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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새로운 도전

영화 ‘중천’ 헤로인 김태희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평가 받고 싶어요”

글·송화선 기자 / 사진·김성남 기자

입력 2006.11.24 14:33:00

영화 ‘중천’ 헤로인 김태희

지난 10월 중순,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만난 김태희(26)는 새로운 도전 앞에 다소 설레는 듯 보였다. 그날은 순 제작비 1백억원을 투입해 6개월간 중국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영화 ‘중천’이 우리나라에 첫선을 보인 날. 공개된 것은 영화 전체가 아니라 소개용으로 편집된 짧은 영상에 불과했지만, 동양적인 색채로 꾸며진 가상공간 ‘중천’에서 금세 바스라질 듯 하늘거리는 흰 옷을 입고 천상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김태희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 ‘중천’은 죽은 영혼이 환생을 위해 49일 동안 머무는 곳 ‘중천’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판타지 액션물. 이 영화에서 김태희는 사랑하는 사람을 대신해 죽음을 맞은 뒤 그 기억을 모두 지운 채 중천을 지키는 천인(天人)으로 살아가는 ‘소화’ 역을 맡았다. 그는 자신을 찾아 살아있는 사람의 몸으로 중천까지 들어온 퇴마무사 ‘이곽’ 역의 정우성과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애절한 사랑을 나눈다.
‘중천’의 제작자 김성수 감독은 이 작품에 김태희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죽은 자의 세계라는 ‘비현실’을 그리는 영화에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닌 배우가 등장하면 더욱 환상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태희는 그 정도에 만족하지 않는 듯했다. 그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제가 연기를 하는 동안 넘어야 할 산이 무척 많다는 것을 느꼈다”면서도 “제가 나와서 영화에 누가 됐다거나, 연기를 못했다는 말은 안 들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연기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언젠가는 “저건 김태희밖에 못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는, 이번에도 ‘중천’에만 존재할 것 같은 ‘소화’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5kg 줄이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한다.
“소화는 천인이지만, 천진난만하고 실수도 많은 어린아이 같은 존재예요. 능력에 비해 과중한 임무를 맡은 데 대해 고민하는 인간적인 면도 갖고 있고요. 순수하고 단순하면서도 늘 진지한 점이 저와 많이 닮았죠.”

영화 ‘중천’ 헤로인 김태희

영화 ‘중천’의 두 주연배우 정우성, 김태희.


김태희는 이런 ‘소화’를 연기하며 ‘사람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 같아 힘들어하는 내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가 깊어지자 ‘소화’를 제대로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도 커졌다고. 김태희는 여느 배우들이 힘들어하는 액션 연기에 대해서도 “와이어를 타고 높은 데 올라가는 것이 좋더라”며 “줄이 달린 조끼를 입고 있으면 온몸에 피멍이 들고 뜻대로 안 움직여져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연기하며 배운 것도 얻은 것도 참 많았다”고 말했다.
김태희는 연기할 때뿐 아니라 촬영장에서도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함께 촬영한 스태프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한다. 그가 ‘중천’ 촬영을 위해 머무른 곳은 중국 항저우에서 버스로 세 시간 더 들어가야 하는 시골마을 헝디엔. 액션영화인 ‘중천’의 특성상 배우와 스태프들이 모두 남자뿐이라 김태희는 이곳에서 ‘홍일점’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나 잘 먹고 잘 자며 씩씩하게 생활해 ‘중국 현지에 제일 잘 적응한 배우’라는 평을 들었다고. 김태희와 함께 중국에 머무른 정우성이 “다른 여배우라면 적응하기 힘들었을 환경에서 오히려 다른 배우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칭찬할 정도다.
“김태희씨가 중국에서 어땠느냐고 물으면 온통 잘 먹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밖에 없다”고 짓궂게 질문하자 김태희는 “중국에도 맛있는 음식이 많아서 그랬다”며 “감독님과 다른 배우, 스태프들이 모두 편하게 대해준 덕분”이라고 활짝 웃었다.
하지만 촬영 초기에는 남다른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중천’의 촬영 스태프들이 대부분 김성수 감독의 영화 ‘무사’에서 정우성과 호흡을 맞췄던 사이라, 현장에서 자신만 ‘왕따’를 당하는 듯한 느낌에 힘들었다고.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아 힘들어하는 극중 인물의 모습이 저와 닮아 더 잘해내려 노력했어요”
“(저만 여자고, 또 처음 촬영에 참여하는 사람이다보니) 처음엔 ‘모두들 나만 미워해. 언제나 나만 왕따시키고…’ 하며 농담처럼 투정을 부린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혼자서도 잘 노는 성격이라 촬영이 없는 날엔 숙소에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인터넷 서핑도 하며 쉬었죠. 시간이 흐른 뒤에는 스태프들의 거친 농담에도 익숙해지고, 정우성 선배와도 많이 친해져 촬영 중간 중간 재밌게 잘 놀았고요.”
김태희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올 새해뿐 아니라 지난 3월29일 맞은 생일도 중국에서 이들과 함께 보냈다. 가족같은 끈끈한 애정으로 뭉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는 “중국 촬영이 끝나는 날 모두 한자리에 모여 케이크를 자르고 폭죽을 터뜨리며 감격을 나눴다”고 소개했다.
김태희의 열연이 기대되는 영화 ‘중천’의 촬영은 이미 모두 끝난 상태.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전투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 탓에 거의 모든 장면에 컴퓨터그래픽이 사용돼 현재 한창 후반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올 12월 국내에서 개봉한 뒤, 아시아 각국으로도 수출될 예정. 특히 이 영화에는 영화 ‘영웅’의 의상을 담당한 일본인 에미 와다, ‘패왕별희’ ‘와호장룡’ 등에서 소품을 담당한 중국인 리밍산, ‘신세기 에반게리온’ ‘무사’ 등의 음악을 맡은 일본인 사기스 시로 등 다국적 스태프들이 참여해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흥행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 영화를 통해 김태희가 과연 스스로의 바람대로 ‘연기 잘하는 배우’로 거듭나게 될지 궁금해진다.

여성동아 2006년 11월 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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