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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스타들의 행복한 입양 ④

“12년 전 입양한 딸 키우며 무한한 사랑을 알게 됐습니다” 조영남

기획·이남희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2006. 06. 19

자유분방함으로 유명한 가수 조영남은 시대를 앞서 입양을 선도한 스타다. 12년 전 딸 은지를 입양해 키워온 그는 “딸의 존재에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12년 전 입양한 딸 키우며 무한한 사랑을 알게 됐습니다”  조영남

조영남(61)은 두 번째 결혼에서 아기를 원하던 아내를 설득해 여섯 살 난 여자아이를 공개적으로 입양했다. 12년 전 입양한 아이, 은지가 지금은 18세 소녀로 자랐다. 은지에 대해 묻자, 조씨는 “너무 오래된 일이 돼 입양을 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는다”면서 “이제는 입양한 사실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도 않고, 이야기해서도 안 된다”고 말을 아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그는 말을 이었다.
“우리 사회가 혈연중심 사회이기 때문에 당연히 입양에 대해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남을 돌보는 데 대한 선천적인 자비심이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턱없이 얕습니다. 게다가 입양에 성공한다고 확신할 수 없기에, 입양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노릇이지요.”
조씨는 입양이 마치 도박처럼 느껴져, 정작 남들에게는 쉽게 권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은 은지를 입양하면서 인생의 잭팟을 터뜨렸다고. 그는 “은지가 곁에 없었다면 내 인생은 정말 초라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첫 번째 아내인 탤런트 윤여정과 이혼하면서 아들에게 “배다른 형제는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은지를 입양한 것은 그 약속을 지키고,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두 번째 아내의 뜻을 존중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시시때때로 신경에 와닿는 ‘사회 환원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기도 했다.

은지를 키우며 자신에게 축복이 배로 밀려들어
그런데 은지를 키우는 일은 환원이 아니라 자신에게 축복이 배로 밀려드는 일이었다고 한다. 물론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았다. 고아원에서 은지가 온 이후 집안은 날마다 전쟁터였기 때문. 급작스러운 환경변화에 적응 못한 은지는 말을 잃어버리고 밤마다 이를 갈았다. 또 어느 날은 화장실 쓰레기통에 사탕 껍질이 한가득 있어 깜짝 놀라기도 했다. 풍족한 먹을거리에 익숙지 않았던 아이가 하룻밤 새 사탕을 세 봉지나 몽땅 까먹은 것이었다. “먹을 게 얼마든지 있다”고 타일러도 아이는 음식 앞에서 자제력을 잃었고 “아빠” 하고 와서 안기지도 않았다.
이렇게 서먹하게 1년여 세월이 지났고 상황이 호전되면서 “은지야, 이리 와” 하면 아이는 아빠를 부르며 안기게 됐다고 한다. 공개로 입양한 까닭에 은지나 그의 친구들, 이웃까지도 두 사람이 친 부녀가 아닌 줄 다 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저는 송두리째 누구를 사랑하거나, 배려할 수 없는 이기적인 인간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딸을 통해서 남들하고 똑같은 면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은지가 아니면 모르고 지나갔을 부분입니다. 저도 무한대로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된 것이지요.”
자신은 정말 재수가 좋은 사람이라며 특유의 웃음을 날리는 조영남. 그는 은지의 존재에 대해 무한한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제 바람은 하나예요. 은지가 자유롭고 주체적인 여성이 되는 것입니다. 현모양처가 되고프면 그렇게 하고 희대의 자유부인이 되고 싶으면 또 그렇게 하고. 억지로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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