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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행복이 가득한 집

만혼 부부 기상캐스터 이익선·박상원

연년생 남매 돌보며 ‘천국과 지옥’ 오가는~

글·김유림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 의상협찬·쇼콜라

2007. 01. 24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이익선이 얼마 전 둘째 딸을 낳았다. 지난 2004년 결혼해 어느 덧 두 아이의 부모가 된 이익선·박상원 부부는 전쟁 같은 일상 속에서 새로운 행복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이 부부를 만나 만만치 않은 두 아이 출산·육아 이야기를 들었다.

만혼 부부 기상캐스터 이익선·박상원

지난 2004년 회계사 박상원씨(45)와 결혼한 기상캐스터 이익선(38)이 결혼 이듬해 ‘허니문 베이비’로 첫아들을 얻은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예쁜 딸을 낳았다. 다소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기에 출산을 서둘렀다는 두 사람은 “엊그제 결혼식을 올린 것 같은데 어느덧 아이가 둘”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연년생 두 아이를 키운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터. 이익선은 “요즘 같아선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랄 지경”이라며 육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저희 부부는 둘 다 나이가 많아 아이를 빨리 낳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부라면 신혼도 오랫동안 즐기고, 아이도 둘 이상 낳을 거면 어느 정도 터울을 두라고 권하고 싶어요. 연년생을 키워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고요(웃음). 그나마 둘째가 딸이어서 다행이다 싶어요. 주위에서 아들만 둘 키우는 엄마들을 보면 ‘여전사’가 따로 없거든요.”
생후 3개월에 접어든 둘째 채연이는 태어날 때부터 울음소리가 유난히 우렁찼다고 한다. 한번 울었다 하면 신생아실에 있는 모든 아기들을 깨워 ‘울음합창’을 할 정도였다고. 그렇다보니 아이가 울기만 하면 간호사들이 달려가서 안아줬는데, 그게 버릇이 돼 요즘도 엄마와 잠시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떨 때는 밤새 아이가 잠을 자지 않아 새벽까지 아이를 안고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조는 날도 많다고.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잠을 못자는 게 가장 힘들어요. 아기가 밤새 안 자고 칭얼거릴 때면 저도 따라 울고 싶다니까요(웃음). 그래도 생긋생긋 웃으면서 재롱을 피울 때면 천사가 따로 없죠. 특히 아이가 배가 고플 때면 어떻게 아는지 머리를 가슴 쪽으로 파고들면서 젖을 찾아요. 눈도 못 뗀 강아지가 어미젖을 찾는 것처럼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인간의 본성이 이런 거구나 싶고, 모성애가 더욱 강해지죠.”

만혼 부부 기상캐스터 이익선·박상원

평소 말수가 적은 남편 박상원씨는 아내와 술을 마시면서 속내를 털어놓는다고 한다.


제왕절개로 첫째 낳은 뒤 자연분만으로 둘째 낳은 ‘겁 없는’ 엄마
사실 그는 둘째 출산과 관련해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렸다. 첫째를 제왕절개로 출산한 뒤 둘째를 자연분만으로 낳는 브이백(VBAC) 시술에 도전한 것. 모두가 위험한 선택이라며 제왕절개를 권했지만, 둘째만큼은 자연분만으로 낳겠다는 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그는 산부인과와 조산원을 함께 다니며 태아의 상태와 산모의 상태를 살폈고, 결국 조산원에서 출산을 결심했다.
“시집 식구와 남편, 병원에서는 끝까지 위험하다고 반대했어요. 심지어 한 산부인과 의사는 자신의 집도 아래 브이백을 시도하다 산모가 사망한 경우도 있다며 겁을 주더라고요. 하지만 첫아이를 낳았을 때 자연분만하지 못했다는 데서 온 좌절감을 두 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어요. 오히려 다들 안 된다고 하니까 약간의 오기가 생기더라고요(웃음). 또한 조산원에서 출산을 준비하는 동안 과학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인체의 신비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실 아이가 35주 정도 됐을 때 거꾸로 서있어서 병원 측에서는 당연히 수술해야 한다고 했는데, 조산원 원장님이 배 마사지로 아이를 제자리로 돌려놨거든요. 그때 신뢰감이 더욱 생겼어요.”
그는 조산원 원장의 권유로 노산의 경우 반드시 해야 하는 양수검사도 받지 않았다. 바늘이 자궁에 들어오는 순간 태아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 그때부터 어떤 태교도 소용없다는 게 조산원 원장의 지론이기 때문. 그는 출산 직전까지 일반 산부인과에 다니면서 자연분만을 받아주길 기다렸으나 끝까지 허락을 받지 못하자 결국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첫째를 낳을 때는 열여섯 시간 동안 침대에 누워 허리가 끊어질 것처럼 아픈데도 옴짝달싹 못했는데, 조산원에서는 아이가 나오기 전까지 계속 운동을 시키더라고요. 계단을 오르내리라고 하고, 남편과 춤을 추라고도 하면서요. 또 혹시라도 이상한 기미가 보이면 응급실로 갈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상황을 알려주겠다고 해서 믿을 수 있었죠.”(이익선)
“처음에는 산모가 위험하다고 하니 반대를 많이 했어요. 다른 것보다도 응급상황이 발생할까봐 노심초사였죠. 아내가 진통을 시작하자 저는 어깨를 누르고 장모님은 한쪽 다리를 잡고, 간호사는 배를 위에서 아래로 밀었는데, 아내가 힘을 제대로 못 줘서 실핏줄이 터지기도 했어요. 조급한 마음에 응급실로 갈까 망설이는 순간 아이가 태어났죠. 아내와 아이를 보면서 강한 생명의 신비를 다시 한번 느꼈어요. 어머니한테는 아이를 낳은 뒤 전화로 말씀드렸는데, 처음에는 깜짝 놀라시더니 조산원에 와서 아이를 직접 보시고는 아내에게 기특하다고 하시더라고요.”(박상원)

