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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명문대 총장의 조언

성균관대 서정돈 총장이 들려주는 ‘21세기가 원하는 전문인으로 자녀 키우기’

글·이남희 기자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6.08.24 13:53:00

성균관대는 오랜 역사를 지녔으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대학이다. 1398년 조선 태조 때 설립된 성균관을 계승했지만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을 목표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기 때문. 성균관대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는 서정돈 총장을 만나 ‘전문인으로 자녀를 키우는 교육법’에 대해 들었다.
성균관대 서정돈 총장이 들려주는 ‘21세기가 원하는 전문인으로 자녀 키우기’

자녀가 과학, 예술 등 한 분야에 소질이 있다면, 그 특기를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유교 교육의 전당’에서 첨단 경영기법을 도입한 ‘전문인력 양성의 메카’로!
올해로 건학 6백8년을 맞이한 한국 최고(最古)의 사학, 성균관대. 1398년 조선 태조 때 설립된 성균관을 계승한 성균관대는 더 이상 고리타분한 ‘과거의 대학’이 아니다. 뿌리 깊은 전통은 살리면서도 강력한 실용주의를 추구함으로써 ‘미래의 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
성균관대는 지난 1991년 재단인 봉명그룹의 부도로 한동안 ‘암흑기’를 겪었으나 96년 삼성이 인수하며 재기의 날갯짓을 했다. 한때 대학 랭킹이 중하위권인 12위까지 밀렸지만, 지난해 중앙일보가 실시한 대학순위(종합대학 기준) 평가에서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지난 4월 발표된 2차 두뇌한국(BK)21 사업 선정 결과에서도 성균관대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BK21사업’이란 교육인적자원부가 분야별 특성화된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목표로 각 대학에 7년간 2조3백억원을 지원하는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 성균관대는 모두 28개 사업단이 선정돼 2012년까지 총 1천1백11억원의 국고지원을 받게 됐다. 대학별 총 지원금액으로 따지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이어 4위다.

성균관대 서정돈 총장이 들려주는 ‘21세기가 원하는 전문인으로 자녀 키우기’

성균관대 교정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서정돈 총장. “공부도 개성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서 총장의 당부에 학생들은 환한 웃음을 터뜨렸다.


성균관대 서정돈 총장(63)은 성균관대의 화려한 부활을 이끈 주인공이다.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주치의로 삼성과 인연을 맺은 그는 지난 97년 서울대에서 성균관대로 옮아와 성균관대 의대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후 2003년 의대 학장에서 총장으로 변신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성균관대의 발전을 일군 것. 서 총장은 “2010년까지 성균관대를 세계 100대 명문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평소 언론에 자주 등장하지 않던 서 총장의 첫인상은 환자를 정성껏 돌보는 자상한 의사의 모습 그대로다. 대외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일을 추진하는 것이 그의 업무 스타일이기도 하다. “의사 출신으로서 대학 경영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의사로 일하며 체득한 ‘봉사의 리더십’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된다”고 운을 뗐다.

