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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한 빌딩 숲 속 ‘빈틈’을 찾아서~ 서울 경희궁 주변

글·구가인 기자 / 사진·김성남, 지호영 기자

입력 2007.04.16 19:04:00

경희궁은 서울의 대표적 도심지인 광화문과 서대문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는 이 일대에서 경희궁과 그 주변의 극장, 박물관, 미술관은 빈틈없을 듯 보이는 이 지역의 ‘빈틈’ 같은 장소들이다. 봄날,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봤다.
빽빽한 빌딩 숲 속 ‘빈틈’을 찾아서~ 서울 경희궁 주변

1 경희궁은 빌딩숲을 이루고 있는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에 자리하고 있다.
2 서울역사박물관 내부 모습.
3 서울역사박물관 야외 카페.


틈, 하나. 궁 · 박물관
경복궁이나 창경궁, 덕수궁은 익숙하건만 경희궁은 왠지 낯설다.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서대문역 사이에 위치한 경희궁은 광화문과 정동 일대를 걸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그 앞을 지나쳐 봤을 만큼 접근성이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실제로 그 안에 들어가본 사람은 많지 않다.
경희궁은 조선후기에 지어진 이궁(임금이 왕궁 밖에서 머물던 별궁)이라고 한다. 원래는 그 안에 1백여 동의 크고 작은 건물이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에 경성중학교가 들어서면서 대부분의 건물이 헐려나갔고 현재는 일부 건물만 복원된 상태라고.
입장료를 받는 이도, 딱히 제재하는 이도 없다 보니 되레 긴장하게 된다. 몇 번 머뭇거리다가 산책 나온 듯 보이는 할아버지를 따라 들어간 경희궁 내부는 예상보다 넓어서 놀라게 된다. 더불어 그 넓은 공간에 적막하다 싶을 정도로 사람이 드물어 한 번 더 놀란다.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입구인 흥화문을 들어서면 왼편엔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이 있고, 너른 광장에 드문드문 햇살을 쬐는 사람들이 보인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입구인 숭전문이, 그 너머에 우리가 익히 TV와 사진 등을 통해 보아왔던 정전인 숭전전이 있다. 이곳에서는 조회와 궁중연회, 사신접대 등 공식행사가 이뤄졌다고 하는데 임금이 앉았던 어좌 근처로 올라가 아래에 쪼르르 세워진 정일품, 정이품 등이 쓰여진 품계석을 보면 어디선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참고로 이곳은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궁’의 촬영지이기도 하다고.
사실 경희궁은 아직 완벽한 복원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살짝 ‘썰렁’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혹 역사적인 체험에 목말라하는 이라면 바로 옆에 있는 서울역사박물관(02-724-0114)을 방문할 것을 권한다. 이 일대에는 농업박물관, 경찰박물관 등 다양한 박물관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지난 2002년 개관한 서울역사박물관은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에는 특별전시관, 상설전시관, 기증유물전시관, 작은전시관과 문화정보센터, 시청각실 등 다양한 시설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어른 7백원, 어린이 무료). 그중에서도 3층 상설전시관은 터치 뮤지엄과 영상물 등 시청각을 활용한 전시가 많아서 흥미로운 곳. 각 관마다 다르지만 하루에 서너 차례 도슨트(작품 해설사)를 통해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있고, 한적한 편이라 사람에 떠밀리지 않고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밤 10시까지 개관돼 온 가족이 함께 저녁시간에 방문해도 좋을 듯하다.

빽빽한 빌딩 숲 속 ‘빈틈’을 찾아서~ 서울 경희궁 주변

1 품계석이 늘어서 있는 경희궁 숭전전 앞.
2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로비,
3 빌딩 내 영화관 씨네큐브,
4 빌딩 앞에 설치된 조너선 브로프스키의 ‘망치질하는 사람’,


틈, 둘. 극장, 미술관 및 문화시설
역사공부를 끝내고 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서울역사박물관 건너편에 위치한 흥국생명 신사옥에 방문할 것을 권한다. 이곳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건물 앞에 설치된 망치질하는 거대 조형물. 1분17초 간격으로 오른손에 든 망치를 서서히 내렸다 올리기를 반복하는 이 조형물은 미국의 설치미술 작가인 조너선 브로프스키의 작품 ‘망치질하는 사람(hammering man)’인데 기계처럼 노동하는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거라고. 이 작품 외에도 이 건물 내부에는 흥미로운 미술작품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로비의 벽면과 바닥 등 공간 구석구석을 유심히 살펴보면, 슬그머니 미소 지을 만한 재미있는 ‘꺼리’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 건물에는 예술영화 전용극장인 씨네큐브(02-2002-7770~1)와 갤러리 공간인 일주아트 스페이스(지하), 각종 영상관련 자료를 빌려볼 수 있는 일주아트 아카이브(로비) 등이 위치해 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질 높은 영화 한 편과 갤러리를 돌아보는 것도 신선한 경험이 될 듯하다.
서울역사박물관 바로 옆에 위치한 가든플레이스 내 미로스페이스(02-3210-3357) 역시 예술영화를 볼 수 있는 곳. 다른 극장에 비해 푹신푹신하고 넓은 좌석, 고급스러운 분위기때문인지 왠지 특별한 대접을 받는 듯 뿌듯하다.
이 외에 봄 날씨를 즐기며 좀 더 걷고 싶은 이라면 경희궁 뒤편에 있는 성곡미술관(02-737-7650)에 가보자. 가든플레이스 옆 골목으로 300m 정도 돌아 올라가면 찾을 수 있는 성곡미술관은 바깥 조각공원이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 조각공원을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최근 재오픈한 찻집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틀에 맞춘 듯한 삶은 답답하다. 빽빽한 빌딩 숲 속의 한적한 공간, 촘촘하게 짜인 바쁜 일상 속에 한 템포 늦추는 여유… 어쩌면, 삶을 삶답게 만들어주는 건 ‘빈틈’인지도 모른다. 햇살 좋은 날, 하루쯤은 ‘빈틈’을 찾아 나서보는 게 어떨까.
빽빽한 빌딩 숲 속 ‘빈틈’을 찾아서~ 서울 경희궁 주변

1 로비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강익중의 ‘아름다운 강산’ 작품 일부.
2 흥국생명 빌딩 내 갤러리 일주아트 스페이스.
3 성곡미술관은 야외조각공원이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4 서울역사박물관 옆, 가든플레이스. 레스토랑과 카페, 예술영화 전용관 등이 들어서 있다.



여성동아 2007년 4월 5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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