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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부부 살아가는 이야기

만화가 이우일 · 그림책 작가 선현경

결혼 10주년 맞아 신혼여행기 다시 펴낸~

글·구가인 기자 / 사진·지호영‘프리랜서’, 도서출판 예담, 이우일 가족 홈피(saybonvoyage.com) 제공

입력 2006.09.21 12:02:00

휴대전화도 TV도 없는 생활을 하고, 장난감과 책이 가득한 집에 하루 종일 붙어사는 부부가 있다. 가족은 엄마·아빠를 똑 닮은 여덟 살 난 딸과 애완 고양이 두 마리. 10년 전 3백3일간 특별한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 부부는 지금도 여전히 일년에 한두 번씩 배낭을 메고 여행길에 오른다. 만화가 이우일, 그림책 작가 선현경 부부. 만화를 그리듯 자유롭게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는 이들 부부를 만났다.
만화가 이우일 · 그림책 작가 선현경

도날드 닭, 노빈 손 시리즈로 유명한 만화가 이우일씨(37)와 그의 아내 그림책 작가 선현경씨(36). 이들에게 연락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대신 집으로 전화를 걸어야 한다. 자동응답기 너머 그들의 딸 은서(8)의 목소리가 들린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우일, 선현경의 집입니다. 지금은 외출 중이니….”
서울 마포구 홍대 근처에 있는 이우일·선현경씨의 집. 복층인 집 곳곳에는 수없이 많은 장난감과 책이 있지만 정작 거실에는 으레 있기 마련인 TV가 보이지 않는다. 이사 온 뒤 설치를 미루다보니, 나중엔 TV가 없는 게 나을 것 같아 치웠다고 한다. 휴대전화가 없어도 불편한지 모르고, TV를 보지 않아도 재미있는 것이 많다고 말하는 이들은 남들처럼 살아가는 것에 무심해 보인다.
이들 부부는 하루 종일 붙어산다. 일층에서 주로 생활을 하고 이층 작업실에 나란히 앉아 각자가 맡은 만화와 일러스트레이션, 그림책 작업을 한다. 혹시 늘 함께 있는 게 지겹지 않을까.
“저는 어릴 때부터 혼자 방을 써서 예전엔 딱 문 닫고 혼자서 일하는 타입이었는데. 이제는 뭐, 아이가 뒤에서 뛰어다니고 옆에서 게임하고 있어도 일을 할 수 있어요. 사실 처음엔 집에서 하려니까 힘들더라고요. 근데 한 2년 지나니까 편해졌어요. 아내가 많이 도와주기도 했고… 게다가 최초의 독자로서 아내에게 검증받는 게 중요하거든요. 혼자 하는 것보다는 같이 하는 게 좋죠. 밥값도 안 들고 차비도 안 들고… 지금 나가라고 하면 그게 더 불편할 거 같아요.”(이우일)

만화가 이우일 · 그림책 작가 선현경

이우일·선현경씨의 작업실 풍경. 수많은 장난감과 책, 애완고양이 카프카와 비비를 볼 수 있다.


