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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과서로 영어 정복하기’

두 아들 직접 가르쳐 수능 영어 만점 받게 한 아버지 김종근 공개

기획·송화선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6.12.20 18:20:00

영어를 잘 못하는 ‘토종’ 한국인으로서 직접 두 아들을 가르쳐 수능 영어 만점을 받게 하고 명문대에 합격시킨 김종근씨. 그를 만나 남다른 영어교육법에 대해 들었다.
‘중학교 교과서로 영어 정복하기’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회원국 평균치의 4배에 달한다. 특히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엔 조기 유학과 해외 단기 연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에게 어떻게 영어를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조기유학이나 해외연수는 물론 고액 과외 한 번 시키지 않고 두 아들을 직접 가르쳐 수능 영어 만점·명문대 합격이라는 결과를 거둔 아버지가 있어 눈길을 끈다.
김종근씨(57)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매일 저녁 직접 영어를 가르쳐 두 아들이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고 한다. 김씨와 함께 공부한 큰아들 현태씨(26)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취업 준비 중이며, 작은아들 효태씨(23)는 연세대 인문계열 학생이다. 그의 영어 실력이 보통 아버지들보다 뛰어났기 때문 아닐까? 하지만 김씨는 전혀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 역시 외국인 앞에 서면 ‘굿 모닝’ ‘하우 아 유’도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학교를 졸업한 뒤 영어라고는 한 번도 공부해보지 않은 보통 아버지였다는 것. 영어를 잘 못하는 아버지로서 그가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생각한 방법은 중학교 영어교과서를 활용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제가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교재를 잘못 고르면 내용을 틀리게 가르쳐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중학교 영어교과서는 쉽고, 값이 저렴한데다 내용까지 충실하니까 저 같은 사람에게 안성맞춤이었죠. 참고서가 많으니 미리 내용을 공부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았고요. 이것만 열심히 가르치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는 현태씨가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때부터 중학교 교과서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매일 퇴근 뒤 두 시간씩이었다. 당시 김씨는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정시 퇴근이 가능했고, 만나자는 사람이 있어도 선약이 있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시간엔 꼭 집을 지켰어요. 제게 가장 중요한 약속은 아들의 영어공부였으니까요. 결혼 전 약사로 일하던 아내도 아들 가르치는 걸 거들었죠.”
김씨는 “영어를 정복하는 데는 최소한 3천~4천5백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이런저런 사정을 봐가며 시간을 빼먹다보면 절대 영어를 익힐 수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작해 졸업 무렵에는 고3 과정까지 끝내
그가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할 때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아이가 영어에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림카드 등을 이용해 재미있게 알파벳을 익히게 했고, 발음 기호대로 읽는 법을 연습할 때는 과장해서 칭찬해줬다고 한다. 칭찬받는 데 신이 난 아이는 열심히 따라하며 새로운 철자와 발음을 익혀나갔다고 한다.

“아이가 일단 영어를 좋아하게 된 뒤부터는 격려만 해주면 됐어요. 매일 저녁 전날 내준 숙제를 검사하고 본문을 읽고 쓰게 한 뒤 단어·숙어 시험을 봤죠. 시험에서 100점을 맞으면 상금으로 천 원씩 줬습니다. 자기가 노력하면 돈을 벌 수 있게 되니 그렇게 좋아할 수 없더군요.”
큰아들은 영어를 공부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중반쯤 중학교 3학년 교과서를 모두 익혔을 만큼 빠른 속도로 영어를 배워나갔다고 한다.

‘중학교 교과서로 영어 정복하기’

아빠가 직접 영어를 가르치면서 가족 행복까지 얻었다고 자랑하는 김종근씨 가족.


