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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두번째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장관 남다른 성공스토리

글·이남희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6.11.24 10:49:00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한국인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고교 시절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면서 외교관의 꿈을 키웠다는 반 장관의 남다른 성공스토리 & 가족 이야기.
‘아시아에서 두번째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장관 남다른 성공스토리

“40년 만에 두 번째 아시아인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아시아적 가치인 겸손의 미덕이 아시아 성공의 열쇠이자 유엔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도록 요란하지 않게 일을 추진하는 조용한 결단력을 발휘해나가겠습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62)이 지난 10월13일(현지시간, 한국시간 10월14일 새벽) 제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한국인의 유엔 사무총장 피선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총회 수락 연설을 통해 ‘보다 나은 삶,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 것을 다짐했다.
그는 지난 2월 유엔 사무총장 출마의사를 공식 선언한 이후 유엔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조용한’ 득표활동을 벌여왔다. 그 결과 네 차례에 걸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예비투표에서 줄곧 1위를 달리며, 사무총장 단독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이어 1백92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유엔 총회에서 그는 만장일치로 새 사무총장에 추대됐다.
반 장관은 12월 중순 정식 취임식을 갖고 내년 1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임기는 5년이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임이 가능하므로 실제 임기는 10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반기문 장관의 후임을 11월 중순 임명할 예정이다.
반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은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국제외교 무대에서 한국이 중국·일본과 함께 아시아권 지도국의 위치를 확인한 것도 성과다. 실제 일부 아시아권 국가들은 ‘차기 사무총장은 아시아권에서 나와야 한다’고 암묵적인 합의를 본 뒤, 한국이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의사를 우리 정부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촌의 재상’이 된 반 장관은 ‘외유내강’형의 리더다. 따뜻한 표정과 남을 배려하는 매너를 지녔으면서도, 한번 마음먹은 일은 해내고 마는 카리스마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는 안전보장이사회의 예비투표를 앞두고, “유엔 사무총장은 꼭 프랑스어를 해야 한다”는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1시간 분량의 프랑스 대화를 통째로 외워버린 ‘의지의 소유자’다.
그의 관운(官運)은 특유의 성실과 노력이 빚어낸 결과. 일요일 근무는 기본이며,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고. 그는 미국과 유럽 등지로 출장을 떠날 땐 시차를 감안해 이동하는 시간에 비행기에서 잠을 청하는 빡빡한 일정을 짠다. 주변 사람들은 그에 대해 “하루를 10분 단위로 쪼개 쓰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고3 때 미국 케네디 대통령과 만나면서 외교관의 꿈 키워
충북 음성에서 4남2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반 장관은 ‘공부가 주특기’였다고 한다. 그는 초등학생 때 충주로 이사 간 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반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다고. 창고업을 하던 부친 반명환씨가 50년대 말 사업에 실패하기 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아시아에서 두번째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장관 남다른 성공스토리

