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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에서 진정한 사랑을 경험”, 아름다운 사형수 강동원

글·김유림 기자 / 사진·지재만 기자

2006. 09. 18

공지영 원작의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사형수로 출연하는 강동원. 그는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수감자의 심정을 이해하기 위해 한동안 집에서 양손을 묶은 채 생활하기도 했다고 한다. 살고 싶다는 욕망이 간절한 사형수로 열연한 강동원을 만났다.

“죽음의 문턱에서 진정한 사랑을 경험”, 아름다운 사형수 강동원

“첫 촬영을 하던 날, 모니터에 비친 강동원씨의 얼굴을 보고 한동안 망연자실했어요. ‘과연 저게 사형수의 얼굴인가, 내가 지금 뭔 짓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고 있는데, 배우 윤여정씨가 한마디하더군요. ‘저렇게 잘생긴 남자가 죽어야 영화가 더 슬픈 거야’ 하고요.”
9월14일 개봉하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만든 송해성 감독의 말이다. 꽃미남 배우의 대명사 강동원(25)이 이번 영화에서는 세 사람을 살해한 사형수로 출연한다. 촬영 내내 하늘색 수의를 입고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채 연기를 펼친 그는 촬영 전 집에서 두 손을 묶고 생활하며 수감자의 입장이 돼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처음엔 못 견딜 정도로 갑갑하고 힘들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그것도 익숙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엔 교도소에서 직접 생활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과 상의한 끝에 교도소 측에 몇 차례 부탁을 드렸지만 규율상 안 된다고 하더군요.”
작가 공지영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번 영화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세상을 증오하며 죽는 날을 기다리는 사형수 윤수와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세 차례나 자살을 기도한 대학강사 유정(이나영)의 가슴 절절한 사랑을 그린다. 서로 아픔을 간직한 두 사람이 일주일에 3시간,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교도소에서 만남을 가지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살아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그는 유정을 사랑하게 될수록 살고 싶다는 욕망이 커지는 사형수의 애절한 마음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촬영 스태프들 또한 두 사람의 감정 연기를 위해 숨소리도 크게 내지 않을 정도로 주의를 기울였는데, 정작 그에게는 그런 세심한 배려가 더욱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고.
“어떤 작품이든 쉽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유난히 힘들었어요. 그나마 제 대사가 서울말에서 경상도 사투리로 바뀌어 표준어를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없이 연기할 수 있어 다행이었죠.”(그의 고향은 경남 창원이다)

‘꽃미남’ 이미지 벗고 싶어 일부러 머리 짧게 잘라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극중 자신이 죽인 사람의 어머니를 만나 사죄하는 장면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죽고 싶을 만큼 누군가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그런 마음을 처음으로 느껴봤어요. 속죄하는 사형수의 심정은 과연 어떨지,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도 많이 되더군요. 촬영을 마치고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아파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건의로 교도소 수감자들의 두발이 자율화됐지만 그는 이번 영화에서 짧은 머리를 고집했다. 수감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그대로 따르고 싶었고, 짧은 헤어스타일로 자신의 외모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을 없애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꽃미남’이란 수식어를 원치 않는다는 그는 ‘늑대의 유혹’ ‘형사’ 등의 전작에서 외모가 부각됐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연기자로서 보여지길 원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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