재수생과 고3 수험생 신분으로 미술학원 다니면서 처음 만나
올해로 결혼 10년째인 두 사람은 만난 지 20년 된 사이. 이우일, 선현경씨는 각각 재수생과 고3 수험생 시절 만나 약 10년을 사귀고 결혼했다.
“96년에 결혼해 올해가 10주년이에요.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는 그냥 아는 사이였어요. 나중에 제가 재수하면서 다른 미술학원에 다녔는데 거기서 남편이 아르바이트로 데생을 가르치고 있었어요.”(선현경)
미술학원 선생님과 제자로 만난 두 사람은 이후 홍대 미대를 함께 다니며 10년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다. 그러던 지난 96년 이우일씨는 선현경씨에게 근사한 프러포즈 대신 짧은 한마디를 던졌다. ‘우리 언제 결혼할까’.
“그냥 이제 그 정도 만났으면 이쯤에서 결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더라고요(웃음). 왜 그렇게 일찍 결혼했는지 모르겠어요. 제 친구들은 다 서른 넘어서 했거든요. 나도 좀 더 놀고, 늦게 했어야 했는데… (아내를 바라보며)헤헤헤.”(이우일)
“마이 놀았다~(웃음).”(선현경)
대학 때부터 만화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잠깐 회사생활을 한 것 빼곤 줄곧 전업 만화가의 길을 걸었던 이우일씨와 달리, 선현경씨는 아이를 낳은 뒤 남편의 권유로 7년 전 한 월간지에 자신의 가족이야기를 담은 ‘가족관찰기’라는 제목의 만화를 그리면서 일을 시작했다.
“저는 한번도 만화를 그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집에 있으니까 많이 우울했어요. ‘나도 배울 만큼 배웠는데… 나도 똑같이 대학 다녔는데…’ 하는 생각만 들고. 그런 와중에 남편이 만화를 그려보지 않겠냐고 묻더라고요. 그렇게 잡지에 만화를 연재하게 됐고 이후에 동화책 작업도 하게 됐죠.”(선현경)
도예과를 졸업한 현경씨에게 만화는 생소한 장르였을 터. 이때 남편 우일씨는 오래전 미술학원 선생님의 역할을 다시 맡아야 했다고 한다.
“처음엔 야단을 많이 쳤어요. 원래 기본적인 감각이 있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지만 만화를 어떻게 시각화할 것인지는 많이 조언해줬죠. 근데 이제는 어떤 점에서는 저보다 잘해요. 예를 들면 일상 속에서 디테일한 것들을 끌어내는 방식이라든지… 사실, 그것도 다 가르쳐준 거라니까. 처음에는(웃음).”(이우일)
처음에는 가르침을 주고받는 수직적인 관계에서 이제는 서로 평가를 주고받는 수평적인 관계가 됐다고 한다. 그 와중에 싸우기도 한다고.
“서로 작품을 평가할 때 되게 신랄해져요. 저는 그래도 좀 돌려서 지적을 하는 편인데 남편은 거침없이 말하니까 제 경우 상처받죠(웃음). 그러다 좀 흥분하면 ‘그럼 니가 해 봐’ 그러고. 그런데 금방 풀어져요. 왜냐면 실제로 문제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선현경)

물론 일 외적인 부분에서도 싸움은 한다. 189cm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머리에 난 상처를 의식해 항상 두건을 두르고 다닐 정도로 소심한 남자 우일씨가 늘 꼼꼼하고 사소한 것에 예민한 타입이라면, 열 번 가본 길도 헤매고 자주 물건을 잃어버리는 현경씨는 대체로 많은 것들에 무심한 타입이다보니 자연히 별것 아닌 일들로 다툴 때가 있다고.
“제가 잘 덤벙거려요. 한 예로 운전하다 실수를 했어요. 그러면 남편이 지적을 하죠. ‘이렇게 해서 사고가 나면 어떡하냐’고. 저는 그냥 사고가 안 난 상황이니까 ‘알았어’ 하고 대충 답하거든요. 그러면 ‘네가 그렇게 답하면 안 된다, 네가 운이 좋아서 사고가 안 난 거지…’그러면서 거의 그 상황을 사고가 나서 우리 모두 죽은 상태로 만들어요(웃음).”(선현경)
싸움에 임하는 자세도 차이를 보인다. 현경씨가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결론이 날 때까지 풀고 마무리지어야 하는 반면 우일씨는 싸움 도중 뛰쳐나간다.
“남편은 싸우다가도 방에 뛰어들어가 문을 잠가버리거나 뛰쳐나가요. 그럼 저는 쫓아가거나 열쇠 가져와서 문을 따거나 기다려야 하죠.”(선현경)
“방안으로 쫓아오니까 뛰어나갈 수밖에 없죠. 그런데 요즘엔 안 그래요. 마지막으로 뛰쳐나간 게 지난해 부산영화제 할 때였나? 근데 그때 우리 왜 싸웠지?”(이우일)
“나도 생각이 안 나(웃음). 딱 하나 기억나는 건 남편이 전기밥솥 때문에 집을 나간 적이 있어요. 전기밥솥을 사라고 계속 얘기 했는데, 제가 안 사고 계속 찬밥을 줬거든요. 남편이 집을 나가고 나서야 전기밥솥을 샀지요(웃음).”(선현경)
하지만 하나뿐인 딸 은서의 교육방식에 있어서는 아빠 우일씨가 전적으로 엄마 현경씨를 믿고 일임한다고 한다.
“저는 될 수 있으면 관여하지 않으려고 해요. 아내가 저보다 잘하니까요. 아내는 아이를 굉장히 존중하는 편이죠. 제가 보기엔 아이가 삐뚤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요(웃음). 사실 제가 권위적인 사람이 아닌데, 아내와 비교하면 ‘내가 정말 권위적인가보다, 내가 늙었나보다’ 생각하게 돼요(웃음).”(이우일)
이들 부부는 아이를 자신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기보다는 믿고 바라보는 ‘방목형’ 교육법을 선호한다. 이들은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수리력이 약하다’는 통지를 받은 뒤 ‘부모 모두 수리력이 약하니 그냥 아이를 놀게 해달라’고 답장하는가 하면, 받아쓰기 20점을 받아와도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은서는 한글을 안 깨치고 학교에 들어갔어요. 또래에 비해 키가 커서 맨 뒤에 앉았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선생님께서 어떤 단어를 써주면 맨 앞자리 아이서부터 귓속말로 뒤로 계속 전달한 뒤, 맨 뒤에 앉은 아이가 그 낱말을 써서 다시 선생님께 가지고 오게 하는 놀이를 하더래요. 그러니까 맨 앞과 뒤의 아이는 글씨를 알아야 하는 거죠. 은서에게 어떻게 했냐고 하니까 옆의 아이한테 물어서 자기도 따라했다고 하더라고요. 나름대로 잘하는 것 같아요(웃음).”(선현경)