“아이가 중학교 때 배우는 단어 1천4백 개를 모두 외우는 걸 보고 이제는 회화를 가르쳐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엔 영어 조기 교육이 유행이라 유치원 때부터 비싼 원어민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제 생각엔 최소한 중학교 3년 과정 동안 배우는 단어 정도는 알아야 영어회화를 쉽게 익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만 해도 영어회화 학원이 흔하지 않았고, 어린이를 가르칠 수 있는 곳은 더 드물었다고 한다. 김씨는 아들에게 회화를 가르치기 위해 직장인 대상 영어회화 학원이 많은 여의도로 이사를 했고, ‘아이는 받을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는 원장을 설득해 아들을 한 학원의 회화반에 등록시켰다고 한다.
“아이를 회화 학원에 보냈다고 함께하는 공부를 끝낸 건 아니에요. 오히려 그때부터 본격적인 공부가 시작됐죠.”
김씨는 아이가 학원에서 교재로 쓰는 영어회화 책을 3권씩 구입했다고 했다. 한 권은 아버지용, 한 권은 어머니용이었다. 늘 그 책을 갖고 다니면서 다음 날 진도 나갈 단어를 미리 찾아 단어장을 만들고 퇴근 뒤 아이에게 주며 같이 공부했다고. 고등학교 영어교과서로 진도를 나가는 것도 계속했다.
“아이도 나름대로 바쁘잖아요. 학교 숙제도 해야 하고, 밖에서 뛰어놀기도 해야 하고, 잠깐 TV 만화도 봐야 하니 말입니다. 새로운 단어 찾기 정도는 부모가 대신 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자기 자식을 가르치는 즐거움은 안 느껴본 사람은 모릅니다. 아이가 모르던 것을 조금씩 깨치고 알아가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보람 있는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김씨는 둘째 아들도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가르쳤다고 한다. 두 아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고3 영어교과서까지 끝냈고, 회화는 고급반인 ‘프리 토킹반’에서도 어른들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능숙해졌다고.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간 뒤부터는 더 이상 공부를 봐주지 않았어요. 자기들이 알아서 실력을 쌓았죠. 두 아들 모두 수능시험에서 영어 만점을 받고, 원하던 대학에 무난히 합격했습니다.”
김씨는 아이들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치면서 자신도 큰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아이들은 매일 성장하는데 저만 놀 수 없어 세무사 공부를 시작했어요.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시립도서관에 가서 같이 공부했죠. 점심시간엔 아내가 만든 도시락을 잔디밭에 펼쳐놓고 함께 먹고요. 그 덕분에 세무사 시험에 합격, 지금은 세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이 그 시절 휴일 나들이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할 정도로 돈독한 가족의 정도 쌓았고요.”
김씨는 최근 이 같은 교육 경험을 담은 책 ‘사교육비 안 들이고 자녀 영어회화공부 성공하기’를 펴냈다.
“가족의 행복은 경제문제와 아이들 교육문제, 이 두 가지만 해결되면 저절로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영어교육을 직접 맡으면 이 두 가지 조건이 다 해결되죠. 자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얻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은 덤이고요.”
김종근씨가 귀띔해준 자녀 영어교육 노하우
영어 이름, 지명을 외우도록 한다
우리가 평소 나누는 대화 중에는 사람 이름이나 지명 등 고유명사가 무척 많다. 이것이 사람 이름인지 영어 단어인지 구분 못하면 대화가 어려워진다. 사람 이름이나 지명도 일일이 찾아 단어집에 적어 공부시킨다.
아이가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적절한 우리말 예를 들어준다
영어를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는 새로운 언어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나올 때는 부모가 적절한 우리말 예를 들어주며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시작한다
중학교 1학년 영어교과서 수준은 미국에서는 3~4세 아이들도 알 만큼 쉽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시작해도 빠른 것은 아니다.
영어공부로 논술도 준비시킨다
고등학교 영어교과서에는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도움을 주는 좋은 글이 많다. 교과서 한 단원을 끝낼 때마다 내용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이 될 수 있다.


여성동아 2006년 12월 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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