21세기형 전문인은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 의사소통 능력 갖춰야

“의사는 봉사정신 없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대학을 이끌 때도 제가 늘 염두에 둔 것이 바로 ‘봉사하는 리더십’입니다. 저는 무조건 지시를 내리기보다 교직원, 교수들이 다양하게 의견을 말하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지요. 리더가 봉사하는 리더십을 가지면, 구성원들은 더욱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그저 윗사람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 사람은 ‘안되면 그만이다’ 하고 생각하기 마련이잖아요? 심장병 전공의로 일하며 키워온 판단력과 순발력도 도움이 됐습니다. 환자가 위험에 처한 순간, 의사가 제대로 판단해야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잖아요. 경쟁이 치열해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총장의 순간적인 판단력이 대학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서 총장은 교육자로서 뚜렷한 철학을 갖고 있다. 성균관대의 건학 이념에 맞게 ‘인의예지(仁義禮智)’에 바탕을 둔 교양교육을 실천하면서도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하며 전문인을 키우겠다는 것. 더불어 ‘홍익인간’의 이념을 갖춘 지도자를 양성하겠다는 것이 그의 교육목표다.
“학부에서 학생들이 전공을 정하기 전에 교양교육을 강조한 것은 ‘먼저 인간이 돼야 한다’는 소신 때문입니다. 또 요즘 회사에서는 대학 졸업생들이 ‘할 줄 아는 게 없다’며 항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비판을 줄이고자 전문교육을 강화하고 있고요. 학생, 학부모, 기업이 모두 원하는 학교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그는 총장이 된 후에도 강단에 선다. 의예과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21세기 의사’라는 강의를 진행하는 것. 그가 제시하는 ‘바람직한 의사상’은 ‘21세기형 전문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는 강의에서 의사를 꿈꾸는 신입생들에게 네 가지 능력을 강조합니다. 먼저, 단순 암기를 강조하는 피동적인 교육을 받아온 학생들에게 ‘비판적인 사고력’을 가질 것을 당부합니다.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인 만큼 그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풀어나가는 문제해결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 의사는 환자와 간호사, 동료 의사들과 정확하게 의사를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고요. 마지막으로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조정하는 매니지먼트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는 비단 의사뿐 아니라 전문인이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서 총장이 성균관대 의대를 설립하며 도입한 ‘문제중심 학습법’은 성균관대의 실용적인 학풍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문제중심 학습법’이란 학생들이 현실에서 부딪히게 될 상황들을 문제로 설정하고, 이것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찾아 공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초·중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위해 학부모도 얼마든지 문제중심학습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교수님의 강의를 노트에 적어 열심히 공부하는 게 다였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3년만 지나면 자신이 배운 게 옛것이 될 만큼 지식의 수명이 단축됐거든요. 모든 지식을 교수가 알려줄 순 없습니다. 그저 공부하는 방법과 방향을 제시할 뿐이지요. 의대 학생들은 본과에서 병리학, 생리학, 해부학 등 기초과목을 모두 배우지만, 막상 환자를 볼 땐 그 지식을 전혀 적용하지 못합니다. 케이스 중심으로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는 수업에서 모의환자를 내세워 학생들이 스스로 모르는 것을 찾아 공부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21세 여성이 38.5℃로 열이 나며 목이 아프다면 무슨 병일까?’ 하고 문제를 내는 거죠. 학생 5~6명이 한 조가 돼 책이나 인터넷을 뒤지고 선배들에게 물어 병의 원인을 찾아냅니다.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약리학 등 문제해결에 필요한 학문적 지식이 총동원되겠지요. 이것이 바로 산 교육입니다. 의대뿐 아니라 법대는 판례 중심, 경영학과는 기업경영 사례 중심으로 공부해야겠지요. 문제중심학습법이야말로 21세기 인재를 키우는 열쇠입니다.”

성균관대 서정돈 총장이 들려주는 ‘21세기가 원하는 전문인으로 자녀 키우기’

서 총장의 집무실에는 그가 읽던 수많은 책들이 쌓여 있다.


“한 분야에 특출한 재주 가진 괴짜가 미래 사회에 더욱 필요한 인재”