동생 질투하는 첫째 아들 지환이, 올봄부터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
만혼 부부 기상캐스터 이익선·박상원

말 배우기에 한창인 큰아들 지환이와 웃기만 하면 천사가 따로 없다는 둘째 딸 채연이.


아이들과 하루 종일 씨름을 하다보면 세수도 못할 때가 있다는 이익선. 그는 요즘 동생에게 질투를 느끼는 아들 지환이 때문에 고민이 된다고 한다. 지환이는 엄마 외 어느 누구도 동생을 안아주지 못하게 하고, 자기한테만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데, 동생 사진도 못 찍게 하고,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엄마한테 응석을 부리며 관심을 끌려 한다고.
“동생이 울면 자기도 따라 울어요. 눈물은 나지도 않는데 소리만 ‘잉잉’거리는 거죠. 며칠 전에는 우는 소리로 ‘엄마’ 하고 불러서 가봤더니 소파 위에 앉아서 자기가 떨어뜨린 쿠션을 집어달라는 거예요. 그렇다고 아이를 나무랄 수만은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동생 때문에 엄마아빠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미안해요.”
결국 남편에게 지원요청을 한 그는 당분간 둘째는 자신이, 첫째는 남편이 맡기로 결정했다. 물론 하루 종일 큰아이와 함께 있는 건 엄마이지만, 퇴근 후나 주말에 큰아이의 서운한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많은 시간을 아빠가 책임져주기로 한 것. 며칠 전에는 그가 집에서 둘째와 실랑이를 하는 동안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기차박물관에 다녀왔다고 한다. 요즘 큰아이의 최대 관심사가 기차이기 때문이다. 장난감도 기차 장난감만 가지고 놀려 하고, 그림책도 기차가 그려져 있는 것만 본다고. 또한 남편은 아이에게 실제 기차를 보여주기 위해 서울역에도 자주 간다고 한다.
“서울역은 5백원만 주면 환송객들을 위한 입장권을 살 수 있어요. 아내가 챙겨준 간식을 먹으면서 하루 종일 기차 구경만 하다가 오죠. 이제는 아이가 KTX와 새마을호, 무궁화호를 다 구별할 줄 안다니까요(웃음). 제가 큰아이를 데리고 나가야 아내가 그나마 편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종종 지환이와 외출할 생각입니다.”
한창 말을 배우기 시작한 지환이는 요즘 어른들의 말을 따라하는 데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어느 날은 남편이 그에게 “여보, 물 좀 주세요”라고 하자 아이도 따라서 “여보, 물 좀 주세요”라고 말하고, 시어머니가 그를 “에미야”라고 부르자 아이도 그를 “에미야” 하고 부르더라는 것. 아이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말이 빠른 편이라고 한다.
이익선·박상원 부부는 오는 3월부터 큰아이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낼 계획이다. ‘공동육아’는 여러 부모가 돈을 모아 집을 마련한 뒤 놀이방 형식의 공간을 만들어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이들의 교육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놀이방이나 유치원과 비교해 아이들이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또한 선행학습보다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길러주고, 음식도 유기농 식품으로만 준비한다고 한다.
“EBS 라디오 교육방송 ‘부모의 시간’을 진행하다 공동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부모를 만나 관심을 갖게 됐어요. 처음에 보증금 형식의 목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아이가 더욱 자신감 있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 것 같아 공동육아를 결심했죠. 물론 공동육아를 100% 맹신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아이가 자연에서 생활할 수 있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직까지 해답을 찾지 못했다는 그는 적어도 아이가 후회하는 삶은 살지 않길 바란다고 말한다.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줄 알고, 소신껏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거나 실망하지 않는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는 것. 