반기문 장관은 충북 충주고 3학년 때 적십자사 비스타(VISTA) 프로그램의 한국 대표 4명 중 1명으로 선발돼 미국 워싱턴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다. 동그라미 안쪽의 학생이 반 장관이다.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오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영어실력이다. 그는 ‘충주의 영어 신동’으로 통할 만큼, 누구보다 영어공부에 열심이었다. 충주중학교 재학 시절 영어교사가 ‘무조건 하루에 배운 것을 10번씩 써오라’는 숙제를 내면, 그는 숙제를 하면서 모든 문장을 통째로 암기했다고. 고교 1학년 때는 친구들을 위해 영어교재를 따로 만들 정도였다. “영어로 된 것이면 뭐든지 달달 외웠다”는 것이 반 장관의 고향선배인 안영수 경희대 영어학부 교수의 전언이다.
뛰어난 영어실력 덕분에 그는 충주고 2학년 때 적십자사에서 주관한 ‘외국학생의 미국방문 프로그램(VISTA)’에 3명의 학생과 함께 선발됐다. 이를 계기로 그는 고3 여름방학에 미국을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반 장관은 그 시절의 경험이 외교관의 꿈을 키우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여름방학 내내 미국의 곳곳을 견학하고, 각국에서 선발된 2백여 명의 학생들과 토론하면서 넓은 세상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존 F. 케네디 대통령 부부를 만나 대화하면서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어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70년 외무고시(3회)에 차석으로 합격했다. 매일 1등만 하던 그가 처음으로 2등을 했지만, 신입 외교관 연수를 마칠 때는 수석을 차지했다고. 그는 인도대사관과 유엔 1등 서기관을 거쳐 유엔 과장, 주미대사관 참사관, 미주국장 등을 두루 거쳤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외무부 차관보, 청와대 의전수석비서관, 외교안보수석비서관 등 핵심요직을 맡았고, 김대중 정부 때는 외교통상부 차관을 거쳐 참여정부의 두 번째 외교통상부 장관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무난한 길을 걸어온 반 장관에도 위기는 있었다. 2001년 2월 한·러 정상회담 합의문에 실무진의 실수로, 부시 행정부가 폐기를 주장하던 탄도탄요격미사일제한(ABM) 조약의 ‘보존과 강화’를 골자로 하는 문장이 포함돼버린 것. 이로 인해 한·미 간에 큰 파문이 일면서 반 장관은 외교통상부 차관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런 그를 4개월 만에 한승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발탁했다. 한 전 장관이 제56차 유엔총회 의장이 되면서, 반 장관을 유엔총회 의장 비서실장 겸 주 유엔대표부대사로 뉴욕에 부임시킨 것. 이때 유엔 관계자들과 깊은 인연을 맺으면서 그는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할 수 있는 자양분을 쌓았다.
반 장관은 애틋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부인인 류순택 여사(62)를 고3 때 처음 만나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반 장관이 한국 대표로 뽑혀 미국에 가기 전, 이웃의 충주여고 학생들이 가사 시간에 미국인들에게 선물할 복주머니를 만들었는데, 이를 반 장관에게 전달한 여학생이 바로 충주여고 학생회장인 류순택 여사였다. 복주머니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반 장관이 외무고시에 합격한 이듬해 결혼식을 올렸다. 서울 흑석동의 10만원짜리 단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고.
류순택 여사는 지난해 SBS ‘한수진의 선데이클릭’과의 인터뷰에서 외교관 아내로서의 삶을 털어놓기도 했다.
“외교관의 부인은 ‘준 외교관’이라고 생각해요. 공관에서 만찬이 열리면, 음식메뉴를 결정하고 시장을 보고 꽃꽂이를 하는 등 수많은 일을 챙겨야 하거든요. 남편을 내조하는 일이 곧 외교활동이었습니다. 남편은 항상 일을 우선시해서 가정에서는 별로 재미가 없는 사람이죠. 제가 복주머니만 남편에게 안 줬어도…(웃음).”
반 장관은 슬하에 선용·우현·현희씨 등 1남2녀를 두었다. 막내딸 현희씨는 유엔아동기금(UNICEF) 직원으로 아프리카 케냐에서 일하고 있다고. 부녀가 대를 이어 유엔과 인연을 맺은 셈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어떤 대우를 받을까?
유엔 사무총장은 국가원수급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국가원수급보다 높은 대우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국가원수는 한 나라를 대표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은 1백92개 회원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이해관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유엔 사무총장의 공식 연봉은 22만7천2백54달러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2억1천만원(환율 9백60원 기준) 정도다. 여기에 개인활동을 위한 판공비와 경호비용을 추가로 지급받는다.
유엔 사무총장은 24시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전담경호를 받으며 별도의 관저에서 산다. 사무총장 관저는 뉴욕 맨해튼 외곽의 서톤플래시스에 자리 잡고 있으며, 여기서 유엔본부까지 걸어갈 수 있다고 한다.


여성동아 2006년 11월 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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