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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인터뷰

최연소 신임 서울시장 오세훈

“남다른 아내사랑, 두 딸 교육법, 환경철학, 서울시 운영계획…”

글·유인경‘뉴스메이커 편집위원’, 이남희 기자 / 사진ㆍ한정선‘프리랜서’

입력 2006.07.24 16:33:00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61.1%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인기 변호사에서 국회의원으로, 이제 1천만 서울시민의 행복을 책임질 서울시장으로 변신한 그가 잘 알려지지 않은 가족사부터 가정생활, 앞으로의 포부까지 속속들이 털어놨다.
최연소 신임 서울시장 오세훈

“도대체 왜 이렇게 잘생긴 거야?”
5·31 지방선거 전, 벽에 붙은 한 남자의 사진을 보며 아주머니 몇 명이 신음처럼 탄성을 내뱉었다. 원빈이나 장동건 등 꽃미남 스타가 아니라 7월1일부터 1천만 서울시민의 행복을 책임지고 14조억원 이상의 예산을 주무르며 4만5천여 명의 서울시 공무원의 목줄을 쥐락펴락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45)의 선거 포스터 사진이다.
잘생긴 오 시장의 외모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에게 덫이 되기도 했다. 그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은 “그저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일 뿐 콘텐츠가 부족하다” “토론회에서 보니 요리조리 말을 피하더라” 등의 말로 그를 폄하한다.
그는 정말 이미지와 한나라당 바람 덕분에 당선된 행운아일까. 역대 후보 중 최다득표율을 기록하며 최연소 나이로 당선된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을 직접 만났다. 인수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서울시 인수준비 작업에 바쁜데다 지난 52일간의 선거 운동으로 8kg이 빠진 오 시장은 약간 수척해 보였다.
남들은 몇 년씩이나 땀 흘려 준비하고도 앉지 못한 영광의 자리를 가뿐히 차지했지만 선거운동 기간 동안 평생 들은 욕보다 더 많은 욕을 들었을 게다. 지지율이 높을수록 비난의 목소리도 거셌다.

선거운동 기간 아내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 견디기 힘들어
“정말 억울하고 답답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선거 국면이어서 억지로 참았습니다. 다른 당에서 저를 샅샅이 뒤졌는데 만약 조금이라도 거짓말하거나 문제점이 있었다면 가만 놔뒀겠습니까. 특히 앞뒤 설명이 잘린 채 제 말이 왜곡돼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걸 보며 안타까운 적이 많았습니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야 뭐라고 하든 상관없지만 부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이야기는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의 부인 송현옥 세종대 교수(45·영화예술학과)를 아는 사람들은 ‘송 교수가 사치한다’는 말을 그보다 더 어이없어했다고. 오 시장은 “장모님이 교수셨는데 알뜰한 성격이어서 아내는 검소함이 어릴 때부터 몸에 뱄다. 요즘도 대학생 딸과 함께 동대문에 가서 옷을 사 입는다”고 말했다.
최연소 신임 서울시장 오세훈

‘오풍’ ‘이미지 정치’ 등 오세훈의 등장과 서울시장 당선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그의 당선은 이제 우리 시대가 여성성을 요구하고, 여성들이 무얼 생각하고 원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현역 정치인 중 가장 여성적이다. 곱상한 외모나 차분한 말투가 아니라 여성적인 특징인 부드러움, 깨끗함, 섬세함 등을 갖추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몇 년 전 숙명여대 겸임 교수로 강의를 했다. 당연히 여대생들에게도 인기만점이었다. 종강을 하고 파티를 하던 날, 그는 50여 명이 넘는 여대생들과 일일이 블루스를 춰주는 ‘투혼’과 ‘평등정신’을 온몸으로 실천했다고 한다.
“결혼 전까지 전형적인 한국남자였다”는 그는 일하는 아내와 함께 두 딸 주원(21·이화여대 무용과 3년), 승원(19·이화여대 사회과학계열 1년)을 키우다 보니 여성을 배려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갖게 됐다고 한다. 딸들이 자란 뒤 어떤 세상이 될까 고민하다 보니 그는 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 개정안을 발의할 때도 자연스럽게 동참했다고. 부인의 사회활동도 적극 지지한다.

최연소 신임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청 광장에 나온 오세훈 시장은 지나가던 시민들로부터 “함께 사진찍자”는 요청을 수차례 받았다.


