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암각서 ‘바람 브르소셔’. 2 한번쯤 보았지만 누구도 모르는명륜동 고양이 스미스씨 이야기. 3 “아이를 찾습니다”.
#1 welcome to 명륜동
‘명륜동에서 찾다’ 전시를 보기 위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전시안내소가 설치된 ‘선우 부동산’. 여느 동네 부동산처럼, 마을 어르신들이 모이는 사랑방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공간이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꽤 예술적이라는 것. 예쁘게 디자인된 포스터들과 각종 예술 관련 전문서적, 프로젝트 참여 작가들의 작품집을 구경할 수 있다. 한쪽에는 명륜동 주민을 위해 작가가 만들어주는 문패가 쌓여 있다.
무작정 군데군데 물음표가 그려져 있는 지도와 사진 스티커를 받아들고 나와 두리번두리번거리며 마을 구석구석을 훑어보기 시작한다. 첫 번째 발견, ‘명륜 사진관’. 10평 남짓한 작은 사진관에는 친근한 명륜동 사람들의 사진과 방문객의 모습을 담아주는 사진기가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유리가게. 본래 유리가게인 공간에 작가가 찍은 멋진 사진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이어진 세 번째, 또 다른 부동산? 그런데 예술품이 뭐지?
4 마을다방 ‘쌀’. 5 길 밟기(8번 마을버스).
#2 명륜동에서 길을 잃다?
길을 잃어본 적이 있는가. 명륜동 전시는 작정하고 길을 잃는 것과 같다. 말이 전시 관람이지 3천5백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복잡한 동네에서 지도 위 물음표가 그려진 모호한 장소를 찾아내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명륜동은 북악산 자락에 위치한 탓에 언덕을 오르는 것도 점점 버거워진다.
“대체 작품은 어디 있는 거야?!” 버럭 짜증을 내는 순간, 쓱 마을버스가 지나간다. 형형색색의 바코드로 도배된 모양이 범상치 않다. 혹시, 그럼 마을버스가? 그러고 보니 바닥에 그려진 마을버스 정류장의 반짝거리는 타일 이정표, 계단마다에 붙은 세라믹 타일 역시 범상치 않다. 어, 그럼 이게 작품? 그럼, 여기가 거긴가? 아니, 저기가 거긴가? 슬슬 주위의 모든 것이 심상치 않아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에도 무슨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건 또 뭐야?!
6 명륜사진관. 7 바람계단.
#3 명륜동에서 찾다!
봄소풍 보물찾기처럼 “빙고!”를 외치며 남다른 것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동네 구석 후미진 곳에 그려져 있는 ‘고양이 스미스씨’의 흔적을 발견하고, “40년 전에 잃어버린 아이를 찾는데 도움을 주면 떡을 주겠다”는 작가 아줌마를 만나 떡을 얻어먹고, 잃어버린 것들이 그려져 있는 벽화에다 과거에 내가 잃어버린 무엇을 그려보고 간다. 힘들다 싶으면 언덕 중턱에 있는 ‘쌀 다방’에서 1천~3천원 정도의 싸고 맛있는 커피와 차를 마시며 명륜동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도 들어본다. 다시 가파른 길을 오르면 예쁜 구름이 그려진 ‘하늘계단’이 있고, 이어서 바람계단과 노을계단을 지나면 어느덧 전시의 종점 와룡공원 꼭대기에 있는 암각서와 자생란을 발견했으니, 그 사이 지도 위 물음표도 제법 채워졌다. 어려운 숨은 그림찾기를 완성한 듯한 뿌듯함이란!
늘 있었던 것 같은 사진관, 유리가게, 부동산, 정자, 마을버스 정류장과 계단들, 도둑고양이, 문패, 화분, 담 등에 ‘뭔가’가 있었다. 하지만 ‘명륜동에서 찾은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두리번거리는 동안 평상시라면 그냥 지나쳤을 골목을, 거리를,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유심히 살피니 특별하게 보이고 특별하게 보이니 애정이 생긴다. 결국, ‘명륜동에서 찾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큰 보물은-평범한 장소를 특별하게 볼 수 있는 섬세한 시각, 그를 통해 생기게 된 익숙한 공간에 대한 애정 아닐까.
‘접는 미술관’에서 정한 ‘명륜동에서 찾다’ 전시는 3월 말까지다. 하지만 이미 끝났다고 아쉬워하지 마시라. 전시된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 장소에 오롯이 기증된다고 하니, 3월 이후 방문해도 명륜동에서 길 잃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문의 02-54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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