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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화제

신세계 정용진 & 정유경 남매 궁금한 프라이버시 공개

3천5백억원에 이르는 세금 내고 재산 물려받은~

글·송화선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6. 10. 18

신세계 오너 일가의 지분증여 작업이 시작됐다. 지난 9월 초 신세계 2대 주주였던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이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과 정유경 웨스틴조선호텔 상무에게 보유 주식 전량을 증여한 것. 사상 최고액 증여세 납부 사례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세계 주식 증여 뒷얘기와 궁금한 이들 남매의 업무 스타일, 일상을 취재했다.

신세계 정용진 & 정유경 남매 궁금한 프라이버시 공개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왼쪽)과 정유경 웨스틴조선호텔 상무.


신세계에 3세 경영인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막내딸 이명희 신세계 회장(63)의 남편으로, 신세계 2대 주주였던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67)이 지난 9월 초 보유주식 전량을 아들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38)과 딸 정유경 웨스틴조선호텔 상무(34)에게 증여한 것.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84만 주를 증여받은 정 부사장은 지분율 9.32%를 확보해 어머니 이명희 회장(15.33%)의 뒤를 잇는 신세계 2대 주주가 됐고, 정 상무는 63만4천5백71주를 취득해 지분율이 기존 0.66%에서 4.03%로 높아졌다. 이번 증여로 정 부사장과 정 상무가 취득한 주식의 총액은 시가로 약 7천억원. 증여세 세율이 50%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내야 하는 세금은 3천5백억원에 이른다.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주식 증여 시 세금 납부시기는 통상 6개월 이후이므로 내년 2월쯤 이 세금을 내게 될 것”이라며 “이후 이 회장의 주식도 계획대로 자녀들에게 증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이 자신의 주식을 모두 자녀들에게 증여할 경우 신세계 오너 일가가 낼 세금은 1조원 대에 이른다. 지금까지 기록된 최고 액수가 지난 2003년 교보생명 고 신용호 회장의 2세들이 납부한 1천8백3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천문학적인 액수라 할 만하다.
그러나 정 부사장 남매는 이에 대한 주위의 관심에 “증여받은 만큼 세금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인데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게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이 늘었다 해도 어차피 보유하고 있는 것일 뿐, 팔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와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인 것. 신세계 관계자는 “이회장 부부가 자신들의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하겠다는 계획은 이미 3~4년 전부터 얘기돼온 것으로, 정 명예회장이 이 회장보다 고령이기 때문에 먼저 증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재계 사상 처음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거액의 세금을 내고 재산을 증여받은 일이 정 부사장 남매가 신세계를 경영하는데 두고두고 큰 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보수적인 재계에서 여성의 경영 참여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손꼽히는 기업. 특히 신세계의 경우 장남인 정 부사장뿐 아니라 딸인 정 상무도 회사 경영에 적극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남매는 또한 돈독한 우애를 과시하고 있다. 이혼한 탤런트 고현정씨와의 사이에 여덟 살 난 아들과 여섯 살배기 딸을 두고 있는 정 부사장은 지난 7월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동생이 우리 아이들의 학부모 행사에 참석하는 등 육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각별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 상무도 지난 2001년 결혼해 다섯 살, 세 살 난 두 딸을 키우고 있는데, 자신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때면 늘 오빠 정 부사장에게도 미리 얘기해 조카들도 함께 교육을 받게 한다고.
주위 사람들은 두 사람이 재계에서 보기 드문 우애를 나누는 배경에는 서로 닮은 성격이 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공통점 가운데 한 가지는 둘 다 예술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 정 부사장은 음악, 정 상무는 미술 쪽에 조예가 깊다고 한다.
최근 여덟 살배기 아들과 함께 첼로를 배우고 있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 정 부사장은 얼마 전부터 1주일에 2~3번씩 음악사(史) 공부도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 열린 클래식 공연은 거의 다 관람하고, ‘맘마미아’ 등 화제를 모은 뮤지컬 공연장도 찾는 등 문화생활에 심취해 있다고. 그는 운동에도 관심이 많아서,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에는 닭가슴살과 야채만 먹으며 몸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이화여대 미대와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를 졸업한 정 상무는 미술과 디자인 분야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신세계백화점 매장에 걸린 그림은 거의 정 상무가 직접 고른 것이라고. 역시 이화여대 미대를 졸업한 어머니 이 회장과 함께 각종 전시를 관람하며 작품을 구매하고, 해외 트렌드를 읽기 위해 미국 일본 유럽 등으로 출장을 다니기도 한다고 한다. 신세계백화점과 웨스틴조선호텔의 인테리어 및 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 객실 이노베이션과 업그레이드에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신세계 정용진 & 정유경 남매 궁금한 프라이버시 공개

사상 최고액 증여세 납부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정용진 부사장(왼쪽)과 정유경 상무·문성욱 신세계 I&C 상무 부부.


최근 정 상무는 이러한 미적 감각을 살려 신세계백화점의 마케팅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세일 광고에만 주력했던 신세계가 올해 설날을 맞아 ‘My Happy Life’를 테마로 한 이미지 광고를 제작한 건 “백화점은 장기적으로 어떤 이미지를 구축하는가가 중요하다”는 정 상무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이 외에도 정 상무는 지난 3월 신세계가 잡지와 카탈로그를 결합한 ‘매가로그’ ‘S 신세계 스타일’을 창간하는 데도 깊이 관여했다고 한다. 그가 전 세계 명품 잡지 1백여 권을 구해 일일이 검토하고, 맘에 드는 화보는 사무실 벽을 둘러가며 붙여놓을 정도로 디자인, 색감, 구성, 글씨체에 이르기까지 연구를 거듭한 끝에 만든 이 신세계 멤버십 잡지는 신세계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이미 패션 리더들에게 화제를 불러 일으킬 정도로 감각적이다.

어머니 이 회장 닮아 치밀하고 꼼꼼하며 패션 감각 뛰어난 남매
이들 남매는 둘 다 어머니 이 회장을 닮아 치밀하고 꼼꼼하며, 패션 감각이 뛰어난 점도 닮은꼴이다. 정 부사장은 정장부터 속옷까지 자신이 입는 옷을 직접 구입해 센스있게 맞춰 입는 ‘베스트 드레서’로 정평이 나있고, 정 상무도 화려하게 꾸미지는 않지만 세련된 바지정장 차림으로 눈길을 끄는 ‘패션 리더’라고 한다. 특히 정 상무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주)신세계 I·C의 기획담당 상무로 근무하는 남편 문성욱씨(34)의 넥타이 등 옷차림도 즐겨 챙겨준다고.
신세계 관계자는 “정 부사장과 정 상무 부부는 주말마다 아이들까지 다 데리고 만나 외식을 하는데, 평소 ‘몸 만들기’를 위해 음식을 조절하는 정 부사장은 ‘이 때가 일주일에 단 한 번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기회’라고 웃으며 말하더라”고 전했다. 정 부사장은 지난 9월 초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이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선발모집에 지원해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달리기 테스트에 참가했을 때도 매제 문 상무와 함께 현장을 방문해 아버지를 응원했다고 한다.
투명한 기업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신세계의 두 남매, 또한 남다른 우애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정용진 부사장, 정유경 상무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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