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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슬픔을 딛고

13년간 투병생활하던 아들 떠나보내고 새 앨범 발표한 우순실

“인생의 고마움을 일깨워주고 떠난 아들,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 생각해요”

기획ㆍ김유림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ㆍ홍중식 기자

입력 2006.05.04 17:52:00

노래 ‘잃어버린 우산’의 주인공 우순실이 6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고 가요계로 돌아왔다. 지난해 뇌수종으로 13년간 투병생활을 하던 아들을 떠나보낸 그가 아들을 잃은 가슴 아픈 심경 & 새 앨범 이야기를 들려줬다.
13년간 투병생활하던 아들 떠나보내고 새 앨범 발표한 우순실

‘안개비가 하얗게 내리던 밤~’. 노래 ‘잃어버린 우산’으로 유명한 가수 우순실(43)이 6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고 팬들의 곁에 돌아왔다. 지난 1982년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가수로 데뷔한 그는 오랫동안 방송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대표곡 ‘잃어버린 우산’으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인터뷰를 위해 약속장소에 도착한 그는 경기도 의왕시 백운호수 부근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TV에 모습을 비치지 않았을 뿐, 한 번도 노래와 음악에서 떠나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가 방송활동을 활발하게 하지 못한 데는 사정이 있다. 지난 91년 결혼해서 얻은 첫아들 병수가 태어나자마자 두개내강(頭蓋內腔)에 다량의 수액이 괴는 질병인 뇌수종 진단을 받아 오랫동안 아이를 간호하며 지내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다는 것. 뇌기능의 10%만 남아 있는 상태에서 엄마 품을 의지하고 살던 병수는 지난해 1월 결국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병수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아이를 통해 많은 가르침을 받았어요. 내 아이가 장애아라고 해서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남들보다 좀 ‘불편’했을 뿐이죠.”

“생후 3~4개월의 지능과 신체 기능 가진 채 13년을 살다간 아들”
아들 병수는 산통이 시작돼 병원으로 향하던 차 안에서 태어났는데, 탯줄을 자른 뒤 숨을 쉬지 못했다고 한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갔지만 4개월이 지난 후 뇌기능의 80~90%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고 두 번의 대수술을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병수는 생후 3~4개월의 지능과 신체 기능을 가진 채 13년을 살다 갔다. 늘 기저귀를 차고 있어야 했고 음식도 죽 종류만 간신히 먹을 수 있었다. 혼자 앉지도 못해 누운 채로 지내야 했는데 몸은 조금씩 커갔지만 머리는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고 한다.
13년간 투병생활하던 아들 떠나보내고 새 앨범 발표한 우순실

“그런 아이를 업고 시장에 가면 사람들이 쳐다보고 수군거리기도 했지만 저는 신경 쓰지 않았어요. 아이 아빠는 그런 면에서 저보다 감당하기 어려워했지만요.”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고 해서 그 사실을 숨기거나 죄책감에 시달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는 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자신에게 닥친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장애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 중에는 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게 싫어서 아예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저도 힘들고 지칠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운 내 아들이니까 숨기고 감출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했죠. 아들은 제게 인생의 행복이 뭔지를 가르쳐주고 떠났어요.”
그는 2004년 둘째 딸 민지(10)를 위해 늦둥이 윤수를 낳았다. 큰아이가 떠나고 나면 둘째가 혼자 남아 외로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 임신 후 만삭의 몸으로 라이브 카페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그는 “힘들게 낳은 만큼 키우는 기쁨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첫째 아이가 장애아로 태어났지만 아이를 갖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어요. 아이들을 생각해서도 형제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병수가 어렸을 때부터 의사들로부터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셋째도 고민하지 않고 낳았어요.”

13년간 투병생활하던 아들 떠나보내고 새 앨범 발표한 우순실

우순실은 큰 아이가 세상을 떠나면 둘째가 혼자 남아 외로울 거란 생각에 지난 2004년 늦둥이를 낳았다.


세 살배기 동생을 예뻐하며 잘 돌봐주는 민지는 엄마를 닮아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이번 앨범에도 코러스로 참여했다고.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하기 싫다고 하더니 결국 잘해냈어요. 따로 연습을 시킨 것도 아닌데 악보를 한 번 보고는 바로 따라하더라고요.”
그도 딸 민지처럼 어려서부터 노래 부르기 좋아하고 노래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면 행복해 어쩔 줄 모르던 소녀였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는 그는 한양대 작곡과 재학시절 클래식 음악 전공자는 대학가요제에 출전할 수 없다는 학교 규칙을 어기고 같은 과 친구가 만들어준 노래 ‘잃어버린 우산’으로 대학가요제에 나간 뒤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내일모레가 대학가요제 본선인데 학교에서 허락이 안 나는 거예요. 결국 학교를 그만두는 한이 있어도 꼭 가수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가요제에 나갔죠. 그때는 요즘처럼 가수가 되는 길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가요제가 가수 지망생들에게 최고의 등용문이었거든요.”
결국 한양대에서 제적당한 그는 이듬해 추계예술대학 국악과에 입학했고 그때 배운 국악을 20여 년이 지난 지금 새 앨범을 작업하면서 유용하게 써먹었다고 한다.

“아이의 몸이 세상을 떠났을 뿐 영혼은 항상 제 마음에 있어요”
국악과 양악을 조화시켜 만든 새 앨범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은 ‘내 안의 사랑’과 ‘크고 밝은 우리 역사’라는 두 파트로 나눠져 있다. 우리 민족의 빛나는 정신과 자랑스러운 역사를 노래하는 곡들이 담겨져 있는데 수록된 17곡 가운데 10곡을 그가 작곡했다고 한다.
“2년 전부터 기체조와 명상을 하면서 우리나라 역사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어요.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있어 하나로 조화를 이룬다는 ‘인중천지일’ 사상은 우리 한민족 고유의 전통 철학이라 할 수 있죠. 이런 위대한 정신문화가 오랜 외세 침략을 겪으며 잊히고 외면당한 게 안타까울 뿐이에요.”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결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는 것처럼 자긍심을 갖지 못한 민족은 역사도 영토도 지킬 수 없다는 뜻에서 두 테마, ‘내 안의 사랑’과 ‘크고 밝은 우리 역사’는 일맥상통한다.
그가 작곡한 ‘인중천지일’은 큰 북소리의 다이내믹한 리듬과 열정적인 코러스가 인상적이다. 그 밖에 아리랑을 ‘떠난 님을 그리는 한 많은 이별가’가 아니라 ‘자신(아)을 깨닫는(리) 즐거움(랑)’이라고 재해석한 곡, ‘아리랑 我理朗’ 역시 그가 작곡했고, 우리 신화 속 영웅인 치우천황을 노래한 ‘치우천가’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응원가로 만들었다고 한다.
자식을 잃고 만든 앨범이지만 그의 노래 어디에서도 눈물과 한숨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사랑과 평화, 감사와 희망의 메시지가 곳곳에서 환히 빛나고 있을 뿐이다.
그는 아이가 세상을 떠날 무렵 폐렴에 걸려 숨쉬기조차 힘들어할 때, 아이를 품에 안고 비로소 아이가 마음속으로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엄마, 나 이제 떠나요. 그동안 나를 키우면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노래로 만들어 세상에 전하세요’라고.
“아이의 몸이 세상을 떠났을 뿐 영혼은 항상 제 마음 안에 있어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살아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도록 만들어준 우리 아들,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날 거라고 믿어요.”

여성동아 2006년 5월 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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