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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여자의 열정 & 인생

가수 인순이 프라이버시 인터뷰

“거침없고 당당한 삶의 비결, 평범해서 더 고마운 가족…”

글·김명희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실미디어 제공

입력 2006.10.18 11:39:00

자고 일어나면 판도가 바뀌는 가요계에서 28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가수 인순이. 최근 김구 등 젊은 래퍼들과 함께 한 노래 ‘열정’, 드라마 ‘주몽’의 주제가 ‘하늘이여 제발’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그를 만나 뜨거운 열정의 비결, 가족이야기를 들었다.
가수 인순이 프라이버시 인터뷰

“그래요 난/난 꿈이 있어요/그 꿈을 믿어요/나를 지켜봐요/저 차갑게 서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가수 인순이(47)가 수화를 하며‘거위의 꿈’을 부르자 관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노래가 끝나자 더러는 눈물을 닦느라, 더러는 ‘인순이 언니’를 외치느라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지난 9월 초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장애인 고용 촉진을 위한 사랑의 콘서트’ 중 한 장면이다.
공연이 끝나고 화장을 지운 인순이와 마주 앉았다.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그는‘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케 할 만큼 젊어 보였지만 목소리는 시청 앞 광장이 떠나갈 듯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던 ‘그 인순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무대 위에서는 ‘열정’이, 무대를 내려오면 ‘허전함’이 공식처럼 머릿속에 세팅돼 있어요. 어느 쪽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원래 성격은 차분한 쪽에 가깝죠. 어려서는 남들 앞에 서는 걸 부끄러워했어요.”
그의 어렸을 적 꿈은 간호사나 수녀가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만약 수녀가 됐더라면 영화 ‘시스터 액트’의 우피 골드버그처럼 ‘노래하는 수녀’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유쾌하게 말하는 그. 결국 노래로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게 됐으니 꿈이 그리 빗나간 건 아닌 듯하다. 78년 희자매로 데뷔해 올해로 가수생활 28년째를 맞는 그의 주된 노래 테마는 꿈과 희망이다. 조PD와 함께 부른 ‘친구여’, 2004년 발표한‘하이어(higher)’와‘열정’에 이르기까지 그는 끊임없이 ‘포기하지 말아’ ‘더 높이 날아’‘다시 웃음 찾는 날까지’라고 외친다.
“클럽에서 탱크톱에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노래를 부를지언정 항상 주제는 건전했어요(웃음).‘서울’이나 ‘대한민국 ’을 찬양한다는 의미에서의 건전가요가 아니라 희망을 노래했다는 거죠. 신나게 뛰면서 공연을 하다가도 마지막에 꼭 관중에게 하는 얘기가 있어요. ‘내 청춘도 슬펐고 고민과 방황이 많았지만 지금은 훌훌 털고 일어나지 않았느냐, 나도 해냈는데 여러분이라고 왜 못하겠느냐’고요. 물론 사람에게는 현재 자신이 처한 어려움이 가장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가슴을 맞대면 힘과 용기가 생기잖아요. 저를 날게 해준 건 팬들이니까 그분들께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메시지가 있는 노래를 계속 부르고 싶어요.”
10대 소녀부터 6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는 최근에는 MBC 드라마 ‘주몽’의 주제가 ‘하늘이여 제발’을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국민 드라마의 주제가를 부르는 게 무척 흥분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행운이죠. 잘나가는 드라마에 숟가락 하나 달랑 들고 합류하게 됐으니(웃음)…. 창법을 좀 달리 했는데 반응이 좋으니 그것도 기분 좋은 일이고요.”
열정적으로 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그에게서 주부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는 94년 남편 박경배씨(43)와 결혼해 딸 세인이(12)를 두고 있다. 프로골퍼 못지않은 실력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골프 강의를 하는 남편은 그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한다.

