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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빛나는 그녀

‘사랑과 야망’ 감초 조연으로 인기 모으는 이경실 솔직 고백

“지난 3년간 마음의 상처 달래며 깨달은 것들, 다시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따뜻한 사랑”

글·김명희 기자 / 사진ㆍ조영철 기자, 배남웅‘프리랜서’

입력 2006.05.04 10:45:00

SBS 주말연속극 ‘사랑과 야망’에서 파주댁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이경실. 3년 전 이혼 파문을 겪으며 한동안 말문을 닫았던 그가 오랜만에 인터뷰에 응했다. 덧난 상처를 감싸줄 수 있을 만큼 따뜻한 사람을 만나서인지, 한결 편안해진 모습의 이경실이 솔직하게 털어놓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사랑과 야망’ 감초 조연으로 인기 모으는 이경실 솔직 고백

SBS주말연속극 ‘사랑과 야망’에서 미자 아버지를 짝사랑하는 파주댁 역을 맡은 이경실(40)은 요즘 “어쩜 그렇게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하느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숯으로 쓱쓱 문지른 듯한 시커먼 일자 눈썹에 종종걸음을 치며 웃음을 흘리는 파주댁이 나오면 무겁게 흐르던 드라마에 일순간 활기가 넘치기 때문.
“파주댁이 나오면 다들 재미있나봐요. 어떤 분은 파주댁 눈썹을 보고 ‘웃기다’며 ‘밀었느냐’고 물어보기까지 하세요.”
“나도 내 사생활이 있는데 눈썹을 밀지는 못하지~”라며 호쾌하게 웃는 모습에서 여유가 드러난다. 연기자로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 전문 분야인 코미디와 오락 프로그램 출연을 중단할 정도로 ‘사랑과 야망’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 그는 최근 드라마가 호평받고 있는 데 대해 다소 고무된 듯했다. ‘사랑과 야망’은 최근 2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 중이다.
“86년 ‘사랑과 야망’이 처음 방영될 당시 친구들이랑 놀다가도 드라마 방영 시간에 맞춰 집에 들어가곤 했던 기억이 나요. 당시 시청률이 70%대였다고 하는데 요즘은 케이블을 비롯해 워낙 채널이 많아진 걸 감안하면 지금 시청률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죠.”
파주댁은 오갈 데 없는 정신지체아 명자를 친딸처럼 거두는 한없이 착한 여자라는 점에서 남에게 퍼주고 베풀기를 좋아하는 이경실의 실제 모습과 닮아 있다. 그는 촬영장에 갈 때도 항상 넉넉하게 도시락을 준비해 동료나 스태프와 나눠 먹을 정도로 정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저도 정이 많고 퍼주기를 좋아하지만 파주댁만큼은 못할 것 같아요. 좋은 데 쓰일 거라는 믿음을 갖고 십일조를 내기는 하지만 직접 현금으로 내면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손이 벌벌 떨려요. 그래서 텔레뱅킹으로 보내요. 십일조 내는 걸 아까워하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도 하고요(웃음).”
이경실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인터뷰를 시종 유쾌하게 이끌어갔다. 그의 유머 감각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했다.
“어려서부터 말을 맛있게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저희 집안 분위기가 그랬던 것 같아요. 형제가 1남4녀인데 그중에서 제가 유머 감각이 가장 떨어질 정도였으니까요. 특히 어머니가 재미있으셨어요.”
1남4녀를 키우면서 늘 웃음을 잃지 않던 어머니. 그는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그런 어머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공개적으로 털어놓기도 했다. 자신이 저질렀던 가장 큰 불효를 말하는 대목에서 “이혼해 어머니 가슴을 아프게 한 게 가장 큰 불효였다. 전에는 밤에 술 마시고 들어가거나 잠을 못 자도 어머니가 별로 걱정을 안 했는데 요즘에는 ‘혹시 얘가 그 일 때문에 그러나’ 하면서 내 눈치를 보는 게 죄송하다”고 밝힌 것.

남자친구에게 “우리 엄마, 웃게 해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해준 기특한 딸
이경실은 2003년 전 남편의 폭행으로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도 두 달 만에 방송에 복귀해 “제가 오늘은 잘 못 웃으니까 이해하세요”라고 씩씩하게 말해 보는 사람들을 더 안타깝게 했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는 이혼 당시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듯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한 아픔을 겪은 그에게 3년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약’이 아닐까.
그는 2년 전 MBC 베스트극장 ‘나의 남편은 파출부’를 촬영하며 대본을 처음 본 순간부터 마지막 모니터링을 할 때까지 대성통곡한 적도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과 서러움 때문이었다고.

