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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치료 전문가 최성애 박사가 들려주는 ‘행복한 부부의 비밀’

“부부싸움, 가사분담에도 기술이 필요해요”

기획·이남희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ㆍ김형우 기자

입력 2006.04.12 13:36:00

누구나 행복을 꿈꾸며 결혼은 하지만 결혼생활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최근 이혼위기에 내몰린 부부들을 관찰해보면 그 원인은 싸움의 내용이 아닌 싸움의 방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행복한 결혼생활로 이끌어주는 관계의 기술을 부부치료 전문가 최성애 박사에게 들어보았다.
부부치료 전문가 최성애 박사가 들려주는 ‘행복한 부부의 비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가트맨연구소에서 최고과정을 이수한 부부치료 전문가 최성애 박사(50). 그는 “흔히 성격 차이를 이혼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지만 이는 정말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한다. 가트맨연구소에서 3천 쌍 이상의 부부를 관찰하고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부부가 이혼을 하느냐 마느냐, 얼마나 행복하게 사느냐 등은 성격 차이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놀랍게도 부부싸움의 ‘내용’, 즉 외도나 폭력, 시집과의 갈등, 술, 종교 등이 이혼을 예측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판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혼을 예측할 수 있는 네 가지 요소로 그는 ‘비난, 경멸, 방어, 그리고 담쌓기’를 꼽는다. 이 네 가지 요소를 통해 92% 정확도로 이혼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
“부부싸움의 ‘내용’이 ‘치약 짜는 방식’이나 ‘양말 벗어 놓는 방식’같이 사소한 것이라도 싸우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그 부부는 이혼에 이르기 쉽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이 만날 이 모양이냐?’(비난), ‘그러는 넌 뭘 잘했다고? 너도 전에 그랬잖아’(방어), ‘주제파악 좀 하시지. 어쭈, 그래 한번 잘~ 해 보세요’(경멸) 식으로 말하거나 상대가 말하는데도 대꾸하지 않기, 전화기 꺼놓기, 각방 쓰기, 집 나가기 등(담쌓기)의 행동이 반복된다면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에 들어섰다는 뜻입니다.”
최 박사는 지난 3월 초 방영된 MBC 스페셜 ‘이혼하는 부부, 행복한 부부’에 출연, 갈등에 시달리는 두 부부의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두 부부의 대화와 행동을 지켜보면서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란 네 가지 양상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 이혼에 이르는 지름길
올해로 결혼한 지 28년이 된 전옥자(50)·차정현씨(52) 부부는 헛바퀴 돌 듯 서로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지루한 싸움에 지쳐 있었다. 부인 전옥자씨는 봉제 일을 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돌이켜보면 자신의 삶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는 회의가 든다고 한다. 한편 남편 차정현씨는 빈틈없이 빡빡한 아내에게 아무 정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남편은 술을 줄이겠다고 수십 장의 각서를 썼지만 지키지 않았어요. 술도 술이지만, 번번이 약속을 어긴다는 것에 더욱 화가 나요. 이젠 이 사람이 나를 약 올리려고 그러는 건가 싶기도 해요. 결혼생활이 30년 가까이 됐으니, 이제 자기가 약속을 안 지키면 얼마만큼 제가 속상해하는지도 알아야 하는 거잖아요.”(전옥자)
“아내는 곧이곧대로예요. 술 먹지 말라, 담배 피우지 말라, 낚시 줄여라…. 제가 좋아하는 것을 다 하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담뱃값을 포함한 한 달 용돈이 10만원인 것도 불만입니다. 지인들과 술을 마실 때면 다 얻어먹게만 돼요. 저를 보고 빈대라고 안 할 사람 없어요. 하도 사주다 사주다 질려서.”(차정현)
최 박사는 방 안쪽이 들여다보이는 특수유리를 설치해 놓고 이들 부부의 대화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부부의 대화 속에서 ‘싸움의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전옥자 낮 5시가 돼서 나가도, 밤 9시가 돼서 나가도 왜 만날 들어오는 것은 한두 시야? (비난)
차정현 술을 시간 정해놓고 먹냐? (방어·반격)
전옥자 단 한 번도 안 취해서 집에 들어온 적이 없잖아.(비난)
차정현 어제도 안 취해서 들어왔잖아? (방어·반격)
전옥자 안 취해 들어와? 음주운전한 거 자랑하냐. (경멸)

부부치료 전문가 최성애 박사가 들려주는 ‘행복한 부부의 비밀’

조벽 미국 미시건대 교수와 최성애 박사 부부는 많은 대화를 통해 현명하게 가사분담을 했다고 한다.


