 테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공급받는 불쾌한 이산화탄소와 소음에 계속 노출된다는 사실이 반갑지만은 않다. 아이들이 운동을 하지 못하고 앉아만 있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집 근처 탄천 변이나 공원도 가보지만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얕아도 물에 빠지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 데려온 개에 잘못 물리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공원 안으로 오토바이가 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놀이방’ 이름을 단 어린이 전용 실내 놀이터(요즘 엄마들은 ‘플레이짐(Play-gym)’이라고 부른다)는 그런 점에서 매력적인 공간이다.

기운 넘치는 쌍둥이들의 새로운 놀이터 찾기

알록달록한 장난감을 두 손에 쥐고 신나는 동요에 맞춰 춤을 추는 민정이와 유정이. 이렇게 놀고 나면 반찬 투정 없이 밥을 잘 먹을뿐더러 밤에도 깨지 않고 잘 잔다.(왼쪽) 집에서는 보지못한 대형 실로폰에 푹~ 빠져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노는 쌍둥이들.(오른쪽)


집 거실보다 몇 배나 큰 공간에서 미끄럼도 타고 생전보지 못했던(그래봐야 2년도 안 되겠지만) 자동차도 타고 블록도 만져보고 모형 움막집에도 들어가보고 하니 아이들은 신기해 어쩔 줄을 모르는 표정이었다. 넓긴 해도 어차피 실내에서 ‘움직여야 벼룩’이란 생각에 외부 어느 곳보다 수월하게 아이를 돌볼 수 있었다. 기저귀 가는 곳과 간식 파는 곳이 따로 있는 것도 맘에 들었다. 집 근처 죽전이나 수지에 있는 소규모 플레이짐은 2시간에 5천원, 서울 도심과 강남권의 대형 플레이짐은 그보다 1.5~2배 정도 비싸지만 처음엔 기꺼이 돈을 내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도 그리 맘놓고 있을 곳은 아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됐다. 20개월 정도 된 유아부터 심하면 6, 7세 된 어린이까지 한 공간에서 놀기 때문에 아무래도 출고연도(?)가 덜 된 어린아이들은 초등생 수준의 어린이들과는 ‘파워 게임’에서 밀리기 마련이다.
특히 입장객들이 붐비는 오전 11시경부터는 외부 놀이터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진배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언니 오빠들과 섞여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잘못 부딪히기라도 하면 아이들이 큰 상처를 입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놀이학교’ 스타일의 유치원에서 아빠와 함께 신나고 재미있게~
아내와 상의 끝에 놀이방 시설이 완비돼 있는 유아대상 유치원에 보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내가 찾아간 집 근처의 킨더슐레 죽전원이란 곳에서는 24개월 미만의 아동반은 개설돼 있지 않지만 몇 개월 뒤 보낼 생각이라면 ‘적응 훈련’도 할 겸, 기존 유아들의 퇴원 시간에 와서 놀게 해도 좋다고 했다. 공식적으로야 이런 제도가 있지 않겠지만, 그래도 동네 유치원들은 잘 찾아보면 어느 정도의 타협이 가능할 것도 같다. 한 반에 7명 정도, 소규모 정원으로 운영되는 이런 ‘놀이학교’ 스타일의 유치원들은 플레이짐 기능은 물론, 실로폰 같은 악기나 도형 맞추기 교재들도 많아 풍성하게 아이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주었다. 우리 아이들만 있으니 부딪히거나 다칠 염려가 적은 것도 좋았다. 당분간 1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이런 식으로 애들을 놀게 해주리라 마음먹었다.
참, 어쨌거나 아빠 입장에서 플레이짐이 좋은 이유 하나를 더 들라면 ‘사진 효과가 좋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놀이기구들 색깔이 형형색색 컬러풀의 극치를 달려주는 데다 바뀐 환경을 접하는 아이들의 시선도 순간순간 ‘몰입’모드로 바뀌어 카메라를 갖대댈 때 아이들이 평소보다 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물론 만족감에 겨워 활짝 웃는 표정을 포착하기도 어렵지 않다. 이런 이유로, 한 번 갈 때 왕창 찍어놓고 보면 뭔가 의무방어전을 달성했다는 뿌듯함이 들게 된다.
정신없이 놀면 열량 소모가 많아서일까, 집에서는 그렇게 밥숟갈 피해 도망가기 바쁘던 애들도 그런 곳에서는 빵이나 두유 같은 걸 슬쩍슬쩍 입에 넣어주어도 ‘좋아라’ 하고 받아먹기 바쁘다. 아이들을 챙기다 보면 문뜩 이런 생각이 든다. ‘애들은 얼마나 좋을까? 잘 먹고 잘 놀기만 해도 보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

조인직 기자는…
동아일보 정치부 경제부 등에서 7년여간 일했으며, 지난해 7월부터 시사월간지 ‘신동아’ 기자로 일하고 있다. 2002년 10월 결혼해 2005년 5월 쌍둥이 딸인 유정·민정이를 낳았다. 쌍둥이다 보니 손이 많이 가고 그만큼 육아에 적극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그는 이제 ‘육아의 달인’이라는 애칭을 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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