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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새연재 | 이제 친환경 생활을 하자!

‘지금 환경운동에 나서야 하는 이유’

환경 지킴이! 유엔환경계획 김재범 사무총장이 말하는~

글·송화선 기자 / 사진·김성남 기자

2006. 11. 13

환경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들은 많지만 정작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90년대 초반부터 환경운동에 몸담아온 김재범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을 만나 환경운동의 중요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었다.

‘지금 환경운동에 나서야 하는 이유’

김재범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53)은 저명한 언론학자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한국언론정보학회장, 한국방송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설핏 보기엔 환경과 큰 관련이 없을 것 같은 그가 지난 96년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유엔환경계획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을 맡자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김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에 환경운동이 널리 확산되기 전인 80년대 말부터 환경에 관심을 기울여온 환경운동가. 환경운동의 국제 교류를 이끌며 유엔환경계획 한국위원회를 탄생시킨 산파이기도 하다.

취미로 스킨스쿠버 즐기다 자연스럽게 눈뜬 환경보호 의식, 환경운동으로 이어져
그가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깨달은 건 젊은 시절 취미로 스킨스쿠버를 즐기다 심각한 수질오염 현장을 목격하면서부터. 특히 지난 91년 일어난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은 그가 환경운동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한 대기업의 저장 탱크가 파열되면서 페놀 원액이 강으로 흘러들어 영남 전 지역 가정의 수돗물까지 오염시킨 사건이었죠. 이 사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기업의 무리한 이윤 추구와 정부 규제의 실패가 맞물릴 때 개인의 삶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는 사실이 생생히 드러났으니까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에 뛰어들었죠.”
특히 바다를 사랑했던 그는 한순간의 실수로 광활한 지역의 수질이 심각하게 오염되는 상황이 마음 아팠다고 한다. 김 사무총장은 바로 ‘맑은 물 되찾기 운동연합’ 사무총장을 맡았고,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어린이·청소년의 환경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94년부터 청소년환경운동인 ‘그린 스카우트’ 운동도 시작했다. 유엔환경계획 한국위원회를 창설한 것은 지난 96년. 그린스카우트 운동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난 국제환경 운동가들과 교류하면서 세계에서는 13번째,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유엔환경계획 지부를 만든 것이다. 그가 사무총장을 맡은 유엔환경계획 한국위원회는 각종 환경 관련 서적을 출판하고, 어린이 환경교육 프로그램인 ‘e파란 어린이 환경 실천단’, 청소년을 위한 ‘동북아 청소년 환경 네트워크’, 대학생 모임인 ‘UNEP 엔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이 이처럼 왕성하게 환경 관련 활동을 펼치자 한편에서는 학자가 연구는 하지 않고 곁가지 일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한다. ‘전공과 관련 없는 일에 너무 신경 쓰는 것 아니냐’고 걱정해주는 이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본업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제가 관심 있는 분야는 미디어를 이용한 환경 캠페인처럼 언론학과 관련 있는 영역이죠. 환경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이제 환경은 누구도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사회과학자들도 환경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그는 언론학자야말로 환경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환경은 곧 교육이다. 그런데 지금 최대 교육기관은 매스미디어 아닌가. 매스미디어를 전공하는 사람이 환경운동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정책 입안 통해 환경보호운동을 시스템화하는 것이 중요해
김 사무총장은 무엇보다 정책을 통해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지구적 환경문제의 현실을 파악하고 바람직한 환경정책을 입안하는 환경전문가와, 환경의식을 갖고 다소 불편할지라도 바른 방향의 환경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시민들이 만나야 환경이 지켜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
“정부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일회용품 규제 정책 등을 실시하고, 시민들이 이에 따르면서 환경이 얼마나 많이 좋아졌습니까. 제가 유엔환경계획에서 발간한 각종 책들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는 것도, 이 책들이 시민들의 환경의식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환경정책 입안에도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지난 10여 년간 환경운동을 하면서 김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가 점점 나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아왔다고 말했다. 수질 오염 및 대기 오염 방지, 생태계 보호 등과 같은 환경 의제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고 생각하는 그는 최근엔 ‘저소비’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생활 편의를 위한 과소비가 자원 고갈과 생태계 파괴를 불러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소비하면서 자원이 고갈되고 생태계는 파괴 당하고 있어요. 이것은 결국 지구 온난화와 사막화 같은 재앙을 만들죠. 오늘 내가 종이 한 장 더 쓰고, 전등 하나 더 밝히는 것이 생태계 파괴로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게 엄연한 현실이거든요. 이제는 과소비를 규제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등의 조도나 냉·난방 정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시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면, 개인의 양심에 호소하지 않고도 지구 환경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겁니다.”
김 사무총장의 바람은 제자 가운데서 능력 있는 환경정책 입안자가 나오는 것. 그래서 환경보호와 개발이 함께 나아가는 ‘지속 가능한 개발’ 시대가 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오늘도 ‘환경운동하는 언론학자’로 바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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