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이남희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6.05.11 15:45:00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암과의 사투에서 이긴 암 완치자들이 암으로 고통받는 다른 환자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 4월13일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에서 1백20명의 암 환자와 가족들이 자원봉사단을 결성, ‘암 환자 자원봉사단’ 발대식을 가졌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 자원봉사단 발대식에 참석한 1백20명의 관계자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위치한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은 양·한방 협진을 표방하며 5월부터 진료를 시작한다. 지난 4월 중순, 이 병원 4층 강당에서 몇 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사망선고’를 받았던 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모여 ‘암 환자 자원봉사단’ 발대식을 가졌다. 암과의 힘겨운 싸움 끝에 기적을 체험한 암 환자들은 ‘언제 그런 큰 병을 앓았나’ 싶게 밝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이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당당하게 ‘귀환’에 성공, 다시 얻게 된 인생을 봉사하며 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이날 행사에는 자원봉사단 단장으로 선출된 대한암환우협회 배강수 회장과 김효선 부단장, 동서신의학병원 유명철 원장 등 병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봉사단의 ‘사랑의 선서’와 위촉패 전달식으로 행사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암으로 인해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드나들고 생의 마지막까지 고통받는 환우들에게 든든한 마음의 봉사요원이 되고 싶습니다.”
암 세포가 폐에서 뼈로 전이된 ‘폐암말기’ 상태에서 9년째 건강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배강수 단장은 선서식에 이은 인사말에서 “오늘 발족하는 암 환자 자원봉사단 요원들 역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건강을 회복한 사람들”이라며 동병상련의 마음을 드러냈다.
암 환자 치료 위해 3억원 기탁, 암 완치자들 중심으로 금강산 등반도 계획
이 봉사단은 암 선고를 받고 이겨낸 사람이 전체 단원 1백20명 중 57명이나 된다. 부단장 김효선씨(60)는 림프종 진단을 받고 사경을 헤매다 건강을 되찾았다. 여성암 완치봉사팀장인 정미자씨는 폐 전이암 치료에, 소아암 봉사팀장인 이제현씨는 백혈병 치료에 성공했다. 이들은 5월 병원 개원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배 단장은 봉사단이 지켜야 할 덕목을 꼼꼼히 짚어줬다.
“첫째, 암 환우들과 ‘행복의 대화’가 꼭 필요합니다. 둘째, 암 환우들의 지친 심신을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줘야 합니다. 특히 같은 암을 먼저 앓고 치료에 성공한 봉사단 요원들의 체험담은 현재 암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뿐 아니라, 그들의 불안하고 쇠약한 심신을 편안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암 투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라고 말하는 배 단장은 “암 환자들이 절대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조언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봉사단은 지금껏 모은 3억원을 암 환자 치료를 위한 성금으로 기탁했다. 봉사단의 암 완치자들은 자신이 정상인보다 더 건강하게 살아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오는 6월 금강산을 등반하는 일정도 계획하고 있다.
여성동아 2006년 5월 50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