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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IQ가 아니라 NQ 시대’

‘NQ로 살아라’ 저자 김무곤 교수의 자녀교육론

입력 2006.06.27 15:13:00

‘이젠 IQ가 아니라 NQ 시대’

치열한 경쟁시대, 한 사람이라도 더 제치고 나아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요즘, 내 것 챙기기도 바쁜데 아무런 조건 없이 베풀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2003년 ‘NQ로 살아라’를 펴낸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김무곤 교수(45)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교수가 말하는 ‘NQ(Network Quotient·공존지수)’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가리킨다. NQ의 높고 낮음에 따라 다른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얼마나 잘 형성하고, 잘 꾸려나가는가를 알 수 있다는 것. 세상은 점점 혼자만 잘난 사람, ‘우리끼리만 잘 살자’고 울타리를 치는 사람보다 ‘너도나도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NQ가 높은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이야기다.
그는 “좋은 학교, 좋은 집안이라는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열등감으로 움츠린 사람들에게 ‘패자부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어서 책을 펴냈다”고 한다. IMF 경제 위기와 더불어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각박함이 훨씬 심해지고, 연줄과 배경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만연하면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의 뒷배경에 먼저 관심을 갖는 것에 씁쓸함을 느꼈다고.
그러나 세상은 이미 변하고 있고, 더 이상 IQ와 연줄로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붉은 악마’ ‘촛불 시위’ ‘대통령 선거’ 등에서 이미 보았듯 시시각각 새로운 네트워크가 생겨나면서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 등은 고인 물이 썩듯 자연스럽게 그 힘을 잃어가게 마련이라는 것.
“오늘 저녁 7시에 인터넷 살사춤 동호회, 고교동창회, 향우회, 종친회가 동시에 열린다고 하면 20대 젊은이들은 어디로 향할까요? 한·일 축구경기 티켓을 구해야 하는데 가장 빠른 방법은 뭘까요? 동창? 고향 선배? 제가 직접 해봤는데 동호회 인터넷 게시판에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려놓는 게 가장 빠르더라고요.”
더군다나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평생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이젠 없어졌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가졌어도 어떤 위기에 봉착할지 알 수 없는 일. 직장도 잃고, 재산도 잃고, 높은 IQ로도 어쩔 수 없을 때 NQ가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 따라서 시대의 흐름을 재빠르게 읽어내는 부모들이라면 아이들에게 “IQ가 아니라 ‘NQ’를 강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동창회·향우회·종친회는 지고, 동호회가 뜬다”
그렇다면 자녀들의 NQ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 그는 좋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는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IQ가 얼마인지는 전혀 필요치 않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네트워크는 혈연이나 학연, 지연 등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발을 뺄 수 없는 연줄이나 ‘빽’과는 엄연히 다르다.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고, 그 구성원이 대등한 관계를 이루면서도 정성껏 관리하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NQ지수는 절대적으로 다른 사람을 얼마나 배려하고, 행복하게 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의 이러한 주장에 “저 혼자 약삭빠르게 사는 사람들이 성공하지 않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그런 사람들이 차지한 성공의 유효기간이 결코 길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더욱이 그 성공을 배 아파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성공은 했으나 그들이 행복하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반면 NQ가 높은 사람들은 성공하고도 존경받을 수 있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자신을 낮춘 사람이 성공한다면 누가 좋아하지 않겠는가.
“주위에 제대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식사 한 끼를 같이해도 늘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먼저 묻고, 식사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상대방을 살피며 식사 속도를 조절해요. 반면 식사 한 끼를 양보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성공할 수 없어요.”
그는 NQ가 높은 사람들로 유비, 김춘추, 석가모니, 예수 등을 예로 든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공을 타인에게 돌리고, 다른 사람의 능력을 먼저 인정하고 후원해 수세기 동안 기억되는 인물들이다. 그는 미처 책에 담지 못한 ‘NQ가 높은 사람’으로 디자이너 앙드레 김을 꼽았다.
앙드레 김이 외교사절들에게 우리나라 문화를 알리는 공연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고, 자신의 패션쇼나 파티에 초대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김 교수는 “일부에서는 하나의 영업전략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앙드레 김이 여는 파티는 화려한 조명이나 고급 음식이 있어 유명한 게 아니라 정말 좋은 사람들을 초대해 서로 소개시키는 네트워크의 장이라는 것.

