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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지혜로운 엄마

탤런트 박혜숙 교육법 공개

지난해 사법시험 합격한 외아들 장가 보낸~

글·송화선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7.04.06 13:50:00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신입사원’ 등에서 감칠맛 나는 연기로 사랑받은 중견 탤런트 박혜숙. 그의 외아들이 지난해 사법시험에 합격해 올해 사법연수원에 들어갔다. 합격자 발표 후 곧 며느리를 맞아들여 경사가 겹친 박혜숙을 만나 행복한 요즘 얘기를 들었다.
탤런트 박혜숙 교육법 공개

서민적이면서도 따뜻한 연기로 사랑받아온 중견 탤런트 박혜숙(59). 최근 그의 얼굴에 싱글벙글 웃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아들 세원씨(29)가 지난해 제4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 지난 3월 사법연수원에 들어간 아들 얘기를 나누며 ‘정말 기쁘시겠다’고 인사를 건네자 그는 “해준 것도 없는데 스스로 잘 커준 아이에게 고마울 뿐”이라며 얼굴을 붉혔다. 금세 발그레해진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이 번졌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박혜숙은 연예계에서 소문날 만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사람이다. 그의 남편은 전 KBS 드라마 PD 이정훈씨(67). 두 사람의 인연은 박혜숙이 KBS에 입사할 무렵 시작됐다고 한다. 그는 70년 KBS 탤런트 모집공고를 보고 마지막 날까지 원서를 낼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날짜를 넘겼는데, 친구가 안타깝다며 다음 날 대신 원서를 들고 KBS에 찾아갔다고 한다. 마침 일요일이던 그날 당직이 바로 이 PD. 이 PD는 이미 기간이 지났는데도 그 원서를 받아 대신 접수시켜줬고, 덕분에 박혜숙은 탤런트가 될 수 있었다.
“합격자 발표가 난 다음에 그 친구가 자꾸 그 PD를 찾아가 식사 대접을 하라고 하는 거예요. 간신히 용기를 내서 PD실로 찾아갔죠. 그런데 제 얘기를 듣더니 남편은 제 쪽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먹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하더군요. 그 말 한마디만 하고 손에 들고 있던 신문으로 눈을 돌리는 거 있죠?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던지 ‘내가 언젠가 저 콧대를 꼭 꺾고 말리라’ 하고 결심했어요(웃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박혜숙은 젊은 여자에게 휘둘리지 않는 남편의 꼿꼿함에 내심 반했다고 한다. 그리고 함께 방송활동을 하며 그가 실제 성실하고 진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한 3년쯤 지나니 ‘이 사람이라면 내 인생을 맡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남편을 열심히 꼬셔서 제게 넘어오게 만들었어요(웃음). 당시 남편은 생활이 별로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그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제가 먼저 결혼하자는 얘기도 꺼냈죠.”
두 사람은 75년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6남매의 막내로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랐다는 박혜숙은 “처음에는 8살 연상 남편과 알콩달콩 연애하듯 살지 못하는 게 아쉽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뜨거운 사랑보다는 믿음과 존경으로 시작한 결혼생활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행복하게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원씨는 두 사람이 지난 79년 낳은 금지옥엽 외아들. 둘 다 드라마 촬영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기 때문에 아이를 더 낳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하나뿐인 아들을 귀하게 키웠다고 한다. 각종 촬영 일정으로 바쁜 중에도 집에 들어가면 늘 안아주고 뽀뽀하며 사랑을 줬다고. 하지만 귀한 만큼 예의범절이나 생활습관 면에서는 철저히 원칙을 지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예쁘다고 응석을 다 받아주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우리 아이가 밖에서 미움을 사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게 싫어서 일부러 더 깐깐하게 굴었죠. 오죽하면 아들이 ‘엄마, 진짜 우리 엄마 맞아?’라고 물은 적도 있어요(웃음).”
그가 잊을 수 없는 기억은 아들이 중학교 때 도시락을 잃어버리고 온 일. 박혜숙은 종종 물건을 잘 흘리는 아이의 버릇을 바로잡아주기 위해 그날부터 도시락을 싸주지 않았다고 한다.

탤런트 박혜숙 교육법 공개

세원씨가 어리던 시절 단란한 한때를 보내고 있는 박혜숙 가족.