차정현 음주운전한 게 아니라, 차를 거기 두면 아무래도 주차위반 딱지를 뗄 것 같아서… (방어·반격) 어제가 (음주운전) 처음이잖아!
전옥자 어제 처음? 그게 몇 번 해야 할 일이야? (경멸)
이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곽은진(32)·안승철씨(33) 부부도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었다. 오랜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이들 부부는 결혼 3년 만에 서로 등을 돌리게 됐다고 한다.
안승철씨는 낮에는 법무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일하며 밤에는 형이 운영하는 카페까지 관리한다. 그러다 보니 귀가시간이 늦어지고 부인과 싸움마저 잦아진 것. 하지만 이제는 싸움도 뜸해졌다. 일찍 들어온 남편을 보고 부인이 “오늘은 웬일로 일찍 들어왔어?” 해도 남편은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잘 때가 되면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남편은 곧장 안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아내는 거실에 잠자리를 펴고 아이와 함께 잠이 든다.
“남편이 제게 많은 것을 바랐던 것 같아요. 전 기대치에 못 미쳤고 그래서 욕을 먹게 된 거죠.”(곽은진)
“편안하고 푸근한 가정을 꿈꿨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아요. ‘너무 복에 겨워서 그런 것 같다’며 아내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라고 했어요. 아내는 자신이 굉장히 힘들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가 보기엔 지나치게 오버하는 것 같거든요.”(안승철)
최성애 박사는 곽은진·안승철 부부의 대화내용을 분석했다. 전옥자씨 부부와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곽은진 분명히 편지 써달라고 얘기했지? 그런데 써줬어? (비난)
안승철 (대꾸 안 하고 아이와 놀고 있다-도피)
곽은진 아니, 뭐 해달라는 거 얘기하라며. 그래서 얘기했는데 왜 안 해줘? (비난)
안승철 결혼기념일에 남들은 다 편지 쓰냐? (방어·반격)
곽은진 자기는 아무 계획도 없잖아. (비난)
안승철 무계획이 계획이야. 밥을 먹든지 어딜 가든지 가자고 하면 내가 안 가? (방어·반격)
곽은진 여태까지 그런 적이 없었잖아. (방어·반격-눈물을 흘린다)
안승철 왜 우냐? (경멸)

