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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문세와 콤비’ 데뷔 20주년 기념 음반 낸 ‘옛사랑’ 작곡가 이영훈

글·구가인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7.03.14 14:37:00

‘가수 이문세와 콤비’ 데뷔 20주년 기념 음반 낸 ‘옛사랑’ 작곡가 이영훈

누구나 한번쯤 우연히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다가 그 노래가 한창 인기를 모으던 시절, 혹은 그 노래가 묘사하는 순간을 추억한 적이 있을 것이다. 때로 어떤 곡들은 그 묘사가 치밀해 노래를 들으면 그 당시 정경과 향기까지도 떠오르게 된다.
‘광화문 연가’ ‘옛사랑’ ‘사랑이 지나가면’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 ‘슬픈 사랑의 노래’ 등 80, 90년대 인기를 끌던 가수 이문세의 발라드 곡 중에는 특히 이렇듯 시간을 되돌리는 힘을 가진 노래가 많았다. 지나간 사랑에 대한 아스라한 기억과 상실감을 섬세하게 묘사한 가사에 서정적인 멜로디가 스며 있는 그 노래들은 지금까지도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다. 이렇듯 ‘추억을 부르는 힘이 쎈’ 곡을 만들고 가사를 붙인 이가 작곡가 이영훈(47)이다. 대중에게는 이문세·이영훈 콤비로 더 익숙한 작곡가 이영훈이 그동안 사랑받은 곡들을 모아 인기 가수들과 새롭게 작업한 편집음반을 내 화제가 되고 있다. 작곡가 생활 20여 년 만에 대중 앞에 그 스스로가 나선 건 처음이라고 한다.
“내 평생 이렇게 (인터뷰를) 많이 해본 게 처음이에요. 심지어 텔레비전에도 나왔어요(웃음). 옛날에 음악 프로에 나간 적이 있는데 그때도 카메라에 찍히는 게 싫어서 다른 분을 피아노에 앉히고 저는 키보드 쪽에 숨어 있었죠. 작곡가가 내 생산품(노래)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져야지 괜히 유명세를 타고 연예인화되는 게 싫어서 그랬는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나오는 거라 아직 제가 링 위에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무리를 했죠(웃음). 그런데 부작용이 컸어요. 친구들이 다들 ‘신비감 다 깨졌다’ ‘머리 허연데 염색이나 하지 그랬냐’ 하면서 욕이란 욕은 다 하더라고요(웃음).”
영화나 CF, 드라마 음악 등을 제외하고도 그가 그동안 발표한 가요는 1백20여 곡 정도. 그중에서 90% 이상을 가수 이문세가 불렀다. 두 사람은 85년 이문세 3집 작업을 계기로 처음 만났다.
“예전에 킹레코드라는 녹음실이 있었어요. 조용필·나훈아·김추자 선배님 등이 다 그쪽 출신이신데, 그 당시엔 그곳이 메카였죠. 저는 거기서 아르바이트로 밴드의 피아노 반주를 했는데 이문세씨가 놀러 왔더라고요.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선배님이 이문세씨와 저를 소개시켜주셨어요. 저도 신인이고 이문세씨도 신인이었을 때인데, 당시 이문세씨는 가수로 데뷔했지만 가수보다는 진행자로서 유명한 상태였습니다. 그때부터 이문세씨에게 제가 만든 곡들을 들려주고 같이 연습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한 첫 작업에서 인기를 끌게 된 곡이 ‘사랑이 지나가면’이에요.”
이영훈은 2001년 이소라와의 듀엣곡 ‘슬픈 사랑의 노래’가 담긴 이문세 12집을 끝으로 작곡가로서 활동을 접었다. 이후에는 가족과 함께 호주 시드니로 이민을 가 작곡과 관련 없는 삶을 ‘누렸다’고 한다.
“전 제가 시인이라고 생각해요. 시인이 시를 팔아서 돈을 버는 건 아니잖아요. 저도 그래요. 노래를 팔아서 돈을 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제 노래가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곡의 가사도 다 제가 붙이고, 대부분의 노래를 이문세라는 한 가수에게만 주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도 시도했지만, 잘 맞는 사람이 딱히 없기도 했죠. 그 만큼 작품에 대한 강박이 심해서 몸도 많이 상했고, 자다가도 어떤 곡이나 가사가 생각나면 바로 적으려고 늘 머리맡에 메모지를 놓고 잘 정도로 긴장 속에 살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피아노를 치다가 어떤 곡이 떠올라도 그냥 한 번 치고 흘려보내요. 그러니까 편안하고 좋더라고요(웃음). 지금까지 그랬던 곡이 한 이십 편은 되는 것 같은데 다시 곡을 쓰고 싶게 되면 아쉽겠지만 한동안은 참 좋았어요.”
그가 만든 노래들은 대부분은 사랑을 주제로 한 곡, 그중에서도 지나간 사랑을 노래한 곡이 많다. 수많은 곡 중에서 특히 ‘옛사랑’을 자신의 대표곡으로 뽑는 그에게 과거에 집착하는 이유를 물었다.
“과거에 집착한다기보다는 과거를 아껴요. 일기를 쓰는 것처럼 지나간 하루하루를 소중히 생각하는 거죠.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생의 전반에 대해 쓸 순 없다 보니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썼다고 할 수 있는데, 한편으론 인생에서 제가 가장 관심을 갖는 주제가 사랑이기도 해요. 그 대표적인 곡을 꼽으라면 ‘옛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이문세씨의 7집 곡인데 그 이후엔 더 이상 쓸 가사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사랑에 대해 가진 생각들이 ‘옛사랑’에서 끝났고 그 이후의 내 노래들은 부연설명이에요. 먹고살아야 하니까 계속 써야 했지만(웃음).”