“그렇게 열흘 정도를 보내다 슬쩍 ‘그런데 요즘 학교에서 배 안 고프니?’ 하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풀이 죽어서 ‘실은 배고프다’고 하더라고요. ‘그동안 밥 싸줄 데가 없어서 못 싸줬지. 엄마하고 다시는 도시락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할래?’ 했더니 아이가 당장 ‘다시는 안 잃어버리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새 도시락을 사준 뒤로 물건 잃어버리는 버릇이 사라졌어요(웃음).”
좋은 습관을 길러주는 데는 이렇게 열심이었던 반면, 조기교육을 시키거나 아이에게 공부를 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 한글을 따로 가르친 적도 없을 정도라고. 아들은 집에 오면 늘 책을 읽으며 드라마 대본 콘티를 만드는 아빠와, 대본을 연습하고 원작을 찾아 읽는 엄마를 보며 자연스레 글씨를 배웠다.
“제가 ‘세원아, 저기서 ‘팔도강산’ 대본 가져와’ 하면 제대로 된 걸 찾아 와야 하잖아요(웃음). 그러면서 한 글자 한 글자 그림처럼 외운 거예요. 학교 갈 때쯤엔 그래도 제법 글씨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받아쓰기만 하면 다 틀리고 오더라고요. 읽을 줄만 알았지 써본 적이 없으니 뭐가 뭔지 헷갈렸나봐요(웃음).”
세원씨는 초등학교 시절 꼴찌에서 3~4등을 할 정도로 공부와는 ‘담을 쌓은’ 아이였다고 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야구하기 좋아하고, 만화책 보는 데 푹 빠져 있었다고. 하지만 박혜숙은 “어차피 공부는 마라톤인데, 미리부터 재촉하다가 지치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뒀다고 한다.

“과외비 전부 현금으로 쥐어주며 무언의 압력 가했더니 스스로 공부하는 법 익혔어요”
“세원이가 ‘공부’를 제대로 한 건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어요. 아이 아빠가 PD를 하기 전에 잠시 영어선생님을 한 적이 있는데, 아이 영어만큼은 자기가 기초를 닦아줘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책 한 권을 골라 직접 가르치더라고요. ‘이 책만 제대로 보면 앞으로 영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방학이 끝날 때가 되자 세원이가 영어에 부쩍 자신을 갖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뒤로 세원씨는 우등상을 탈 정도의 성적을 유지했다고. 여전히 시험 전날까지 친구들과 야구를 하며 뛰어노는 바람에 1등을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디 가면 ‘공부 잘한다’는 얘기는 듣는 정도였다고.
“그러다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쯤 갑자기 ‘엄마, 다른 애들은 다 공부하는데 나만 이렇게 놀아도 될까?’ 하데요. 짐짓 ‘공부 안 해도 그렇게 잘하는데 무슨 공부를 더 해?’ 했더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자기 수학 과외 좀 시켜달라고 하더라고요.”
마침내 아들이 스스로 공부의 필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박혜숙은 처음에는 친구들과 함께 그룹 과외를 시켜줄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알아보니 세원씨와 비슷한 수준의 친구들은 이미 수학을 15과 이상 예습해둔 상태였다고. 도저히 그 아이들과 함께 공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 부득이 개인 과외를 시켜야 했다. 박혜숙은 이왕 시키는 김에 영어도 그룹 과외를 하게 했다고 한다.

탤런트 박혜숙 교육법 공개

“당시 세원이를 가르친 선생님이 좀 유명한 분이어서 교육비가 꽤 비쌌어요. 아이 아빠는 늘 ‘학교 공부만 하면 된다’고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과외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제 돈에서 몰래 과외비를 줬죠. 사실 난생처음 시켜보는 과외라 그 돈을 준비하는 데 괜히 마음이 떨리더군요. ‘엄마가 고생해서 번 돈이니까 공부 열심히 해’ 하며 잔소리하고 싶지는 않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혼자 고민했어요.”
그러다 박혜숙은 과외비를 전부 1만원짜리 지폐로 바꿔 봉투에 담았다고 한다. 그리고 “선생님께 갖다 드리라”며 직접 아들 손에 쥐어줬다고. ‘네가 이만한 돈을 주고 배우는 거니까 열심히 하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그렇게 한 석 달쯤 지났는데 세원이가 불쑥 ‘이제 과외 그만 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느냐’ 했더니 ‘영어는 누가 가르쳐준다고 느는 게 아니라 원래 혼자 하는 거고, 수학은 이제 다 따라잡았다’며 ‘지금까지 말은 안 했지만 엄마한테 그 돈을 받아갈 때마다 내 피가 말랐다’고 하더군요(웃음). 그때 이후로 세원이는 대학생 과외 선생님한테 수학을 좀 보충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혼자 공부했어요.”
잔소리를 하는 대신 확실한 행동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박혜숙표 교육법’이 성공한 것이다. 고등학교 진학 무렵 석 달 동안 영어·수학 기초를 잡은 세원씨는 그 뒤부터 수능 모의시험을 치르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고 한다. 그리고 명문대에 진학한 뒤 사법시험에도 합격한 것. 세원씨는 수험생활을 오래 하지 않고 군 제대 후 3년 만에 시험에 합격해 기쁨이 더 컸다고 한다.

