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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지킴이’ 고니시 다카코의 한국사랑

기획·이남희 기자 / 글·이자화‘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6.11.13 15:09:00

6년째 경복궁에서 관광객을 안내하는 일본인 여성 궁궐 지킴이가 있다. 지금도 경복궁에만 들어서면 행복해진다는 고니시 다카코씨의 남다른 경복궁 사랑이야기.
‘경복궁 지킴이’ 고니시 다카코의 한국사랑

고니시 다카코씨는 격주로 금요일 오전 10시 경복궁을 찾는 사람들에게 1시간30분 동안 안내한다.


노란 모자를 맞춰 쓴 유치원생, 손을 맞잡은 노부부…. 가을을 맞아 행복한 웃음이 넘치는 경복궁에서 개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궁궐 지킴이’ 고니시 다카코씨(43)를 만났다.
그는 격주로 금요일 오전 10시 경복궁을 찾는 사람들에게 1시간30분가량 경복궁 곳곳을 안내하고 있다. 경복궁의 멋에 취하고 사람 만나는 일을 즐기다보니 봉사활동을 한 지도 어느덧 6년째.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훨씬 전의 일이다.
89년 그는 26세의 나이에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한국에 왔다. 이후 여행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한국을 떠나본 적이 없다.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한국에 익숙해지고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 지금은 자신의 든든한 지지자인 아들(16)이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로부터 “너희 엄마, 우리나라 사람들을 죽인 나쁜 일본사람이지?”라고 놀림을 당하는 걸 보며, 그는 한국을 더 많이 알려고 노력했다고.
방법을 궁리하던 중 그에게 일본어를 배우던 학생이 문화유산 지키기 시민모임인 ‘한국의 재발견’에서 육성, 파견하는 ‘궁궐지킴이’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는 2000년 이 교육과정에 등록함으로써 ‘궁궐지킴이’가 되는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약 9개월간의 교육과 수습기간을 마치고 2001년 마침내 정식 지킴이가 됐을 때의 기쁨이 아직도 잊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궁궐 지킴이가 된 건 한국을 배우는 방법 중 가장 재미있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에요. 책으로 공부하면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어렵고 지루하잖아요. 지킴이가 되기 위해서 교육받는 동안 배운 것도 많지만, 사실 이곳에서 같이 활동하는 지킴이들과 이야기하며 배운 것이 더 많아요. 가끔 교사분들이 오셔서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지요. 사람과 만나서 체험으로 배워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어요.”
그가 안내하는 대상은 다양하다. 모국어가 일본어인 이유로 일본인 관광객의 안내를 맡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인에게 안내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생활국어는 결혼한 후 독학으로 익혔고, 고급국어는 교육과정에서 공부했기 때문. 한자 문화권에서 살아온 만큼, 어려운 전문용어를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다. 그는 올해 문화재청에서 실시하는 ‘1 문화재 1 지킴이 감상문 공모’에 당당히 입선하기도 했다.
“역사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그는 매주 수요일 동료 궁궐 지킴이들과 함께 학습모임을 갖는다. 그는 이 모임에서 동료들과 일본어로 안내할 내용도 함께 공부하고, 궁 내 일본어 설명문 중 잘못된 내용을 찾아 수정하는 작업도 한다. 고니시씨는 “경복궁 안내를 하다 보면 옛말이 너무 많아 나도 일본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며 “모임에서 다른 분들께 역사도 배우고 한국의 문화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일본인과 한국인에게 경복궁을 안내할 때 분명 차이가 있을 법하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경복궁의 어떤 모습이 가장 인상적일까.
“일본에는 천황이 있기 때문에, 일반인은 궁궐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 하지만 경복궁은 관광객들에게 개방돼 있잖아요. 일본인들은 왕이 살던 경복궁 내부를 둘러보며 색다른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

‘경복궁 지킴이’ 고니시 다카코의 한국사랑

신무문(왼쪽) 강녕전(오른쪽 위) 경회루(오른쪽 아래).


‘경복궁 지킴이’ 고니시 다카코의 한국사랑

향원정(왼쪽) 교태전(오른쪽).