‘가수 이문세와 콤비’ 데뷔 20주년 기념 음반 낸 ‘옛사랑’ 작곡가 이영훈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텅 빈 하늘 밑 불빛들 켜져가면/옛사랑 그 이름 아껴 불러보네…(중략)…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 거야/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난 대로 내버려두듯이/흰눈 나리면 들판에 서성이다/옛사랑 생각에 그 길 찾아가지/광화문거리 흰눈에 덮여가고/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중략) (이영훈 작사·작곡, 이문세 노래 ‘옛사랑’ 中)

‘옛사랑’을 포함해 그의 노래에는 유난히 종로-광화문-정동 일대를 배경으로 한 곡이 많다.
“당시에는 데이트할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았어요. 대부분 종로랑 광화문 일대였으니까요. 카페는 답답하니까, 경복궁 갔다가 덕수궁 갔다가 신촌이나 광화문 일대로 가곤 했죠.”
광화문 일대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겪던 청년은 이제 스무 살짜리 아들을 둔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 됐다. ‘옛사랑’처럼 유난히 과거에 대한 애틋함이 깃든 그의 노래들을 들으며 혹 아내에게 원망을 듣진 않았을까.
“속으로 많이 삭이면서 살았겠죠(웃음). 그런 걸 드러내진 않았는데 이문세씨의 마지막 앨범에 들어 있는 ‘기억이란 사랑보다’ 같은 곡이 나오니까 좀 싫어하더라고요. ‘나 상업 작가야, 판 팔려고 하는 거야’라고 말해도 서운했나봐요(웃음).”

“노래 만들기 20년, 이제야 ‘작곡가 이영훈’이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게 느껴져요”
음악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일을 묻는 질문에 이영훈은 자신이 작곡가라고 불리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한다.
“‘작곡가 이영훈’이라는 말 자체가 참 뿌듯하게 느껴져요. 저한테는 작곡가라는 말이 극존칭처럼 느껴지거든요. 작곡가로 살아오면서 작곡가로서 인정받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고 자부해요. 10년 전만 해도 제가 작곡가인지에 대해 스스로가 의문스러웠고 언제쯤이면 ‘작곡가’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게 느껴질까 하면서 살아왔는데 20년 넘어가니까 받아들일 수 있어서 기뻐요. 이제는 제가 막 남발해서 써요. 이메일 마지막에도 모년 모월 모일 ‘작곡가 이영훈’이렇게 쓰고. 그럼 사람들은 그러죠. ‘얘 왜 이래’(웃음).”
작곡가 이영훈은 지난해 자신의 곡을 모아 이승철·윤도현·임재범 등이 참여한 ‘옛사랑’ 1집을 선보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2월 말에는 성시경·박혜경 등이 참여한 디지털 싱글을 선보였고, 4월 중에는 ‘옛사랑’ 2집도 발매할 예정이다. 더불어 내년쯤엔 자신의 곡만으로 뮤지컬을 만들 것도 계획하고 있다.
“작곡가가 마지막 가야 할 길이 영화와 뮤지컬이라고 생각했어요. ‘광화문 연가’라는 뮤지컬을 계획 중인데 사실은 이번 앨범도 제가 뮤지컬을 할 수 있을지 검증받는 심판대라고 생각해요. 아직 진행 중이라 속단하긴 어렵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어요.”

여성동아 2007년 3월 5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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