우수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서 총장의 대학운영 철학은 특성화 교육을 가능케 했다. 그는 성균관대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동양철학 분야를 육성하고자 2002년 유교철학과, 한국철학과, 중국철학과를 유학동양학부로 통합했고, 2004년에는 동아시아학 협동과정을 개설해 동아시아의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를 수 있는 전문가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한국에 유학 오는 학생들은 우리나라에서 동아시아를 연구하고 싶어 하지 않겠느냐는 게 서 총장의 생각이다.
또한 성균관대는 국내 최초로 중국대학원을 설립했다. 한국에서 1년, 중국에서 1년 공부하는 1+1 체제로 운영되는 중국대학원은 중국어와 영어로만 수업이 진행된다. 중국의 명문인 베이징대, 푸단대 등과 상호 교류협정을 맺어 중국대학원은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국가로 떠오르는 만큼 중국과의 경쟁에 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 중국어를 잘 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무역, 경영 등의 실무를 꿰뚫는 인재는 거의 드물죠. 율곡 이이 선생이 임진왜란이 터지기 전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듯, 저희도 중국과의 관계를 대비해 10만 중국 전문가를 키워내고자 합니다.”
올해 성균관대에 신설된 반도체공학과는 입학자 전원의 삼성전자 취업을 보장하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인해 상위 1% 안에 드는 우수한 학생들이 대거 몰렸다. 이처럼 국내 어느 대학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실용적이고 특화된 커리큘럼은 성균관대의 가장 큰 장점으로 통한다.
성균관대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서 총장은 해외 석학을 영입하는 데도 발 벗고 나섰다. 현재 중국대학원을 이끄는 왕이추 원장(73)은 중국 베이징대 부총장으로 8년간 재임하면서 보여준 행정능력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해 7월 초대 중국대학원장으로 영입됐다. 또한 미국 인디애나대 석좌교수였던 로버트 클렘코스키 원장은 2004년 9월 성균관대 MIT-MBA 스쿨이 설립되자 국내 최초의 외국인 대학원장으로 초빙됐다. 현재 나노과학기술원을 이끄는 이지마 원장은 일본의 전자업체 NEC에서 근무하던 91년 세계 처음으로 탄소나노튜브를 발견한 나노 연구 분야의 권위자. 서 총장은 학연, 지연 등에서 자유로운 외국인에게 대학원 운영의 전권을 맡김으로써 대학의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성균관대의 극적 변신이 가능했던 것은 재단인 삼성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기도 하다. 재단이 10년간 성균관대에 7천억원을 투자하면서 저명한 석학들을 대거 영입하고 시설을 확충할 수 있었던 것. “성균관대가 최근 승승장구하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서 총장은 웃으며 답했다.
“삼성의 브랜드 파워는 성균관대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의 베이징대는 교류협정을 맺기 까다로운 학교로 유명한데, 성균관대의 재단이 삼성이라고 소개하자 바로 ‘만나자’는 답변이 오더군요. 재단의 든든한 지원이 상승효과를 내면서 구성원들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더욱 분발하게 됐습니다.”
성균관대에 입학하려면 학생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서 총장은 “한 분야에 특별한 재능을 지닌 학생들에게 입학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과목을 골고루 잘하는 학생도 좋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특출한 능력을 발휘하는 학생들이 21세기에 더욱 필요한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자녀가 외국어나 과학, 예술 등 한 분야에 소질이 있다면, 그 특기를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핵가족 시대, 인내심과 애정을 갖고 그 역할을 해줄 사람은 부모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글쓰기 훈련해야
성균관대가 주력하고 있는 또 다른 커리큘럼은 바로 ‘글쓰기’다. 지난해 초 성균관대는 글쓰기 교육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학술적 글쓰기’ ‘글쓰기 기초와 실제’ 등 글쓰기 관련 강좌 4개를 신설하고 교수 10여 명을 새로 채용했다. 지난 78년 동아일보에 ‘의창(醫窓)’이란 칼럼을 연재했던 서 총장은 “글로써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글쓰기 노하우를 들려줬다.
“1년 가까이 신문에 2백자 원고지 6장 분량의 칼럼을 썼습니다. 당시의 꾸준한 글쓰기 훈련이 제게 큰 도움이 됐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무엇보다 어려운 의학정보를 쉽게 풀어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러 에피소드를 곁들여 글을 재미있게 구성하려고 애썼죠. ‘아는 만큼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평범한 진리입니다.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거나 상투적인 논점을 드러내는 글보다,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색다른 시각에서 상황을 해석하는 글이 더욱 각광을 받습니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서정돈 총장의 영향 때문일까. 그의 장남인 승욱씨(36)는 현재 중앙일보 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둘째인 딸 승희씨(34)는 일본 무사시노 음악학교를 졸업한 음악가다. 두 자녀에게 자신이 걸어온 의사의 길을 권장할 생각은 없었을까. 그러나 서 총장은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존중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가장 공부를 잘한다고 하는 학생들이 의대에 몰리는데 이는 국가적인 손실입니다. 한국의 산업경쟁력을 높이려면 과학기술 분야에 더 많은 핵심인재가 필요하겠죠. 의대의 경우 자기 적성에도 맞고 아픈 사람들을 돌보며 보람을 느낄 만한 사람이 진학해야 하고요. 과거에는 의대에서 외과, 산부인과에 우수한 인재가 몰렸는데 요즘은 3D 업종으로 치부되면서 인기가 떨어지더군요. 대신 성적 좋은 학생이 성형외과, 피부과에 가겠다고 몰리니 얼마나 낭비입니까. 눈앞의 세태만 쫓아가며, 전공을 택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어떤 분야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어요.
제 아내는 아들이 의대에 진학하길 원했지만, 결국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아들의 논리에 설득당하고 말았죠.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원칙은 바로 ‘아이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자’는 겁니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건, 아이들이 어떤 진로를 택하건 대화를 통해서 부모와 자녀는 서로 이해하고 최선의 합의점을 찾을 수 있어요.”
36년간 심장병 전문의로 활동해온 서정돈 총장은 6백8년 역사를 간직한 성균관대의 ‘대수술’을 맡아 변화를 주도했다. 2000년 4천7백15명이던 학부 정원을 올해 3천5백99명까지 줄여 교육의 질을 높였고, 학과 통폐합·폐지 등 학과 구조조정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는 캠퍼스를 오가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마지막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학생들이 공부를 할 때도 자신의 개성을 발휘했으면 합니다.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한 분야에 뛰어난 괴짜가 21세기에 더욱 필요한 인재 아닐까요?”
서정돈 총장의 명사 주치의 시절 에피소드 & 단란한 가정생활
“성철스님에게 법명 받기 위해 아침 8시부터 밤 9시 반까지 3천 배,
   남매 자녀교육에 몰두한 약사 출신 아내…”


