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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새연재|‘쌍둥이 아빠’조인직 기자의 육아일기

밤 생활을 잘해야 하루가 편하다

기획·이남희 / 기자 글·조인직‘신동아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6.11.20 09:46:00

직장 일로 늘 바쁘고 지치지만 육아를 ‘나몰라라’ 하다가는 아내에게 ‘팍 찍혀 버리는’ 요즘 남편들. 18개월 된 쌍둥이 딸을 키우면서 남편이 짧은 시간을 투자하고도 아내에게 확실히 점수를 딸 수 있는 ‘블루오션 육아법’을 발견했다는 월간 ‘신동아’의 조인직 기자가 육아 체험을 들려주었다.
밤 생활을 잘해야 하루가 편하다

이란성 쌍둥이 딸인 유정이(왼쪽)와 민정이.


초보 아빠들이 흔히 행하는 실수 한 토막을 보자. 부인들에게 “아기 좀 봐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자동적으로 나오는 남편의 동작을 연상해보면 이해가 빠르다. 남편은 그야말로 아기를 ‘본다(see, watch)’는 개념에 열중한다.
안전사고를 방지하자는 차원이 우선이겠지만, 여기서 부인이 ‘봐라’라고 한 진정한 의미는 ‘아이와 같이 놀아라’(play or have fun with the baby)라고 하는, 넓은 의미의 ‘돌보다(take care of him or her)’의 개념이다. 동화책을 실감나게 읽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마빡이’처럼 오버액션을 발동하는 성의를 보여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아빠 10명 중 8명은 이 ‘봐라’의 의미를 축소 해석해서, 마치 자신은 소파에 누워 TV를 보면서 혼자 노는 아기가 시야 안에 들어와 있는지 정도를 확인하는 데 그치곤 한다.
사실 퇴근 후 남편들이 아기 보기에 마음만큼 열정을 갖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기가 돌이 지나 눈웃음이건 짧은 대화건 서로 주고받는 게 있으면 그나마 재미라도 있지만, 그전까지의 영아들이라면 아빠의 일방적인 립서비스나 잠시 안아주기 구애공세를 빼놓고는 별다르게 ‘돌보는 것’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낮 동안 아기 보기에 지친 아내는 ‘저녁까지 내가 보랴’는 반항심리가 발동하고, 퇴근 후 남편도 ‘회사에서 이렇게 힘들었는데 집에서까지…’라는 본전심리가 생겨난다. 당연히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가정의 평화까지 위협하게 된다.

엄마의 심정 알게 하는 ‘밤중에 분유 타서 먹이기’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를 수밖에 없다. 남편들이 최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블루오션 육아는 무엇일까.
내가 보기엔 초보 아빠의 경우라면, 밤중에 분유 타서 먹이기 및 이에 수반되는 젖병 세척을 전담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간단한 기술만 익히면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금만 신경 써서 도와주면 표시가 많이 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나의 쌍둥이 딸은 18개월을 바라보고 있지만,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매우 힘들었다. 경기도 죽전으로 이사를 간 상태에서 정치부에 발령을 받아 매일 새벽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출근하고 심야에 퇴근하는 생활이 계속됐지만, 집에 가면 또 뭐라도 하는 시늉을 해야 했다.
생후 4, 5개월까지 아이들은 토를 많이 한다. 입으로도 나오고 코로도 나온다. 트림을 많이 못 시켜주면 그렇다. 아기들이 “꺼억” 하는 소리를 낼 때까지 아기 등을 위에서 밑으로 쓸어내려줘야 하는데, 이게 경험상 엄마보다는 아빠의 ‘파워 핸드’가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밤 생활을 잘해야 하루가 편하다

아기에게 우유 주기를 반복하다보면 모유수유하는 엄마의 심정도 조금은 알 것 같고, 기본적으로 아기를 여러 번 고쳐 메고 들러메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어느 자세에서 아기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지 세심한 관찰을 할 수 있는 효과가 부가적으로 생긴다.
어느 아기건 생후 6, 7개월까지는 새벽에 2, 3번 정도 깨서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 게 보통인 것 같다. 그렇다고 자기 전에 미리 분유를 타놓으면 적정온도인 40℃ 부근을 유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신선도도 떨어지고, 심하면 2, 3시간 만에 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자기 전에 뜨거운 물을 끓여 좀 식힌 다음에 반은 보온병에 넣어놓고, 반은 그냥 물통에 넣어놓은 다음 아기가 보채면 얼른 두 가지 물을 적절히 섞어 미지근하게 만드는 게 테크닉이다. 사람들 중에는 끓인 물만 준비해놓거나 60℃, 90℃, 100℃ 온도표시가 되는 신형 코끼리 보온병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막상 분유를 제조하다보면 60℃에서 40℃까지 떨어뜨리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아기는 찡찡대면서 보채고, 아빠는 졸고, 다시 만져 봐도 물은 뜨겁고, 그 사이 가족들은 다 잠을 설친다. 순발력 있는 대응이 아니라면 이런 경우가 여러 번 있기 마련이다.

팔팔 끓는 물에 30초간 젖병을 넣었다 빼는 것이 젖병 소독의 노하우
밤 생활을 잘해야 하루가 편하다

젖병 설겆이는 이제 ‘도가 텄다!’


‘요리보다 설거지해주는 남편이 좋다’는 말처럼, 사실 젖병도 씻기와 소독이라는 마무리 과정이 중요하다. 쌍둥이의 경우 한번 쌓였다 하면 하루에만 10개가 넘어가기도 한다. 어느 날은 마무리하는 데만 두 시간이 걸린 적도 있다. 개수구에 김치국물 흥건한 솥뚜껑 너머로 아이들 젖병까지 막 쏟아부으면 아무래도 마음이 찜찜해진다. 매일 매일 닥쳤을 때 빨리빨리 씻어내는 게 중요하다.
외부로 공기가 새어나가는 걸 막아, 아이들 토하는 걸 방지해준다는 특정 브랜드 젖병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그랬으나 설거지 생각을 하면 재고할 필요도 있겠다. 젖꼭지와 몸통만으로 이루어진 다른 젖병들과 달리 이 브랜드 상품은 중간 마개와 깔때기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시간이 두 배는 더 걸린다.
젖병소독기가 따로 있긴 하지만, 역시나 직접 팔팔 끓는 물에 하나씩 넣었다 빼야 훨씬 깔끔한 느낌을 준다. 이때 30초가 넘지 않도록 시계를 잘 확인하는 걸 명심하자.
젖병 설거지는 새벽이나 저녁 퇴근 이후 시간을 활용할 수 있지만, 한밤중에 일어나는 일이 가장 큰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경험상 밤 시간에 뭔가 10분이라도 희생했다는 것은 낮에 1시간 아기 보기만큼이나 큰 위력을 발휘한다.
아내가 친구들과 수다 떨 때도 “우리 남편은 밤에는 자기가 다 해”라고 한마디 해주면, 다른 집 남편과도 ‘확실한 차별화’가 가능하다. 분명히 아내 친구 남편 중 몇 명은 “술 마시고 늦게 들어와서 아기가 울어도 잠만 자더라”는 스테레오 타입의 원망을 들을 게 뻔하다. 반대급부적인 ‘당근’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설령 직장에서 잠시 낮잠을 때릴지라도, 단 몇 개월 정도는 버릇을 들여봄 직하다. 확실히 적응되면 군대 불침번보다는 할 만한 것 같다. ‘밤일 잘해야 사랑받는다’는 옛말은 이래서 계속 진리로 남아있나보다.

여성동아 2006년 11월 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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