‘사랑과 야망’ 감초 조연으로 인기 모으는 이경실 솔직 고백

‘사랑과 야망’ 연습 중인 이경실. 드라마에서 파주댁 역을 맡은 그는 능청스런 연기로 사랑받고 있다.


“대사 중에 ‘나는 살면서 힘들 때 당신을 생각하는데 당신은 그게 아닌가봐’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세상에 이렇게 예쁘게 잘 사는 부부도 있는데 나는 왜 그러지 못했나’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던 거죠.”
하지만 이제 그에게도 좋은 친구가 생겼다고 한다. 만난 지 일년쯤 됐는데 따뜻하고 배려심이 많아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고.
“여자들은 흔히 ‘내 남자는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바라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 사람은 제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어요. 자상하고 배려심 많고 책임감이 강하죠. 한 마디로 절 웃게 만들어줘요.”
‘좋은 친구’와는 아직 결혼을 생각할 만큼 진전된 관계는 아니지만 캐나다에 유학 중인 딸(12)과도 인사를 하고 지낼 만큼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얼마 전 그 사람과 같이 있는데 딸한테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딸이 그 사람을 바꿔달라고 해서 수화기를 건네주고 옆에서 무슨 말을 하나 들었더니 ‘아저씨, 우리 엄마 웃을 수 있게 해줘서, 행복하게 해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하더라고요. 다시 저랑 통화를 하면서 자기는 엄마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하면 좋겠다고 하는데 눈물이 쏟아지는 걸 참느라고 혼났어요.”
그가 힘든 시간의 강을 건너는 동안 “엄마는 우리한테 잘못한 거 없으니까 미안해하지 말고 언제나 당당하라”며 격려해 줄만큼 철든 딸과 그 딸 앞에서 “야, 엄마도 미안한 거 아냐~”라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는 이경실. 이들 모녀는 당분간 떨어져 있게 됐다. 딸이 지난 겨울 캐나다로 유학을 갔기 때문. 처음 유학을 가겠다고 했을 때 극구 말렸지만 자식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고.
“캐나다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2년 전 거기 놀러갔다 온 후로 계속 유학을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유학은 좀 더 커서 가도 되고 한국에서도 영어를 잘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왜 굳이 거기까지 가냐고 뜯어말렸죠.”
하지만 그는 결국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는 약속을 받고 딸을 보내주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아이한테 ‘너 유학 보내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드는데 엄마가 힘들게 일해서 뒷바라지해주는 만큼 잘해낼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자신 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렇게 가놓고서도 가끔 보고 싶다고 울먹이면서 전화할 때 마음이 아파요. 딸아이 밑으로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들이 하나 더 있는데 아이들이 꼭 공부를 잘해서 좋은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보다는 그냥 지금처럼 제 다정한 친구로, 또 바른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 일 겪으며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만큼 배포가 커졌어요”
‘사랑과 야망’ 감초 조연으로 인기 모으는 이경실 솔직 고백

시련을 겪은 뒤 한층 넓은 마음과 생각을 갖게 됐다는 이경실. 그를 보면서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떠올랐다.


오락 프로그램 진행자로, 게스트로, 가장 ‘잘나가던’ 시절 이혼 파문을 겪으며 한동안 주춤했던 그는 요즘 또다시 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는 “열정은 일에 대한 맹목적인 욕심이 아니라 내 위치에서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곰이랑 사람이랑 마주쳤는데 사람은 ‘제발 살려달라’고 기도를 했고 곰은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기도를 했대요. 하느님이 누구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아세요? 곰의 기도를 들어주셨대요. 그만큼 감사하는 마음의 힘이 크다는 거죠. 비록 제가 힘든 세월을 보내기는 했지만 감사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보다 더한 일이 될 수도 있었는데 그만큼으로 막아주셔서 감사해요.”
얼마 전 아는 사람이 사주를 봐주었는데 올해 운수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안 좋다는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는 이경실. 그는 과거의 일로 인해 억울한 마음이 들 때마다 ‘잘 헤쳐나왔다’며 스스로를 위로한다고 털어놓는다.
“이젠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만큼 배포가 커졌어요. 그리고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그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고요.”

여성동아 2006년 5월 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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