“저나 집사람이나 워낙 바빠서 자유방임형으로 아이들을 키웠어요. 4~5세 때부터 아이들에게 ‘혼자서 씻으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얼굴에 비눗기가 남아 있어도 저나 집사람이 대신 씻겨주는 법이 없었죠.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모두 독립심 강하고 주관이 뚜렷한 편이에요. 심지어 아이들 엄마가 두 딸한테 꼼짝 못한다니까요. 무용을 하는 첫째 딸은 외향적인 반면, 올해 대학에 들어간 둘째는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하는 내성적인 성격이에요. 둘째 딸은 외국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분석한 뒤 그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는데, 내용이 웬만한 평론가 수준이어서 집사람이 기절할 정도입니다. 고3 때는 둘째가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어 ‘대학에 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걱정보다 잘해줘서 고맙지요.”

두 딸이 입시준비로 바쁠 때도 늘 일요일엔 온가족이 모여 외식하며 대화시간 가져
오세훈 시장이 가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자주 대화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두 딸이 입시준비에 바쁜 고등학생일 때도 오 시장 가족은 늘 일요일에 모여 외식을 했다고. 평일에는 얼굴조차 보기 힘든 가족이 일요일에 단 1~2시간이라도 만나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자는 뜻에서였다.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아빠인 그는 잔소리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미리 준비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는 철학만큼은 늘 강조해 왔다고 한다. “혹시 아들을 낳고 싶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두 딸이 엄마와 친구 같아서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할 땐 소외감을 느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모든 학자와 전문가들이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하니 그는 시대를 잘 타고난 셈이다. 일단 부모로부터 훌륭한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 부드러운 목소리까지. 본인이 고백하듯 1차 대학에 떨어져 2차인 외대에 갔다가 고려대에 편입했고, 사법고시나 연수원 성적도 우수하지 않았지만 변호사로서 실력은 인정받았다. ‘오변호사 배변호사’란 프로에서도 인기를 얻고, 이어서 시사 프로그램 사회자로 발탁돼 그 대중적 인기를 힘입어 자연스럽게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정말 복이 많군요. 16대 국회의원 시절에 처음 꾸렸던 비서진이 지금까지 저를 돕고 있는데 그것도 복이죠. 어머니가 예전에 제 사주를 보러 갔더니 점보는 분이 ‘앞으로 점보러 다니지 마라, 사주 닳는다’고 하더래요.”
하지만 팔자만 믿고 노력하지 않으면 꽃은 피어도 열매는 맺지 못한다. 그는 95년 대한변호사협회 환경문제연구위원회에 들어간 다음에는 변협 회장과 집행부 변호사를 모아 환경운동연합의 강의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진짜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 변호사도 환경을 알아야 한다는 것. 오 시장은 지금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가장 애착을 가진 일 중 하나가 바로 수도권 대기 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환경전문가로서의 면모는 오 시장의 일상생활에서도 드러난다. 기자가 “무늬만 환경전문가 아니냐”고 묻자 그는 자신 있는 말투로 답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저희 선거캠프는 종이컵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옛날부터 아내 대신 아이들과 함께 장을 보러 자주 다녔는데, 늘 장바구니를 썼고요. 하하.”
국회의원 생활은 그에게 행복을 주지 못했다. 가고 싶지 않은 자리에 가야 하고 만나기 싫은 사람도 억지로 만나야 하는 공적 업무에 지쳐 초기엔 ‘실어증에 걸렸다’고 표현할 만큼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그래서 17대 선거를 깨끗이 포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애처가로 소문났다. 부인 송현옥 교수와는 고2 때 처음 만났다. 송 교수는 조각가 송영수 전 서울대 교수의 딸로 오빠인 상호씨가 몸이 아파 학교를 1년 쉰 뒤 오 시장과 대일고교의 같은 반이 되면서 세 사람은 함께 과외를 하게 됐다고 한다.



최연소 신임 서울시장 오세훈

“저나 집사람이나 워낙 바빠서 자유방임형으로 아이들을 키웠어요. 4~5세 때부터 아이들에게 ‘혼자서 씻으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얼굴에 비눗기가 남아 있어도 저나 집사람이 대신 씻겨주는 법이 없었죠.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모두 독립심 강하고 주관이 뚜렷한 편이에요.”