가수 인순이 프라이버시 인터뷰

초등학교 6학년생인 딸과 같은 사이즈의 옷을 입을 정도로 몸매관리를 잘해온 인순이. “최근 방심했더니 몸무게가 좀 늘어 걱정”이라고 엄살을 떤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딸을 낳았을 때, 동생을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해요”
“제가 용돈을 받아쓰는 형편이라 남편 얘기는 잘할 수밖에 없어요. 용돈 좀 받으려면 얼마나 아양을 떨어야 하는지(웃음)…. 남편은 항상‘당신은 당신의 그릇이 있고 나는 내 그릇이 있다. 나는 보통 남자이기 때문에 보통 남자가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만큼밖에 해줄 수 없다’고 말하는데 저는 오히려 그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 저를 사랑해주는 남편과 예쁜 딸이 있으면 됐지 뭘 더 바라겠어요?”
그에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느냐’고 묻자 “돌아보면 매 순간이 보람 있었지만 딸을 낳았을 때 가장 행복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올해 초등학교 6학년생인 딸을 보고 있으면 안쓰러운 마음이 앞선다고 한다. 형제를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것.
“지난해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병상을 지키면서 ‘나는 강하니까 이겨낼 수 있지만 내가 만약 아프면 우리 세인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둘째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닌데 안 생겼어요. 그래서 아이한테는 친구를 많이 사귀라고 하고 결혼하는 후배들한테는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조언하죠(웃음).”
바쁜 공연 스케줄 때문에 딸과 함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점도 마음에 걸린다고 한다.
“서있는 모습보다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컸나’가늠할 만큼 정신없이 살았어요. 같이 외출을 해도 항상 제게 관심이 쏠리니까 아이는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한발 뒤로 물러서더라고요. 엄마가 바쁘겠거니 지레 짐작하고 아파도 내색을 하지 않을 때도 있고요.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죠. 그래서 집에 있을 때는 아무리 더워도 꼭 붙어 있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오냐, 오냐” 하면서 딸을 키우는 건 아니라고 한다.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에 관한 분명한 원칙을 세워놓고 안 되는 일은 떼를 써도 절대 안 된다는 걸 알려준다는 것. 용돈도 철저히 노력한 만큼만 준다고 한다.
“엄마가 힘들게 번 돈, 너한테 막 쓰고 싶지 않다고 대놓고 말했어요(웃음). 어려서부터 열심히 일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거든요.‘커피 타면 5백원’ ‘설거지 5천원’‘화장실 청소 5천원’ 등 일한 만큼 용돈을 주죠. 친구 생일 무렵이면 아이가 갑자기 부지런해져요. 용돈을 받아야 선물을 할 수 있으니까(웃음).”
사춘기에 접어들기 직전인 딸은 요즘 부쩍 궁금한 것도 많고 그와 대화가 통할 만큼 성숙한 구석도 있다고 한다. 그는 딸과 대화할 때 “몇 살이든 자기만의 세계가 있고 고민이 있다는 생각으로 대한다”고 말했다.
“딸이 엄마한테 의논하는 일은 어른의 입장에서 들으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져도 본인에게는 ‘큰일’이에요. 그래서 지금의 제 생각이 아니라, ‘내가 저 나이에는 어땠더라’ 한 번 되짚어보고 답을 해 주곤 해요.”
세인이가 엄마를 닮아서 음악에 재능이 있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지난해부터 가야금을 배우고 있는데 “눈에 띄게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면서 칭찬을 아꼈다.
“지난해 공연 연습차 국악인 안숙선 선생님 댁에 간 적이 있는데 그날따라 가야금 소리가 유난히 좋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세인이를 꼬셨죠.‘요즘 악기 한두 개는 필수인데 이왕이면 피아노 바이올린 같은 외국 악기보다 우리 악기를 배우는 게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하면서요. 웬만큼은 하지만 아직 그 나이 때는 재능 유무를 판단하기에는 일러요. 또 재능이 있다 한들 기둥만 덩그러니 있으면 뭐하겠어요. 좋은 나무가 되려면 줄기도 있고 잎사귀도 무성해야 하는데 그렇게 나무를 무성하게 하는 힘은 바로 노력이죠. 저 역시 재능보다 노력으로 지금까지 노래를 해왔고요.”