경복궁에 대한 그의 사랑은 여느 한국사람 못지않다.
“경복궁을 관람할 때 예의를 지켰으면 좋겠어요. 껌을 씹고 다니다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리고, 어떤 사람들은 술에 취해서 들어오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아무도 그걸 막지 않아 안타까워요. 일본에서는 누구도 사당이나 절에서 함부로 굴지 못해요. 관람하다가 쫓겨나는 건 물론이고 경찰에 끌려가서 벌금을 내야 합니다. 한국에도 엄격한 관람수칙이 있었으면 해요.”
그가 꼽는 경복궁의 가장 큰 매력은 건축양식에 한국인의 지혜와 전통이 깃들어 있다는 점이다.
“경복궁의 곳곳을 뜯어보면 작은 질서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문관과 무관이 다니는 길은 동과 서로 나뉘어 있어요. 왕과 왕비는 각각 강녕전과 교태전에서 각각의 업무를 보았고요. 이처럼 경복궁에는 서로의 역할을 분리하고 존중하는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이 녹아 있어요.”
그는 “1시간 반 동안 경복궁을 돌며 안내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앞으로도 경복궁 안내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니시 다카코가 ‘강추’하는 ‘경복궁 관람 코스’

경복궁을 돌아보는 데는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경복궁의 남문인 흥례문을 시작으로 서쪽에 자리한 근정전과 강녕전, 경회루를 지나 아미산과 향원정을 지나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최근에 경복궁의 북문인 신무문이 개방돼 경복궁을 관통할 수 있게 됐다. 단 동쪽에 있는 비현각과 자선당을 보고 싶은 사람은 경복궁을 한 바퀴 돌아 다시 흥례문으로 나오는 코스를 이용한다. 올해로 6년째 한 달에 두 번씩 경복궁을 찾고 있는 고니시씨가 놓쳐서는 안 된다고 추천하는 장소는 5곳. 각각의 매력이 무엇인지 그가 들려줬다.

강녕전 · 교태전 강녕전은 왕의 거처이고 교태전은 왕비의 거처다. 처음엔 ‘잠을 자는 곳이 왜 이렇게 클까’ 하고 의아하게 여겼는데, 나중에 이곳이 침소의 역할도 했지만 업무를 수행하던 장소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본에는 2, 3층짜리 건물이 많은데, 한국의 건물은 온돌이 깔려 단층으로 돼 있는 점도 무척 흥미로웠다.



경회루 근정전 서북쪽 연못 안에 세운 경회루는 중요한 연회를 베풀거나 외국 사신을 접대하던 곳이다. 지금의 경회루는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고종 때 다시 지은 것. 경회루에서 바라보는 경복궁의 경관은 그야말로 빼어나다. 동쪽으로 평화롭게 늘어선 건물과 나무들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특히 가을에는 인왕산을 뒤덮은 단풍을 구경할 수 있다. 경회루는 그동안 보호차원에서 출입을 제한해오다가 지난해 6월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시설물 보호를 위해 하루 세 차례만(오전 11시, 오후 2시·4시) 개방하며, 1회 관람객은 60명으로 제한된다. 입장료는 5천원.

향원정 찰랑이는 연못 위에 섬처럼 떠 있는 향원정은 주변의 다른 정각들과 함께 내명부(조선시대 궁녀조직)의 사무공간으로 쓰였다. 시대에 따라 사신을 접견하거나 내각회의의 장소로 쓰이기도 했다고. 향원정은 고니시씨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여성미 넘치는 처마선이 일품인데다 주변의 단풍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 현재 건물 보호를 위해 출입이 금지돼 있지만, 향원정 주변에서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신무문 지난 9월 개방된 북문 ‘신무문’은 꼭 한 번 가봐야 할 의미 있는 장소다. 청와대와 마주한 신무문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54년 일반에 공개됐지만,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군부대가 경복궁에 주둔하면서부터 폐쇄됐기 때문. 신무문의 개방으로 흥례문부터 청와대 앞까지 경복궁을 관통하는 길이 완성됐다. 신무문을 통해 경복궁을 지나 청와대까지 걸어가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개방시간 3~10월 : 오전 9시~오후 5시(5~8월 : 토·공휴일은 오후 6시까지), 11~2월 : 오전 9시~오후 4시. 매주 화요일은 휴궁하며, 국경일과 공휴일은 화요일을 제외하고 개방한다.
관람요금 6세 이하 무료, 어린이 및 청소년 1천5백원, 어른 3천원

여성동아 2006년 11월 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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