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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체험해서 얻은 독서지도 노하우’

두 아이 키우는 독서지도사 이은주

기획·송화선 기자 / 글·이승민‘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7.03.13 17:00:00

10년째 독서지도사로 일해온 두 아이의 엄마 이은주씨는 아이에게 책을 읽히는 데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휘력과 상상력을 길러주고, 글 종류에 따라 다른 읽기 방법을 알려주는 등 이씨가 직접 체험한 독서지도 노하우를 소개한다.
‘직접 체험해서 얻은 독서지도 노하우’

독서지도사 이은주씨(43)의 큰아들은 초등학교 때 이미 4천여 권의 책을 읽은 ‘책벌레’. 과외 한 번 하지 않고도 중학교 시절 내내 우등생 자리를 놓치지 않은 그는 올해 비평준화 지역 명문 사립고인 논산대건고에 입학했다. 초등학생인 둘째 아들 역시 취미가 독서일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고 한다. 가톨릭대 교육대학원에서 독서교육 석사학위를 받고 10년 째 초·중등생 독서지도사로 일하고 있는 이씨는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도록 이끌었다고 말했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인 큰아들 현오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 독서지도사 교육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늘 강의실에 아이를 데리고 다녔죠. 수업을 듣는 동안 현오에게는 책을 몇 권 주고 읽으며 기다리라고 했는데, 아이가 그때부터 책읽기에 재미를 붙인 것 같아요.”
특히 같이 수업을 듣던 다른 수강생들이 현오를 보며 “저렇게 어린 나이에 벌써 책을 읽네” 하고 칭찬해준 것이 아이에게 더 열심히 책을 읽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책을 읽는 일을 자랑스러워하게 되면서 저절로 더 많은 책을 읽게 됐다고.
“집에 가서도 잠들기 전에 늘 책을 읽어줬어요. 현오 아래로 다섯 살 터울인 동생 걸이가 있는데 두 명에게 각각 읽고 싶은 책을 고르라고 한 다음 순서대로 읽어줬죠. 걸이가 현오 책에서 이해 안되는 부분을 물으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요.”
이씨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시간은 10분 정도로 짧지만, 날마다 반복되면서 현오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한 번 더 복습하고, 걸이는 새로운 것을 익히며 점점 더 책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현오의 학교에서는 독서 기록을 적게 하고 그에 따라 상을 줬는데, 아이는 처음 책을 읽을 때 칭찬받아 신나했던 것처럼 상을 타고 싶어 더 열심히 책을 읽었다고 한다.
“아이가 책읽기에 재미를 붙이니 좋은 책을 골라주는 일이 엄마의 숙제가 됐죠. 저는 여러 기관의 추천도서 목록을 보며 모든 곳에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책을 우선적으로 읽게 했어요. 또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과 연관 있는 책들도 자주 권했고요.”
그러나 부모가 생각할 때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는 책을 추천하는 것과 동시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가 관심을 갖는 책도 읽도록 하는 일이라고 한다. 현오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TV에서 ‘다간’이라는 만화영화를 방송했는데, 아이가 그 만화를 무척 좋아하는 것을 보고 이씨는 ‘다간’을 책으로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고.
“주의할 것은 책을 막 읽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만화책을 읽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아이가 어릴 때 만화에 길들면 문장으로 된 글을 읽으려 하지 않거든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학습만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습만화는 아이들이 현재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서 만든 것인데, 아이가 어려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 억지로 가르치려 하기보다 차라리 제 나이가 됐을 때 책을 통해 알게 하는 편이 더 좋아요.”

‘직접 체험해서 얻은 독서지도 노하우’

초등학교 때 이미 4천여 권의 책을 읽은 ‘독서광’ 현오군은 올해 비평준화지역 명문 사립고인 논산대건고에 합격했다.