갈등이 격해질 때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눈 바라보며 멀어진 감정 연결해야
최성애 박사는 “두 부부의 싸우는 모습을 관찰해보면 ‘싸움의 내용’이 아닌 ‘싸움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한다. 싸우는 것 하나하나는 정말 사소한 문제인데 방식이 더 나쁘다는 것. 이렇게 싸우면 싸움의 초점이 ‘당신은 틀리고 나는 옳다’는 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최 박사는 두 커플을 각각 만나 개인의 생활과 성장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치료에 들어갔다. 그 전에 각 부부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옳고 싶으세요? 행복하고 싶으세요?”
물론 한결같은 대답은 “행복하고 싶다”는 것. ‘배우자의 항복을 받는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 이들에게 최 박사는 ‘2분 동안 아무 말 없이 서로의 눈만 바라보기’를 권했다. 아주 잠시였지만, 한 번도 이런 경험이 없었던 부부들은 눈길을 피하며 서로 마주보기를 힘들어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작업이 그동안 멀어졌던 감정을 연결한다”고 말하는 최 박사는 두 쌍의 부부에게 ‘하루 2분간 마주보기’ ‘대화 습관 바꾸기’ 등의 숙제를 내주며 지속적으로 관계 변화를 모색했다.
“예를 들어 곽은진씨가 ‘당신이 나를 존중해줬으면 좋겠어’ 하고 남편에게 말을 건네면, 안승철씨는 아내에게 ‘나를 믿고 얘기를 해줘서 고마워. 마음속에 잘 새겨둘게’ 하는 식으로 대답하게 했어요. 평소 같으면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겠죠. 하지만 대화의 습관을 이렇게 바꾸면 서로가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게 됩니다.”
가트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행복하게 사는 부부도 때론 비난, 방어, 도피를 할 때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불행한 부부와 다른 점은 경멸적인 언어를 거의 쓰지 않고 금방 화해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행복한 부부들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여러 번 다듬고 고쳐서 한다는 것도 가트맨 박사가 발견한 중요한 차이점이다.
“미안해, 그런 뜻으로 말하려고 한 건 아닌데, 내가 좀 지나쳤네, 우리 흥분 좀 가라앉히게 좀 쉬었다 얘기하자” 등의 말은 싸움의 악화를 막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는 것. 최 박사는 대부분의 부부가 한번 말을 꺼냈으면 끝장을 보려고 하는 성향이 있는데 이는 정말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부부싸움을 현명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최 박사는 다음의 부부싸움 원칙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부부싸움을 할 때는 둘 다 부드럽게 말을 해야 하는데 특히 아내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아내가 부드러운 톤으로 말을 꺼내면 남편의 감정이 이완되고 사고판단을 하는 두뇌 전두엽이 활성화돼 문제해결이 보다 빨라진다.
둘째, 배우자의 의견을 관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시시비비를 너무 가리는 것보다는 둘 다 행복한 길을 생각해야 한다. 이때 남편의 태도가 결정적이다. 남편이 아내의 영향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내의 사소한 불평이나 의견에도 벌컥 화를 내고 비난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되면 앞서 언급한 부부들처럼 둘 다 담쌓기라는 냉전에 돌입하게 된다.
셋째, 긍정적인 것부터 말해야 한다. 부정적인 면부터 지적하지 말고 먼저 긍정적인 것부터 공손하게 말해야 한다. 안정된 부부는 긍정적인 행동과 부정적인 행동의 비율이 5대 1로 나타난다. 긍정성이 압도적인 것. 긍정적인 행동과 부정적인 행동의 비율이 1.25대 1이면 이혼으로 방향을 트는 분기점이라 볼 수 있다. 이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배우자한테 잘해줬는데도 상대편에서 불만이 많다고 하지만, 잘해주는 행동을 5배 가량 늘려야 결혼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넷째, 상대방의 요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불행한 부부는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또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상대가 욕구를 표현해도 무시, 비난하며 평가절하한다. 반면 행복한 부부들은 사소한 일에도 서로를 향해 관심을 보이며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다섯째, 큰 그림을 먼저 떠올린 후 세부사항을 함께 채워나가야 한다. 인생에 대한 큰 그림을 공유한 부부들이 행복지수도 높고 이혼 가능성도 적다는 것. 공동의 목표가 있으면 일상의 사소한 일에도 서로의 소망을 발견하고 포부를 인정해줄 수 있다.
여섯째, 부부싸움을 하면 빨리 화해를 시도해야 한다. “내가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게 도와줘” “잠깐, 여기서부터 오해가 생긴 것 같아” “내 반응이 지나쳤어요. 미안해요” 같은 짧은 코멘트는 감정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준다.



가사분담에 있어 ‘공평의 당위성’ 주장하기보다 ‘서로 다치지 않는 법’ 찾아야
최근 가사분담은 맞벌이부부에게 주된 갈등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성애 박사는 “실제 이혼한 부부들을 분석해보면 가사분담을 공평히 한다고 부부갈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가사를 절반씩 분담하는 부부라고 해서 남편이 가사를 10% 정도 돕는 부부보다 덜 싸우지 않는다는 것.
최성애 박사는 동갑내기 남편인 조벽 미국 미시간대 기계공학과 교수와 결혼한 뒤 가사분담에 관해 많이 논의했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유학시절 가사분담 문제로 이혼하는 미국 동료 교수나 이웃들을 보면서 둘의 역할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정했다. 둘 다 박사과정을 마칠 즈음 결혼했기에 우선 남편이 대학에서 자리 잡을 때까지 최 박사는 아이 둘을 낳고 전업주부를 하기로 했다. 결국 최 박사의 논문 완성은 12년이나 늦어졌다. 대신 그가 뒤늦게 논문을 쓰는 동안 남편이 아이 양육과 집안일을 전담해주었다고 한다.