지난 세월 한결같이 살 수 있었던 비결은 솔직함
지난 6월 인순이 부부는 세인이가 미국 명문 대학이 주최하는 캠프에 참가하는 데 동행했다고 한다. 캠프에 앞서 실시한 수학과 영어 두 과목 시험에 합격하고 캠프에 참가한 터라 그는 딸이 무척 자랑스러웠다고.
“존스홉킨스 대학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스탠퍼드 대학에서 진행된 캠프였는데 2주 동안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과 토론식으로 수업을 했어요. 세인이 룸메이트는 대만 학생이었고요. 지금까지 공부해왔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기 때문에 신선했고 무엇보다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만나면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비싼 돈 들여가며 조기 유학을 보낼 생각은 없지만 이번 캠프 참가는 동기 부여 측면에서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요.”
세인이가 캠프에 참가하는 동안 활동을 중단하고 동행해 모처럼 휴식을 취했던 그는 지금까지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귀국했더니 몸무게가 3kg이나 늘었더라는 것.
“얼마 전 TV로 귀국 직후 녹화한 ‘열린 음악회’를 보다가 제 모습을 보고 기겁을 했어요. 볼 살이 빵빵한 게 무슨 장군이 나온 줄 알았거든요. 비상이에요(웃음). 지난주부터 헬스를 시작했어요. 근육 만들어서 비키니 입으려고요(웃음). 농담이 아니라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있어야 된다잖아요.”
익살스럽게 양 볼에 빵빵하게 바람을 넣어 보이는 그. 옷에 맞춰 사람의 손짓이나 몸짓이 변한다고 믿는 그는 그동안 등산과 걷기 등을 꾸준히 하며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그런 노력 덕분에 올 초에는 신세대 캐주얼 브랜드‘베이직하우스’ 모델 계약을 하기도 했다. 처음 그가 모델에 발탁됐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딸 또래가 입는 옷의 모델로 과연 그가 어울릴까 의구심이 들었던 것. 하지만 그는 그 어떤 패션모델보다 멋지게 의상을 소화해냈다.
“먹는 걸로 차별하면 안 되는 것처럼 제발 옷 가지고도 차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이 때문에 못 입을 옷이 어디 있어요? 전 정말 지금이라도 머리띠 두르고 백화점 앞에서 시위하고 싶어요. 왜 숙녀복 부인복 층층이 구별해놓느냐고요. 치사하게(웃음)…. 전 세인이랑 옷을 같이 입어요. 전 좀 타이트하게, 세인이는 헐렁하게 입는 편이거든요. 중년이라고 시대에 뒤떨어지면 안 돼요. 음악도 마찬가지죠. 이번에 발표한 ‘열정’에 코요태 출신 래퍼 김구와 에픽하이의 미쓰라진이 참여해주었는데 제 연령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듣고 젊어지면 좋겠어요. ‘친구여’ 이후에 제 또래들이 조PD를 알게 됐듯 김구나 미쓰라진 노래를 듣고 아들, 딸과 이야기해보면 좋겠어요.”
삼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항상 그 자리를 지켜왔기에 요즘 더욱 진가를 인정받고 있는 인순이.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에게 한결 같은 삶을 살아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좌우명을 물어보았더니 “자수해 광명찾자”라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한 가지를 감추려고 거짓말하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 선을 정해놓고 그 선까지는 최대한 솔직해지려고 노력했어요. 핫팬츠 입고 춤추는 것도 나, 드레스 입고 노래하는 것도 나, 주부들과 수다 떨며 깔깔 웃는 것도 나라는 걸 솔직히 인정하니까 그 다음부터는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제가 혼혈인 것 역시 내세우지 않았지만 굳이 숨기지도 않았어요. 이젠 숨길 것도 숨을 곳도 없어요. 제 뒷모습만 보고도 인순이인 줄 아는데 어떻게 숨겠어요(웃음). 최대한 당당하게, 그리고 받은 만큼 돌려주자는 게 제 삶의 모토입니다.”

여성동아 2006년 10월 5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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