두 사람은 고3 때 입시학원에서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은 나란히 고려대에 응시했으나 송 교수만 영문과에 합격했다. 오 시장은 당시 후기인 한국외대에 입학했다가 고려대 법대에 편입, 소문난 캠퍼스 커플이 됐다.
매일 아침 7시에 고려대 도서관에 자리를 잡은 오 시장이 송 교수의 집으로 전화해 깨웠고 주로 도서관에서 공부와 데이트를 했다. 송 교수의 어머니인 전 고려대 수학과 교수 사공정숙씨(71)는 반듯하고 성실한 오 시장을 사윗감으로 염두에 뒀고 두 사람은 오 후보가 사법시험에 붙은 직후인 85년 결혼했다. 만으로 스물네 살, 어린 나이에 신랑신부가 됐고 곧바로 두 딸을 낳았다. “부인의 무엇에 그렇게 반했느냐”고 묻자 그는 “재기발랄함”이라고 운을 뗐다.
“어느 언론보도에서 집사람을 ‘만년소녀’라 묘사했는데 딱 맞는 표현입니다. 아내는 격의가 없고 천진난만해서 학생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죠. 어떨 땐 어리버리해서 보호해주고 싶고, 어떨 땐 번뜩이는 천재성이 엿보이는 게 제 아내의 매력입니다.”
극단 ‘세종씨어터컴퍼니-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송 교수는 6월 중순 자신이 연출한 연극을 무대에 올리느라 남편의 선거운동을 별로 돕지 못했다. 오 시장은 이를 섭섭해하기는커녕, 부인의 연극 연습에 가보지 못한 것을 미안해했다.
“시대가 바뀌어 미디어 선거, 정책 선거가 됐는데 아내가 유세에 따라다닌다고 득표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아내에게 연극 연출은 천직인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지만, 집사람은 예술적·문학적 직관력이 뛰어나요. 아내가 연출한 연극을 보면 짜임새가 있고 상징이 뛰어나죠. 헌신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저는 일에 몰두하느라 집안일에 신경 못 쓰는 집사람에게 처음엔 불만도 있었어요. 하지만, 곧 ‘이런 사람의 재주를 사장시켜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인 송현옥 교수 일가는 모두 고대 출신이고 교수들인 것도 특징이다. 어머니 사공정숙씨는 68년부터 고려대 수학과 교수를 지냈다. 사범대학장, 교육대학원장을 지내고 2003년 정년 퇴임했다. 송 교수의 부친은 한국 철조 추상조각의 제1세대로 알려진 조각가. 송 교수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부친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송현옥 교수의 오빠 송상호씨(47)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남동생 송상기씨(40)는 고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모교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여동생 송현영씨(43) 역시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해 어머니와 4남매, 사위 오세훈 시장까지 모두 고대 동문들이다.

최연소 신임 서울시장 오세훈

“어떨 땐 보호해주고 싶고, 어떨 땐 천재성 엿보이는 게 제 아내의 매력입니다”



한편 장모 사공정숙씨는 남편 송영수 교수의 타계 후 홀로 4남매를 키우며 근면검소한 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경희대 교수인 현재의 남편을 만나 40대에 재혼했다. 네 명의 자녀를 둔 과부와 연하의 총각 교수와의 결혼은 그 당시 ‘파격’ 그 자체였다. 이들은 큰 문제없이 단란한 가정을 꾸렸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모두 40대에 이른 4남매는 여전히 새아버지와 사이가 좋다. 오 시장 역시 “아내의 새아버지인 장인과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선거공약 실천할 계획
최열 환경재단 대표, 제탁열 전 서울시 공무원을 공동인수위원장으로 서울시 인수위원회가 구성됐다. 이들은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을 위해 서울시 현황 파악과 새서울 구상도를 만들고 있다.
‘강남 귀족’ 이미지로 통하는 오 시장은 “나는 강북의 아들”이라고 고백한다. 사람들은 그를 유복하게 자랐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아버지가 근무하던 건설회사의 부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했다고. 무허가 판자촌에서 호롱불을 켜고 살았던 그는 “그런 성장기의 배경이 여러 정책에 녹아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세훈 시장은 환경문제를 비롯, 서울 강북개발 등 50여 개가 넘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가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강북도심 부활 프로젝트’와 ‘잃어버린 수명 3년 되돌리기’다. 강북도심 부활 프로젝트의 핵심은 청계천을 네 구역으로 나눠 문화·관광의 거점으로 만드는 것. ▲남대문~경복궁 구역은 역사·문화 거리 ▲명동~인사동 구역은 관광·문화 거리 ▲세운상가 주변은 녹지공간 ▲국립극장과 동대문 구간은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임기 중 강북 상권의 매출을 2배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잃어버린 수명 3년 되돌리기’는 서울의 오염된 대기환경을 일본 도쿄, 미국 샌프란시스코 수준으로 회복시켜 시민의 수명을 3년 늘리겠다는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그는 경유차에 매연저감장치 부착, 노후차량 조기 폐차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건물을 무조건 많이 짓기보다는 도심에 녹지를 복원하고 사람들의 문화적인 안목을 높이는 데 주력해 시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겠다”고 굳은 소신을 밝혔다.

여성동아 2006년 7월 5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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