부부치료 전문가 최성애 박사가 들려주는 ‘행복한 부부의 비밀’

최성애 박사는 “행복한 부부는 싸움을 하더라도 곧 화해를 청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최 박사에게 상담을 받았던 33세 동갑인 유미나·최병걸씨 부부. 각각 물리치료사와 방사선과 의사로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두 사람은 14개월 된 아이를 놀이방에 맡긴다. 퇴근 때 유미나씨가 아이를 데리러 가고 최병걸씨는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온다. 여기까지는 분업이 잘되는데 다음이 문제다. 하루 종일 엄마와 떨어져 지낸 아이에게 미안해 유씨는 아이를 꼭 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집 현관에 들어서는데, 이 순간부터 맥이 탁 풀린다. 남편은 현관 앞에 장바구니를 던져놓고 자신은 맥주 캔을 들고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만 보고 있는 것.
유미나씨는 남편을 철부지라고 여긴다. 아이가 태어난 후 두 사람은 계속 싸우고 있다. 유씨가 무엇을 해달라고 하면 남편은 “미안해, 조금만 쉬고 나중에 한꺼번에 치울게” 하거나 “밥 먹기 싫으면 시켜 먹지” 하고 말한다.
최 박사에 따르면, 유미나·최병걸씨 부부의 경우에서도 가사분담이 갈등이 되는 진짜 원인은 ‘해석의 차이’라고 한다. 여자는 ‘내가 이렇게 힘든데 집안일을 안 도와준다는 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야’ 하며 마음에 앙금을 쌓는다는 것. 최 박사는 ‘가사분담=사랑’이라는 방정식부터 잊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자가 일을 하면 남편도 가사를 도와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우면, 서로 감정만 다치고 말투에 짜증과 비난이 섞이게 된다는 것. 최 박사는 “‘둘 다 지치지 않고 다치지 않는 법’을 찾는 것이 가사분담에 있어 ‘공평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조언한다.
“바쁘면 할 일의 리스트를 적어 냉장고 문이나 컴퓨터 스크린에 붙여 놓는데, 대신 남편이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주어야 합니다. 완벽주의자인 여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즉시, 원하는 방식대로 남편이 도와주지 않으면 못 견뎌 합니다. ‘저 사람을 믿느니 내가 하는 게 속 편하지’ 하며 일을 홀로 처리해 남편을 가사에서 뒷걸음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최 박사는 아내가 남성의 사고와 행동 패턴을 이해해야 남편과 효과적으로 가사 분담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휴식을 취할 때도 남녀의 쉬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최 박사의 설명이다.
“남자들이 집에 와서 쉴 때 뇌 속을 촬영하면, 뇌의 거의 모든 부분이 전깃불이 나간 것처럼 휴지 상태입니다. 뇌의 한두 부분만 약간씩 켜져 있습니다. 정말 전화기가 울려도 못 듣고, 찌개가 끓어 넘쳐도 냄새를 못 맡고, 주변에 과자 부스러기가 흩어져 있어도 눈에 전혀 안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결국 옆에서 아기가 울어도 남편이 그 소리를 못 듣거나, 들린다 해도 그 청각 자극이 뇌의 전두엽까지 전달돼 ‘아기가 우니까 안아줘야 한다’는 판단과 명령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것. 남자가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곧 ‘뇌가 총체적으로 쉰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여자가 가장 편하게 쉬는 상태에서 뇌 속을 촬영하면, 여기저기 전깃불이 환하게 켜진 것처럼 뇌의 활동이 분주하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쉴 때도 지나가는 계란 장사의 확성기 소리가 들리고, 아기 기저귀에서 나는 냄새도 맡을 수 있고, 지쳐서 소파에 반쯤 눈을 감고 앉아 있어도 액자가 비뚤게 걸린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 여자가 푹 쉴 때의 뇌 활동량이 남자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바쁘게 일할 때의 뇌 활동량과 맞먹는다고 한다. 결국 앞의 부부 싸움은 남자에게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남성과 여성의 뇌 구조와 기능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한 해석이다.
따라서 맞벌이 부부의 경우, 일단 남편이 휴식을 취할 때는 푹 쉬도록 한 다음 도움이 필요한 일을 한 번에 한 가지씩만 시키는 것이 부부화합을 위해 좋다고 한다.
“유미나씨의 경우 장을 봐달라고 부탁했다고 남편이 장본 것을 부엌까지 배달해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남자의 뇌를 여자의 뇌로 착각하는 오류입니다. 장을 봐온 것에 일단 감사하고, 장본 것을 부엌으로 옮겨달라는 별도의 부탁까지 해야 합니다. 아이스크림을 냉동실에 넣고 야채나 생선은 냉장고에 넣어달라는 것은 또 다른 부탁이고, 빈 비닐 봉투는 작게 접어서 비닐봉투 모으는 곳에 넣어달라는 것도 별도로 부탁해야 합니다.”
일상사에 관해서 남자의 두뇌는 단순회로이기 때문에 A지점에서 B지점까지 거리가 멀면 어떻게 찾아갈지 혼란스러워 하거나 쉽게 포기해버린다. 그러므로 중간에 징검다리 놓듯 두 지점을 가깝게 연결해줘야 아내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내가 남편에게 일을 부탁할 때 명심해야 할 대목이 있다. 절대 불평하지 말고 부드럽게 부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쉴 새 없는 잔소리로 바가지를 긁으면 남편은 아내의 요구를 무시하게 된다고. 다정스럽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편에게 보상으로 해주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한다. 설령 시킨 일이 마음에 차지 않아도 “여보, 정말 고마워요. 아주 큰 도움이 됐네요” 하고 말하는 것이 남편의 자발적인 가사 도움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다.
부부싸움의 기술
“부부간에 다툼이 생기면, 아내가 먼저 목소리 톤을 낮추세요”