“시험 합격하자마자 장가가겠다고 했을 때 서운했지만, 이젠 예쁜 며느리 들여준 아들에게 고마워요”
“다른 집은 수험생 시집살이를 한다는데 저는 아들이 대학 갈 때나 사법시험 볼 때 특별히 해준 게 없어요. 사법시험 준비할 때는 제가 일어나기도 전에 공부하러 나가고 워낙 밤늦게 돌아와 얼굴 보기도 힘들었죠. 제가 일 때문에 늦게 들어오는 날 어쩌다 마주치면 공부하다가 나와서 제 어깨 주물러주고, 말벗도 해줄 정도로 오히려 아들이 저를 더 챙겨줬어요(웃음).”
그래서 세원씨는 가끔 농담처럼 “엄마는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내게 잘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박혜숙이 아들의 합격 소식을 듣고 “이제는 그동안 못해준 거 실컷 해주면서 알뜰살뜰 재밌게 지낼 수 있겠다”며 기뻐했던 것은 이런 미안함 때문이었다고. 그런데 박혜숙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들이 합격자 발표가 난 뒤 채 열흘도 지나기 전에 “장가가고 싶다”고 선언한 것이다.
“마침 밖에서 일을 보고 있는데 세원이가 전화를 했어요. 상의할 게 있다면서 몇 시에 집에 돌아오느냐고 묻더라고요. 아들은 제가 밖에서 일할 때 절대 방해하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슨 일인가 싶었죠. 알고 보니 한시라도 빨리 결혼 얘기를 의논하고 싶었던 거예요. 사법시험 준비하면서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는 건 알았지만, 합격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집 나갈 궁리를 하나 생각하니 배신감이 들더군요.”
아들이 “일단 한 번 만나보면 엄마 마음에 쏙 들 것”이라며 여자친구를 소개했지만, 박혜숙은 서운한 마음에 집에 온 예비 며느리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날 저녁 아들이 제게 ‘뭐가 엄마 마음에 들지 않느냐’고 묻더라고요. 평소에 제가 ‘네가 어떤 여자를 데려와도 엄마는 다 좋아’라고 말해왔던 터라 충격이 큰 것 같았어요. 그래서 솔직한 마음을 다 얘기했죠. ‘난 네가 연수원은 졸업하고 결혼할 줄 알았다. 한창 공부해야 할 때고 이제야 겨우 엄마 아빠와 같이 제대로 살게 된 건데 어쩌면 이렇게 불쑥 장가가겠다는 말을 할 수 있냐’고요. 아들은 ‘제가 장가가는 게 아니라 여자친구가 시집오는 것’이라며 저를 설득하다가, 제가 영 받아들일 눈치가 아니니 그만 포기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군요.”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뒤 박혜숙은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들에 대한 서운함 때문에, 다음에는 미안함 때문이었다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이 아들을 곁에 두고 싶다는 이유로 그의 결혼을 반대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자기가 할 일을 안 한 것도 아니고, 열심히 공부하면서 사랑까지 열심히 해서 원하던 목표를 이룬 뒤 결혼하겠다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싶더라고요. 제가 속 좁게 행동하는 바람에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야 할 아들이 슬퍼졌다는 게 미안했죠.”
생각을 바꾸자 마음에 쌓여 있던 아들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도 눈 녹듯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만난 예비 며느리는 세상에 다시없이 사랑스러웠다고. “어쩌면 지난번엔 이런 모습이 안 보였을까 싶을 만큼 싹싹하고 총명하고 현명한, 늘 밝게 웃는 얼굴이 정말 예쁜 아이”였다고 한다.
“며느리에게 우리 아들 어디가 좋으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어머니, 저는 세원씨를 존경해요’ 하더군요. 여자친구에게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우리 아들이 자랑스럽고, 그렇게 얘기할 줄 아는 며느리도 사랑스러웠어요(웃음). 며느리 자랑도 팔불출인가요? 그런데 정말 우리 아이는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이 예뻐요.”
그 이후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합격자 발표가 난 뒤 채 석 달도 지나기 전인 지난 2월13일 박혜숙은 귀한 며느리를 얻었다. 아들 부부는 지금 분가해 사법연수원이 있는 일산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같이 살지는 못하지만 며느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하고 주말이면 찾아와 함께 식사를 해요. 아들 말처럼 제게 딸이 하나 생긴 거죠(웃음). 이제 바라는 건 두 아이가 지금처럼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행복하게 사는 것, 그리고 지금껏 성실히 살아온 아들이 앞으로도 건강하고 겸손하게 살면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것뿐입니다.”

여성동아 2007년 4월 5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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