성균관대 서정돈 총장이 들려주는 ‘21세기가 원하는 전문인으로 자녀 키우기’

서정돈 총장과 아내 신희숙씨.

대구 출신인 서정돈 총장은 5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상과대를 졸업하고 은행에서 근무한 부친이 늘 책을 가까이한 영향으로 5형제는 대부분 학자로 성장했다. 서 총장의 셋째 동생 정헌씨는 서울대 화학부 교수로, 막내 동생 정연씨는 서강대 컴퓨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정헌씨의 부인은 여성 과학자 최초로 ‘국가석학’에 이름을 올린 백명현 서울대 화학부 교수이며, 정연씨의 부인 역시 유세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다. “5형제 중 3형제가 학자의 길을 걷게 된 성장 환경에 대해 알려 달라”는 질문에 서 총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5형제가 부대끼며 살면서 경쟁과 타협, 양보와 절제를 배웠습니다. 합리적으로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생명현상을 관찰하는 게 흥미로워서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다는 그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고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의 임종을 지켜본 장본인이다. 그는 심장병 전문의로 이름을 떨치며 숱한 유명인사를 진찰했지만, 기자에게는 “환자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그런 그가 성철 스님을 회상할 때는 유난히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성철 스님을 뵌 뒤, 시봉 스님께 ‘성철 스님이 법명 하나 지어주시면 정말 영광이겠다’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성철 스님께서 제가 ‘3천 배를 하면 지어주겠다’고 하셨다는 겁니다. 하루에 3백 배씩 나눠서 해도 안 되고, 지정된 절에서 한번에 해야 한다는 게 성철 스님이 내건 조건이었죠. 굳게 마음먹고 3천 배를 시작했는데 평소에 쓰지 않던 근육을 쓰다보니 무척 힘들더군요. 오전 8시에 시작했는데 밤 9시 반이 돼서야 절이 끝났습니다. 결국 성철 스님께서 제게 ‘천봉(千峰)’이란 법명을 지어주셨죠. 의사로서 볼 때 3천 배는 참 좋은 도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허허.”
서정돈 총장의 부인 신희숙씨(59)는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한 약사 출신이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2년 연애 끝에 1969년 결혼식을 올렸다.
“내과 레지던트로 근무할 때 아내를 처음 만났죠. 어디에 딱 반했다기보다는 신기하게도 ‘아! 이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처음 가정을 꾸렸을 때 약사로 잠시 근무했던 아내는 두 아이를 낳으며 자녀교육에 헌신했습니다.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가정을 잘 돌봐준 아내에게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서 총장의 장남 승욱씨는 중앙일보 기자로 근무하고 있으며, 둘째인 딸 승희씨는 현재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남편을 따라 미국에 머물고 있다. “여섯 살 된 외손자를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서 총장은 “딸에게 아이 하나만 더 낳으라고 사정하는 중”이라며 애틋한 손자 사랑의 마음을 드러냈다.


여성동아 2006년 8월 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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