그는 “아이가 혼자 설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부모의 몫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익선은 첫째 출산 후 한 달 만에 방송일을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좀 더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기업체 강연을 비롯한 단발성 일은 꾸준히 하고 있으나 정규 프로그램을 맡는 건 아직까지 무리인 것 같다고. 또한 그는 오랫동안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방송 판도에 맞춰 기상캐스터만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그는 “TV나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도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산후우울증 겪는 요즘, 과묵한 남편한테 가끔 서운한 마음이 들어요”
부기가 3kg 정도 덜 빠졌다는 그는 첫째 낳기 전에 비하면 7kg이나 몸이 불어있는 상태다. 첫째 낳고 한 달 만에 일을 시작해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원인인 것 같다고. 이번에도 아직까지 운동을 시작하지 못했다는 그는 얼마 전부터 컨디션 회복을 위해 직접 뜸을 놓기 시작했다. 마른 쑥을 손으로 꼬아 향으로 불을 붙인 뒤 명치 위에 올려놓는데, 잠자리에 들기 전 아홉 개의 쑥을 차례대로 올려놓는다고. 쑥뜸을 뜨고부터는 몸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 숙면을 취할 수 있고 머리가 맑아져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고 한다.
한편 그는 출산 후 깨진 신체리듬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성격이 예민해지고, 가족들에게 서운한 마음도 드는 등 약간의 산후우울증 증세를 겪고 있다고 한다. 육체적으로 힘이 들다보니 자연스레 짜증이 늘고, 가끔은 가슴이 답답해지는 걸 느낀다고. 얼마 전에는 큰아이가 투정을 부리자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한다. 또한 그는 과묵한 남편에게도 서운한 기색을 비쳤다.
“남편이 가정적이고 온화한 사람이란 건 잘 알지만 워낙 말이 없어서 가끔 서운할 때가 있어요. 요즘 같으면 제가 산후 조리가 다 끝나긴 한 건지, 아이 낳으면서 생긴 탈항 증세는 좀 나아졌는지, 잠은 제대로 자고 있는지 등을 살갑게 물어봐주면 좋을 텐데, 무덤덤하다보니 저는 불만이 쌓이더라고요.”(이익선)
“아이 낳기 전에는 술을 마시면서 아내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눴는데 요즘은 아내가 수유를 하다보니 그럴 기회가 전혀 없어요. 아내가 불만을 털어놓아도 저는 ‘그러니까 얼른 수유를 끊고 술 한 잔 하자’며 농담을 해요. 제 성격이 이런 걸 어떡합니까. 앞으로는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웃음).”(박상원)
아이 둘 키우기가 만만치 않지만 결혼 후 진정한 인생을 배우는 것 같다고 말하는 이익선. 한때 결혼을 인생의 무덤이라고 생각하던 그이지만 지금은 자신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이 세상 어머니는 모두 위대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도 아이 낳기 전에는 뭐가 그리 대단한가 싶었는데, 막상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까 마음가짐부터 달라지더라고요. 항상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돼야겠다고 다짐하고, 좋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하거든요. 병원이나 조산원에서 보면 대부분의 산모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아이에게 젖을 먹여요. 그 모습을 보면서 ‘다들 전에는 자기 몸부터 먼저 챙기던 사람들이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니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더라고요. 엄마가 되면 어쩔 수 없나봐요(웃음).”
아들은 아들대로, 딸은 딸대로 키우는 재미가 다를 것 같다며 기대를 보이는 이익선·박상원 부부. 아이들이 얼른 자라 연애할 때처럼 주말마다 등산도 다니고, 가족 나들이도 다니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치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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