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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

새 음반 발매 기념 독주회 맞춰 나란히 한국 찾은 백건우 ·윤정희 부부

기획·구가인 기자 / 글·백경선‘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2007. 01. 12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영화배우 윤정희씨 부부가 지난 12월 초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 부부를 만나 30년 결혼생활, 다툼없이 살아가는 비결을 들었다.

새 음반 발매 기념 독주회 맞춰 나란히 한국 찾은 백건우 ·윤정희 부부

지난해 결혼 30주년을 맞은 백건우·윤정희 부부.


지난 12월 초 피아니스트 백건우씨(61)가 고국 무대에 서기 위해 부인인 영화배우 윤정희씨(63)와 나란히 서울을 찾았다. 지난 2005년부터 ‘피아노의 신약성서’라 불리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녹음에 나선 백씨는 제1집 베토벤 중기 소나타에 이어 최근 베토벤 초기 소나타를 녹음한 두 번째 음반을 발매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12월 한 달 동안 독주회를 열었다. 백씨는 12월11일 대구를 시작으로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거쳐 30일 의정부를 끝으로 전국 11개 도시 순회 일정을 마쳤다.
지난 12월6일 한국에 도착한 직후라 아직 시차 적응이 안 됐다는 백건우·윤정희 부부를 만났다. ‘먼 곳을 응시하는 듯한 표정, 말하기 전 곱씹는 듯한 말투’가 ‘건반 위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백씨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한다. 그런데 부인 윤씨와 함께 있는 그는 장난기 가득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평소 생각했던 백씨의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하자 윤씨는 “원래 둘이 있으면 장난을 잘 친다”고 말한다. 윤씨는 장난치는 백씨의 모습을 “혼자 보기 아깝다”며 “비디오로 찍어서 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웃었다.
백씨는 영화를 좋아하고, 윤씨는 학창시절 클래식 음악을 따로 공부했을 정도로 클래식을 좋아한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서로가 유명한 영화배우이며 피아니스트라는 사실을 알고 만난 것은 아니라고.
“처음 만났을 때 저는 뉴욕에서 유학하고 있었고 아내는 한국에서 배우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누군지 몰랐어요. 그러니까 순수하게 이성으로 끌린 거죠.”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72년 독일에서였다. 뮌헨올림픽이 열리고 있던 당시, 윤씨는 자신이 주연을 맡은 신상옥 감독의 영화 ‘효녀 심청’의 홍보차 뮌헨을 찾았다고 한다. 때마침 뮌헨에서는 작곡가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이 공연되고 있었기에 오페라 극장을 찾았다가 극장 계단에서 처음 백씨와 만났다고 한다. 백씨 역시 윤이상과 인연이 있어 오페라 극장을 찾았던 것.
“첫눈에 반했다”는 두 사람은 그 뒤 윤이상, 신상옥 감독과 함께 자리를 가졌고, 이어 독일 유학생들과 함께 세 번째 만남을 가졌다.

새 음반 발매 기념 독주회 맞춰 나란히 한국 찾은 백건우 ·윤정희 부부

백건우씨는 2005년부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목표로 앨범을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매된 두 번째 앨범(가운데).


