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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야동순재’로 인기~ 이순재

글·김유림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2007. 02. 20

올해로 연기 경력 50년째에 접어든 중견 탤런트 이순재가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야동순재’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야동’(야한 동영상)을 보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귀여운 할아버지’로 사랑받는 이순재를 만났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야동순재’로 인기~ 이순재

“나원래 엄한 사람 아니야~ 허허.”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야동순재’란 별명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순재(73).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이들 못지않은 유머감각으로 시트콤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그는 실제로도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다. ‘야동(야한 동영상)’에 대해서도 그는 “야동? 그거 누구나 한번쯤은 봤잖아. 아마 제일 크게 웃는 사람이 많이 본 사람일걸?” 하면서 호탕하게 웃는다.
이순재라는 이름만으로도 무게가 느껴지는 그가 화장실에 앉아 노트북에 대고 “야동~야동” 하고 외치는 모습을 과연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집과 일터를 가리지 않고 ‘야동’을 보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모습에서는 ‘연민(?)’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그 역시 처음부터 ‘야동순재’를 흔쾌히 받아들이지는 못했다고 한다. 연기생활 50년 만에 처음 접해본 캐릭터인데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생인 외손녀와 여섯 살배기 외손자를 두었기에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처음엔 점잖은 체면에 꼭 해야 하나 싶었지만 어쩌겠어. 연기는 연기인걸(웃음). 코미디는 보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우면 절대 안 되는데, 다행히 재미있다고들 하니 그걸 위안 삼아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초등학생 외손녀가 방송 보고 이제는 ‘야동’ ‘OTL’이 뭔지 아냐고 물어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야동순재’로 인기~ 이순재

사실 그가 코믹 연기를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79년 TBS 방송국 시절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아롱이 다롱이’에서 이미 코믹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고. “이번 시트콤에서 큰아들(정준하)이 방귀를 잘 뀌는 걸로 나오는데, 이 또한 김수현 작가가 전작에서 먼저 사용한 설정”이라고 덧붙였다. 91년 방영된 김수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대발이 아버지(이순재)가 옷을 벗다가 아내(김혜자) 얼굴에 대고 방귀를 뀌는 장면이 그것. 또한 그는 2003년 SBS 시트콤 ‘흥부네 박터졌네’에서도 바람둥이 졸부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거침없이 하이킥’이 어린아이부터 어른에게까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가족 구성원이 다양하기 때문이야. 한 가정에 고등학생 손자부터 아들, 며느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 있잖아. 그들이 다 함께 소통하고 화목을 도모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달하거든. 노인네가 ‘야동’을 보려고 애쓰는 모습도 그렇고, 둘째 아들 민용이가 나에게 ‘OTL(좌절의 표시·O는 머리, T는 팔과 몸, L은 다리를 형상화해 머리를 땅에 엎드리고 무릎 꿇은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다)’ 등 인터넷 용어를 가르쳐주는 장면도 세대 간의 소통을 의미하지. 실제로 방송이 나가고 우리 손녀딸이 ‘할아버지, 이제 OTL이 뭔지 알아요?’ 하고 묻더라고(웃음).”
그는 반세기가 넘는 연기경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매 작품이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고,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라는 것. 현재 KBS 드라마 ‘꽃피는 봄이 오면’에도 출연 중인 그는 지난 연말까지 연극 ‘늙은 부부의 이야기’ 앙코르 무대에도 오르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 나이까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지. 아직까지는 체력이 따라주고 대본 외우는 실력도 쓸 만하거든(웃음). TV가 없던 시절, 연극부터 시작해 배우가 됐는데 요즘도 연기의 감을 잃지 않기 위해 꾸준히 무대에 서고 있어.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은데, 그렇다고 똑같은 패턴의 연기만 할 수는 없지. 내 연기에는 덧칠이 없어. 언제나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려고 하거든.”
요즘 새벽까지 밤을 새우며 촬영하는 날이 많다는 그에게 체력 유지비법에 대해 물어보자 그는 “젊어서부터 밤낮없이 일했기 때문에 이제는 요령이 생겼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기만 한다. 한창 때는 영화 네 편에 한꺼번에 출연하며 일주일에 하루도 집에 못 들어간 적도 많았다는 것. 하지만 그는 이내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젊은 시절 가족에게 소홀했던 게 가장 미안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그의 아내는 결혼 후 모든 활동을 그만두고 오로지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해왔다고 한다.
“군대를 다녀온 뒤 고등학교 연극부에서 연출을 맡았는데, 당시 연극에 참여했던 학생이 내 처제가 됐어. 내가 올린 작품이 그해 연극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고 장인어른이 고맙다며 저녁을 사주더군. 그 자리에 아내가 같이 나왔는데 내가 마음에 들어서 계속 만나자고 졸랐지(웃음). 3년 정도 연애를 했는데 그때만 해도 연애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어. 요즘은 나랑 노는 것보다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걸 더 좋아하지만 그래도 내 건강에 부쩍 신경을 쓰는 것 같아. 너무 무리해서 촬영하지 말라며 잔소리도 하고(웃음).”
‘거침없는 열정’으로 진정한 연기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오래전부터 후배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로 10년째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겸임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는 것. 젊은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레 트렌드를 익힌다는 그는 “학생들을 스타가 아닌 배우로 키워야 할 의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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