이씨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만 돼도 아이들이 친구와 어울리며 만화를 접하기 때문에 그전에 확실히 책 읽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 읽는 재미를 아는 아이는 나중에 만화를 접하거나 게임을 시작해도 그것에만 빠지지 않고 계속 책을 읽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는 영영 책 읽는 재미를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오 역시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만화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이씨는 만화에 재미를 느끼는 아이에게 ‘만화 삼국지’를 사줘서, 아이의 만화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소설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아이에게 책을 읽도록 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책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 엄마가 아이와 같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엄마들은 ‘그게 참 어렵더라’며 하소연해요. 아이의 생각을 알아보고 싶어서 확인하듯 질문하면 아이들이 대부분 아예 말문을 닫아버리거나 거부감을 보이거든요. 그럴 때는 엄마가 아무 뜻 없이 말을 거는 것처럼 툭툭 이야기를 던지는 게 좋아요. 예를 들면 아이가 읽은 책에 대해 ‘엄마는 주인공이 그렇게 행동하는 게 별로더라’ 하는 식으로 슬쩍 먼저 의견을 말해보는 거죠. ‘네가 주인공이면 그때 어떻게 했을 것 같아?’ 하면서 아이가 주인공의 입장이 돼 신나게 얘기할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고요. 아이가 읽을 책에 먼저 엄마의 생각이나 느낌을 적어놓는 것, 또는 중요하다 싶은 부분에 밑줄을 그어놓아 아이가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평소 아이와 끝말잇기, 첫말잇기 등을 하며 어휘력 길러주면 나중에 논술도 잘할 수 있어
이씨는 “평소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때 같이 읽은 책에 나온 구절을 자연스럽게 인용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아이는 그런 엄마를 보며 “책을 읽은 뒤에는 저렇게 일상생활에 적용해 말하는 거구나”라는 점을 배우고 자신도 은연중에 따라하게 된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책의 내용에 대해 토론하고 싶을 때도 기술이 필요해요. ‘우리 토론해보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말고, 아이가 어떻게 생각할지 분명한 주제에 대해 은근슬쩍 반대 의견을 내는 게 좋죠. 그러면 아이는 엄마 의견에 반박하기 위해 다양한 근거를 찾아내거든요. 그러는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능력이 부쩍 자라납니다.”
이씨는 “어린 시절부터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받은 아이는 나중에 논술도 잘할 수 있다”며 “논술에서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책읽기를 통해 아이의 논술 실력까지 키워주려면 좀 더 체계적인 지도도 필요하다. 처음 해야 할 일은 어휘력을 길러주는 것. 이씨는 “단어를 많이 알아야 글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경험과 생각도 명확히 표현할 수 있다”며 평소 시간이 날 때 아이와 끝말잇기, 첫말잇기 등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책에 나오는 단어를 놓고 게임을 하듯 비슷한 말과 반대말 찾기, 짧은 글 쓰기, 무슨 뜻인지 설명하기 등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책을 읽기 전 제목이나 차례만 보고 내용을 상상하게 하거나, 책을 다 읽기 전 “주인공이 그 뒤에 어떻게 됐을 것 같아?”라고 물어보며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이의 사고력을 길러주는 비결. 형제들끼리 같은 책을 읽게 한 뒤 중간 부분쯤 가서 그 다음에 펼쳐질 내용을 예측하게 해 누구의 상상이 가장 많이 일치했는지 맞춰보는 게임 방식으로 이야기를 짓게 하면 아이가 흥미를 갖고 책을 읽는다고 한다.

책에서 얻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K-W-L’ 정리법을 알려주는 것도 좋다. K는 ‘What I know(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 W는 ‘What I want to know(내가 알고 싶은 것)’, L은 ‘What I learned(내가 알게 된 것)’을 뜻하는 말. 책을 읽기 전 흰 종이를 한 장 꺼내 커다란 네모를 그리게 한 뒤 그 위에 K, W, L을 적고 책을 읽으며 빈칸을 채우게 하면 나중에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이가 책읽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글의 종류에 따라 읽는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일러주는 것도 좋다. 동화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지 등에 주의하며 읽고, 설명글은 무엇에 관한 내용인지 생각하고 읽으며, 주장하는 글은 주장의 근거가 타당한지 살피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좋다고. 이씨는 최근 이 같은 독서 지도 노하우를 모아 독서지도사 동료 이용씨와 함께 ‘초등논술에 날개를 다는 독서전략16’을 펴냈다.
“현오는 ‘수업시간에 가장 질문 많이 하는 아이’로 꼽힐 만큼 적극적이고 호기심 많은 아이로 자랐어요. 저는 그게 다 어린 시절 몸에 밴 독서습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씨는 현오가 고등학교에서도 지금처럼 열심히 책 읽고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를 유지한다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은주씨 강추! 초등학교 고학년생에게 유익한 책
4학년

넌 그럴 때 없니?/오은영/파랑새 어린이 60편의 동시와 그에 어울리는 작가의 짧은 에세이가 실린 동시집. 아이들이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상황이 조금은 엉뚱해서 재미있는 시로, 생각할 거리가 있어 좋은 시로, 아름다운 마음이 담겨 있어 감동적인 시로 구체화돼 있다.
야, 그림 속으로 들어가보자!/김기정/다림 초등학교 3, 4학년을 위한 그림 입문서. 동화 형식을 빌려 상상해 보기, 자세히 보기, 느껴지는 대로 보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쉽고 재미있게 그림을 이해하고 그림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게 장점.

5학년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유은실/창비 린드그렌은 ‘삐삐 롱스타킹’ ‘엄지소년 닐스’ 등 1백 편이 넘는 작품을 쓴 유명 동화작가. 이 작가의 작품만 읽는 주인공 ‘비읍이’를 통해 책을 읽으며 생각하고 자라나는 아이의 모습을 담았다.
음식을 바꾼 문화, 세계를 바꾼 음식/김아리/아이세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이 역사와 문화 속에서 어떻게 오늘에 이르게 됐는지를 묶어 이야기하고 있는 책. 세계 각국의 흥미진진한 요리와 우리의 음식문화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기회를 준다.



6학년

황토/김남중/아이세움 동학농민운동을 배경으로 재미와 감동을 주는 책.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오늘의 세상과 과거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수 있다.
세상 모든 화가들의 그림 이야기/장세현/꿈소담이 원시 동굴벽화에서 샤갈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유명한 그림들에 대한 이야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어간 화가들의 열정과 노력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여성동아 2007년 3월 5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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