“독일 유학생들과 맥주집에 모였는데, 말없이 구석에 앉아있던 남편이 조용히 다가와 장미꽃을 건넸어요. 주위에 있던 유학생들도 놀라고 저도 놀랐죠. 솔직히 말하면 좋았고요(웃음).”
“사실, 그때 저 자신도 깜짝 놀랐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모르겠어요(웃음).”
두 사람은 얼마 전 결혼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탈리아 연주회를 가진 뒤 폼페이와 소렌토를 여행했다. 하지만 서로에게 선물은 따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선물’이기 때문이라고. 그래도 특별한 날 선물을 받지 않아 서운하지 않았냐고 묻자, 윤씨 역시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한다.
“형식은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부부는 남편 연주회 때문에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어요. 결혼한 뒤에도 생일이나 무슨 기념일이라고 해서 선물을 주고받은 적이 없고요. 그래도 전혀 서운하지 않아요. 평소 많은 선물을 받으니까요. 특히 남편이 쇼핑을 좋아해 제 옷은 거의 남편이 선물해준 거예요. ‘무슨 날’만 잘하는 것보다 ‘항상’ 잘하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딸이 우리보고 슈퍼맨, 슈퍼우먼이라고 해요”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백씨는 유니버설 산하 세계적인 음반사인 데카 전속 아티스트로서 여전히 음반 발매와 연주 활동을 왕성하게 해내고 있다. 최근엔 스페인과 이탈리아, 파리 등에서 연주회를 가졌다고. 평소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백씨는 “우리 부부는 체력은 타고난 것 같다”고 말한다.
“자동차가 없어서 늘 걸어다니는데, 그게 바로 우리 부부가 하는 유일한 운동이죠. 아, 또 하나 있네요. 잘 웃는 거요. 요즘은 웃음이 건강에 좋다고 해서 더 많이 웃으려고 하죠.”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건강관리를 하기도 해요. 둘 다 워낙 맛있는 음식을 좋아해요. 저는 남편이 해주는 음식이 가장 맛있어요. 남편은 육개장에서 스파게티까지, 한식과 양식 두루 다 잘하거든요.”
백씨가 요리하는 모습이 상상이 안 간다고 하자, 백씨는 “시장 보고 요리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그러느냐”고 답한다. 독립해서 사는 딸(외동딸 진희씨 역시 바이올린 연주를 한다)이 집에 올 때면 미리 전화로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하기도 하는데, 딸이 주문한 메뉴를 만들면서 그는 한없이 행복하다고.
“우리 딸이 자신은 럭키하다고 해요. 엄마, 아빠가 음식을 다 잘 만든다고요. 부부 음식 콘테스트 같은 거 있으면, 아마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거예요(웃음).”
요리 잘한다는 이야기를 하다, 문득 윤씨는 백씨가 요리를 잘할 뿐만 아니라 손재주가 있어 그림도 잘 그리고, 가구도 잘 만든다며 남편 자랑을 한다. 그들 집은 백씨가 그린 그림, 직접 만든 책장, 책상 같은 가구들로 꾸며져 있다고.
“피아니스트에게 손은 생명이잖아요. 그래서 망치질 같은 것은 되도록 안 해야 하는데, 워낙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조심스럽게 하니까 하지 말라고는 안 해요. 가끔은 저 때문에 칼질도 하는걸요(웃음). 제가 미끄러운 것을 싫어해서 고등어 같은 생선을 못 만져요. 그래서 생선을 앞에 놓고 쩔쩔매고 있으면 남편이 얼른 와서 칼로 손질을 해주죠.”
이번 고국행에서 윤씨는 남편 백씨의 비서 역할뿐 아니라 또 다른 중요한 일을 했다. 지난 12월 중순 열린 청룡영화제 심사를 맡은 것. 요즘 각종 국내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씨는, 앞으로도 남편의 아내 겸 비서로 활동하며 영화제 심사위원일도 병행하겠다고 말한다.
한편 백씨는 한국에서의 독주회를 마친 뒤엔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모스크바, 체코, 폴란드 등에서 공연을 가진다. 또한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이라는 3년간의 대장정의 마지막 작업인 세 번째 음반을 만들 예정이다. 그리고 음반작업을 마친 후 다시 고국을 방문해 32곡을 하루 4곡씩 8일 동안 잇달아 연주하는 강행군(?)을 하겠다고 한다.
“딸이 우리보고 슈퍼맨, 슈퍼우먼이라고 한다”며 웃음을 터뜨리는 백건우·윤정희 부부. 항상 즐겁게 사는 것이 이들 부부의 건강과 행복 비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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