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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의 고백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임지연 굴곡진 인생

기획·김명희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김형우 기자 || ■ 헤어&메이크업·이유정끌레르 ■ 코디네이터·심계희

입력 2006.08.24 13:19:00

84년 미스코리아에 선발돼 활발하게 활동했던 임지연. 어느날 갑자기 연예계를 은퇴해 궁금증을 자아냈던 그가 20년 만에 첫사랑과 결별 후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등 그간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지난날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삶을 준비중인 임지연의 꼭꼭 숨겨두었던 이야기 공개.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임지연 굴곡진 인생

“첫사랑에게 배신 당한 후 두 번에 걸친 결혼과 이혼…”

84년 미스코리아선발대회에서 미스 태평양으로 뽑히며 화려하게 연예계에 데뷔해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임지연(41). 이목구비가 뚜렷한 서구형 미인인 그는 각종 프로그램에서 리포터와 MC로 활약했다. 그런데 미스 아시아 태평양 대회에 참석해 2위로 입상하며 한창 주가를 높이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방송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공식적인 입장표명도 없었다. 연예계에서는 그가 결혼준비 때문에 활동을 접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첫남자의 말을 믿고 사랑을 선택했지만 배신 당해 한때 자살을 생각하기도
지난 7월18일 KBS 아침 토크쇼 ‘이홍렬 홍은희의 여유만만’ 녹화장에서 그를 만났다. 연예계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몸에 군살 하나 없이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20년 전 자신이 갑자기 연예계를 은퇴한 배경을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첫사랑을 만난 건 미스코리아에 당선된 직후 방송활동을 할 때였어요. 85년 홍콩에서 열리는 미인대회에 참가하게 됐는데 자꾸만 빈약한 가슴이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그분을 찾아가 도움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따뜻한 마음에 끌렸지요. 그분도 저를 사랑했고 결혼을 약속했어요. 그분이 제게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만 하면 좋겠다고 해서 방송도 중단했죠.”
그는 두말없이 사랑하는 남자가 시키는 대로 방송일을 접었다고 한다. 연예계를 떠나 한 남자의 아내로 사는 것이 행복한 여자의 삶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혼을 결심한 그는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그램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전후 사정을 설명하면서 “미안하지만 일을 못하게 됐다. 다른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목요일이 녹화날인데 화요일에 연락했으니 방송국에서도 황당했겠죠. 방송국의 한 고위 관계자가 저를 부르더니 ‘사랑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왜 힘든 길을 가려고 하느냐. 성공한 후에 사랑을 찾아도 늦지 않다’는 말씀을 해주시더군요. 제가 결혼하려던 분이 결혼 경험이 있는 데다 자식도 있었고 저보다 나이도 훨씬 많았거든요. 만약 당시에 방송국 관계자의 말씀을 귀담아듣고 따랐더라면 제 인생이 달라졌겠죠.”
하지만 그 사람 없이는 성공도, 사회적 명성도 소용없다고 판단한 임지연은 머뭇거리지 않고 사랑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행복한 마음으로 결혼을 준비하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그 남자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 것. 임지연은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어요. 먼저 결혼하자고 말한 게 그분이었거든요. 그리고 결혼을 약속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니까요.”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임지연 굴곡진 인생

은퇴 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아름다운 임지연은 현재 서울 신사동에서 ‘수림’이라는 복 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며 연예계 복귀를 준비 중이다.


임지연이 그 남자와 교제한 기간은 2년. 임지연은 이후 20년간 그 남자와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대신 심신을 추스르고 영화배우로 새 삶을 시작했지만 87년 출연한 영화 ‘풍녀’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또다시 크게 좌절했다고.
“어딜 가나 그 남자와 사귄 꼬리표가 따라다녔어요. 한때는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죠. 더군다나 영화 흥행 실패 후 상심이 크던 차에 에로영화 출연 제의가 들어오더군요. 어디까지 추락할지 알 수 없겠다는 불안한 마음에 결국 연예활동을 완전히 접었어요.”

일본인 재력가와의 첫 결혼 실패 후 영화제작에 손댔지만 전 재산 날려
암담한 현실과 불분명한 미래 때문에 우울해하던 87년 어느 날, 그는 연예계 선배로부터 조금 황당한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선배가 선을 보기로 돼 있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나갈 수 없으니 저더러 대신 자리에 나가달라고 하더라고요. 선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을 보게 됐어요. 일본인 사업가였는데 통역을 대동한 채 선을 봤죠. 그런데 만나보니 인상도 좋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임지연은 ‘대타’로 나갔다가 만난 일본인 재력가와 89년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의 결혼을 두고 항간에는 ‘일본인에게 속아서 결혼했다’ ‘첫사랑의 실패 때문에 오기로 돈 많은 남자와 결혼했다’는 등 무수한 소문이 나돌았지만 임지연은 “그렇지 않다”며 당시의 상황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오기로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사랑하니까 결혼한 거죠.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결혼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1년 6개월 동안 연애하면서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어요. 전처의 아들이 네 명이나 있었지만 결혼 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어요. 부인과는 서류상으로 이미 정리된 상태였고요.”
하지만 결혼생활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는 5년여 만에 첫 남편과 갈라섰다. 이혼 사유는 문화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과 아이 문제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아이가 있었다면 이혼은 하지 않았을 텐데….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는데 그것 때문인지 노력을 해도 임신이 안됐어요. 한의원에 가서 침 맞고 보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죠.”
이혼 후 그는 영화제작에 손을 댔지만 극장에 올려보지도 못한 채 실패를 맛봐야 했다. ‘밑빠진 독’처럼 들어가는 돈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 전 재산이 물거품처럼 날아갔다고 한다.
“호주머니에 단돈 만원도 없이 쫄딱 망했어요. 어쩔 수 없이 결혼한 언니집에 얹혀살았어요. 먹고살아야 하니까 자동차 딜러도 했고 횟집도 운영했죠.”
운영하는 식당이 자리를 잡아가던 지난 2000년 그는 열 살 연상의 남자와 두 번째 결혼을 했다. 남편은 좋은 남자였지만 다른 사람을 너무 잘 믿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그는 또다시 파경을 맞게 됐다고 한다.
“그 사람은 모든 면에서 아주 꼼꼼했어요. 생활력도 강하고 장점이 많은 남자였죠. 특히 시부모님이 저를 딸처럼 여겼고 아주 잘해주셨어요. 그런데 살아보니 저와 정반대의 성격 때문에 자주 다툼이 생겼어요. 저는 남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친구가 돈 빌려달라고 하면 두말없이 빌려주곤 했는데 그런 점을 남편이 못마땅해했어요. 4년 동안 살다 헤어졌는데 첫 번째 결혼과 마찬가지로 아이가 있었다면 헤어지지 않고 어떻게든 맞춰서 살려고 노력했을 것 같아요.”
첫사랑과 헤어진 이후 두 번에 걸친 결혼과 이혼, 여자로서 결코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온 임지연은 “지난날 사랑 때문에 죽고 싶을 만큼 억울하고 힘든 적도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나에게 그런 일도 있었나’ 하며 잊고 산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복 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며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그는 조만간 연예계에도 복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음을 다잡고 재기를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 밝은 빛이 비추기를 기대한다.

여성동아 2006년 8월 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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