이렇듯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김 교수 역시 마당발로 통한다. 그의 그물망은 학계, 경제계, 언론계, 종교계, 문화예술계 등 전 분야를 망라한다. 화가 한젬마, 연극인이자 문화관광부장관인 김명곤, 개그맨 전유성, 연세대 표재순 교수…, 언뜻 봐도 상당한 인지도를 가진 사람들인데 모두 그와 연결돼 있다.

괴짜 친구 환영하고, 원하는 책 골라 읽히는 것이 NQ 높이는 지름길
이처럼 학계와 문화예술계를 총망라한 네트워크의 한가운데 그가 설 수 있었던 건 그만한 노력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그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유명하지 않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인연을 맺은 뒤 꾸준히 관계를 이어나간 결과물이다. “항상 먼저 연락하고, 평소에 잘하고, 남이 먹은 밥값까지 내가 내며 이어온 관계”라고. 그의 일과 중엔 지인들에게 정기적으로 전화를 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과 연락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월요일에는 초등학교 동창, 화요일에는 어릴 적 동네 친구, 수요일에는 중학교 동창, 목요일에는 동호회 사람들…, 이런 식으로 전화를 하다 보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게 된다고.
김 교수는 자신의 경우를 보더라도 “부모가 아이들에게 ‘누구랑 놀지 마라’ ‘그 아이는 영 안되겠더라’ 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이의 NQ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금 우리 아이보다 공부 못하는 옆집 아이가 대기업 오너가 될지, 메이저리그의 스타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에요. 또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우리 아이가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주는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는 오히려 부모들에게 아이들이 괴짜 친구를 데리고 오는 것을 반기라고 말한다. 비슷비슷한 사람들만 찾으면 재미가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까마귀는 까마귀끼리 모이고, 백로는 백로끼리 모이면 누가 더 검은지 누가 더 흰지 표가 나지 않기 때문에 아이를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 위험이 크다는 이야기다.
어떤 곳에서 누구와 만나든 잘 적응하는 아이가 환영받는 시대인 만큼 자기 집을 개방하는 것도 아이의 NQ를 높이는 방법이다. 아빠 엄마가 자신들의 친구를 집으로 자주 불러들여야 아이들이 ‘좋은 어른들’을 모델로 삼을 수 있고, 남을 대접하는 과정에서 NQ를 높일 수 있는 것. 또한 자식 자랑을 많이 하면 팔불출이라고 하지만 그는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후원자’를 찾을 수 있다면 팔불출이 대수가 아니라고 말한다. 단 되도록 아이 자랑은 줄이고 아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아이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라고 한다.
“제 큰딸이 중학교 3학년일 때 진로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미술을 전공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확신이 없는 모양이더라고요. 가족들 중 누구도 그 분야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보니 자세한 조언을 해줄 수가 없었죠. 그래서 몇년 전부터 같은 모임에서 활동하는 화가 한젬마씨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공간디자이너인 C&S 디자인연구소의 김준기 소장에게 아이를 한번 보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는 한젬마씨의 권유를 받아들여 아이를 데리고 김준기 소장을 만났는데 김 소장과 함께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면서 ‘미술을 하는 것이 어떤 일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딸은 얼마 안돼 확신을 갖고 자신의 진로를 미술로 정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또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는 방법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독서’라고 강조한다. 책에는 온갖 분야의 별의별 사람들이 다 등장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부모가 책을 골라주기보다는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읽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스로 책을 고른 아이들은 책을 읽을 때 그만큼 능동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여성동아 2006년 6월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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