미국 버클리대학의 레벤슨 교수는 남녀가 갑작스러운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고 이것이 결혼생활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실험했다. 다툼이 생겨 일단 여자의 목소리가 거칠고 공격적으로 나오면, 남자들은 급격히 혈압이 치솟고 맥박이 빨라지며 호흡이 가빠지는, 이른바 ‘이성마비 상태’에 쉽게 빠진다고 한다.

남성은 이때 심장 박동이 1분에 75회에서 95회 이상으로 빨라지고 혈당이 올라가서 신체적으로 견디기 힘들어진다. 아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공격이냐 도피냐’ 양자택일의 전투태세로 들어간다. 또 남자들은 여자에 비해 충격흡수력이 약하다고 한다. 한번 올라간 호흡과 맥박이 정상치로 내려오는 데 평균 20분 이상 걸린다.

하지만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다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큰 편이다. 그렇게 쉽게 혈압이 오르지 않고, 흥분이 가라앉는 데 걸리는 시간도 비교적 짧아 5분 정도면 흥분상태에서 벗어난다고 한다.

따라서 부부싸움의 주도권은 여자에게 있고, 부부 사이에 불만이 있거나 다툴 일이 생기면 아내 쪽에서 먼저 목소리 톤을 낮추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미소를 지으며 어깨에 기대거나 손을 잡는 비언어적 행동까지 동원하면 대개는 아내가 원하는 대로 남편이 따라온다. 왜냐하면 이럴 때 남자는 혈압이 내려가고 엔도르핀이나 세로토닌이 분비되면서 안정감을 느껴 이성적인 사고를 되찾기 때문이다.


여성동아 2006년 4월 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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