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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최고 인기 드라마 ‘주몽’ 작가 최완규·정형수

기획·김명희 기자 / 글·강종훈 ‘연합뉴스 기자’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연합뉴스 MBC 제공

입력 2006.07.27 11:42:00

지난 5월 중순 첫 전파를 탄 이래 3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주몽’의 뒤에는 최완규·정형수 작가가 버티고 있다. 각각 ‘허준’ ‘올인’과 ‘다모’ 등의 드라마로 스타 반열에 오른 두 작가를 만나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게 된 배경과 ‘주몽’ 집필 에피소드를 들어보았다.
“드라마를 최대한 재미있게 만들어 우리 역사에 대한 긍지 높이고 싶어요”
요즘 최고 인기 드라마 ‘주몽’  작가  최완규·정형수

탁월한 역사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고구려 건국사를 흥미롭게 그린 <주몽>의 한 장면.


MBC 특별기획 드라마 ‘주몽’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온 국민을 열광시킨 월드컵도 ‘주몽’의 열기는 막지 못했다. 2006 독일월드컵 중계방송 관계로 ‘주몽’이 세 차례나 결방되자 시청자들의 항의가 쏟아졌을 정도. 이러한 폭발적인 인기는 바로 작가의 펜 끝에서 시작된다. 더구나 고구려 건국사에 대한 구체적인 역사적 자료가 없는 상황이라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만들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어떤 이야기꾼들이 글을 풀어가고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 중대한 책임을 두 어깨에 진 이들이 최완규(42)·정형수(37) 작가다. 두 사람은 드라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대한민국에서 스타 작가들. 최완규 작가는 이병헌·송혜교 주연의 드라마 ‘올인’을 썼다. ‘올인’을 안 본 시청자라 해도 전광렬·황수정이 출연한 ‘허준’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듯하다. 최 작가와 호흡을 맞추는 정형수 작가는 하지원이 조선 여형사로 분해 날렵한 몸동작을 선보였던 ‘다모’로 일약 유명작가 대열에 올랐다.
요즘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각자의 작업실에 파묻혀 하루 3~4갑의 담배를 피워대며 몇 달째 ‘주몽’과 씨름하고 있는 두 사람과 지난 6월 초 한자리에 마주 앉았다. 이들은 드라마의 진행방향에 관해 함께 토론한 뒤 장면별로 나눠서 대본을 집필하고 있다고 한다. 이틀 밤을 꼬박 새웠다는 최 작가와 갓 잠에서 깬 정 작가는 피곤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주몽’ 이야기에 금세 활기를 되찾았다.

은둔에 가까운 생활하며 드라마 집필하는 두 사람
‘주몽’대본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지난 수개월간 작업실에서 ‘은둔’하며 햇빛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지내는 이들이다. 40대 ‘노총각’인 최 작가는 평소에도 덥수룩한 수염과 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일 정도로 기인 같은 풍모의 소유자. 5개월 이상 ‘주몽’에 매달리고 있는 요즘 그의 재떨이에는 하루 4갑 가까운 담배꽁초가 쌓이고 있다.
정형수 작가 역시 마찬가지. 초등학생 아이가 있지만 요즘 같아서는 가족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다. 까칠해진 수염과 부스스한 머리가 ‘창작의 고통’을 말해주는 듯했다.
먼저 ‘주몽’열풍에 대한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최완규 작가는 “사실 첫 회에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면서 “물론 항상 부담이 되지만 이 작품은 특히 부담이 컸는데 무난하게 출발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도 잠깐, 상상을 초월하는 뜨거운 반응은 오히려 부담이 될 정도였다. 최 작가가 한마디한다.
“초반에 중국에서 촬영한 화려한 화면들로 시청자의 기대를 부풀려 놓았지만 결국은 탄탄한 이야기로 이끌어가야 하니 더 부담이 되죠. 멋있는 화면보다는 재미있고 공감 가는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주몽’을 민족의식이나 애국심에 연결시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이에 대한 작가들의 원칙은 명쾌했다. 최 작가는 “우리가 할 일은 드라마를 최대한 재미있게 만들어 그 시대에 대한 관심을 크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래서 가장 분명한 원칙은 극적인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라고 덧붙였다.

최 작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던 정 작가도 “우리가 지금은 이렇게 좁은 영토에 살고 있지만 ‘주몽’을 통해 잃어버린 자긍심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최 작가는 “가장 원하는 것은 가장 높은 시청률이 아니라 가장 폭넓은 시청층”이라며 “처음 다루는 시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생겨서 더 많은 연구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수많은 밤을 지새워 대본을 써내면 이는 배우의 연기로 표현돼 브라운관에 선보인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인공 주몽 역은 김좌진 장군의 증손자인 송일국이 맡았다.
최 작가는 ‘주몽’의 캐스팅과 관련해 “‘해신’에서 염장 역을 맡았던 송일국이 자칫 사극 이미지가 고정될 수 있음에도 결단을 내려줘 고맙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송일국은 ‘해신’에서 보여준 염장의 남성적인 카리스마에 낙천적이고 차분한 주몽의 품성까지 더한 복합적인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내고 있다”면서 “주몽의 유들유들한 모습은 영웅이라고 해서 무조건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건국하는 연인 소서노는 지난해 MBC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의 금순이 한혜진이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최 작가는 한혜진에게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주몽’통해 주체적인 여성상 그릴 예정
“소서노는 ‘허준’의 예진아씨 황수정처럼 주인공을 옆에서 지켜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배치한 인물이 아니라, 그 스스로 야심을 가진 정치적인 인물이에요. 한혜진은 주몽과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와 함께 굉장히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려낼 겁니다.”
이들 두 작가의 만남은 최완규 작가가 2001년 집필한 드라마 ‘상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인작가였던 정형수 작가가 ‘상도’의 대본작업에 참여하면서 처음 만나게 된 것. 최 작가는 정 작가에게 작가로서 대선배이자 스승이기도 하다.
푸근한 인상의 외모는 비슷한 느낌을 풍기지만 두 사람의 글은 남성적인 굵직함과 여성적인 섬세함으로 대비된다. 그래서 두 스타 작가가 어떤 조화를 이룰지 관심을 모아왔다. ‘다모’에서 ‘아프냐. 나도 아프다’ 등 명대사를 남긴 정 작가는 ‘주몽’에서도 벌써 ‘팔을 잃게 되면 평생 내 팔을 네 것처럼 써라’ ‘적은 살아 돌아가기를 원하고 우리는 죽어 지키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등 명대사를 남기고 있다.
최 작가는 “드라마 한 편을 통해 시청자 가슴에 각인되는 대사 한 줄을 만들기가 어려운데 정 작가는 섬세한 감성으로 가슴을 후벼 파는 인상적인 명대사들을 만들어낸다”면서 “‘주몽’에서도 정 작가의 감성이 잘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작가를 ‘선생님’으로 부르며 깍듯이 대하는 정 작가가 말을 받는다.
“감성은 오히려 선생님이 훨씬 풍부하세요. 허준이 예진아씨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묻어나는 안타까움과 애절함… 선생님은 사실 ‘멜로의 대가’죠. 유화가 해모수에게 애정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도 보듯, 말이 아닌 캐릭터의 감정에 젖어드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인터뷰를 마친 두 사람은 다시 ‘주몽’속으로 빠져든다. 끊임없는 상상과 논의 속에서 오늘도 ‘주몽’의 한 페이지가 써내려진다. 한강변 작업실에서 말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빛에 새로운 드라마의 역사가 비치는 듯하다.

여성동아 2006년 7월 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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