여행은 삶의 일부분, 지금도 일년에 한두 차례는 꼭 떠나
얼마 전 이들 가족은 두 종의 여행서를 냈다. 예전에 냈다가 절판된 그들의 신혼여행기를 ‘이우일·선현경의 신혼여행기’라는 이름으로 복간하고, 올 초 중남미 여행을 다녀온 뒤 쓴 여행서 ‘이우일, 카리브해에 누워 데낄라를 마시다’를 출간했다. 그중 ‘…신혼여행기’에는 10년 전 간소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유럽 전역과 이집트, 캐나다 등지를 3백3일간 돌아다녔던 신혼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10년 전 3천만 원이 들었으니, 남들은 혼수와 보금자리를 마련할 돈을 털어 여행경비로 쓴 셈이다.

만화가 이우일 · 그림책 작가 선현경

올초 이들 가족은 중남미 여행을 다녀왔다. 쿠바 아바나에서 지역 명물 코코 택시를 탄 이우일씨 가족.


“지금 보면 웃겨요. 어쩌면 이렇게 대책 없이 여행을 갔을까 싶고. 하지만 저희는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사는 타입은 아니에요. 지금부터 돈을 차곡차곡 모아 집과 차를 사고… 하는 식으로 어떤 계획을 치밀하게 세웠다면 아마 여행을 못 떠났을걸요. 그런 것을 생각 않고 떠났고, 그래서 여행을 할 수 있었어요.”(이우일)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여행을 좋아한다. 이제는 둘이 아니라 그의 딸 은서도 함께 여행을 떠난다. 신혼여행 때만큼 긴 기간은 아니지만, 일년에 한두 차례 일주일 이상 비행기를 타고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올해만 해도 이들 가족은 중남미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에 다녀왔다. 하지만 한번 떠나는 여행에 비용이 만만치가 않을 터. 비용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재작년 그리스 여행을 갈 때 비용이 좀 많이 들었거든요. 비행기에서 저랑 남편이랑 ‘우리 거지 됐다’ ‘이제 손가락 빨고 살아야 돼’ 하면서 걱정하는 것을 아이가 들었나봐요. 비행기 안에서 막 울면서 그리스에 가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웃음).”(선현경)
그런데 여행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만사 제쳐두고 떠나야만 하는 이유라도 있는 걸까.
“여행을 자주 떠난다고 하면 돈이 많나보다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사실 그건 아니에요. 그냥 이렇게 사는 게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니까 무리를 해서 여행을 가는 거지, 만일 저희에게 더 큰 집을 사는 게 중요했다면 못 떠나겠죠. 다른 과정을 조금 미루고 여행을 택한 거예요. 가치관의 차이죠.”(이우일)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 늘 새로운 자극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들 부부는 일상생활에서도 빤한 패턴에서 벗어나 변화와 즐거움을 추구한다. 그래서일까. 이우일·선현경 부부의 사는 모습이 담긴 홈페이지 주소는 say bon voyage(좋은 여행 되라고 말해줘)다. 이들의 여행 같은 삶, 삶의 일부분으로서의 여행길에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고 싶다.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랄게”.

여성동아 2006년 9월 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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