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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색다른 변신

케이블 TV에서 토크쇼 진행 맡은 영화배우 정경순

글ㆍ김유림 기자 / 사진ㆍ박해윤 기자|| ■ 헤어&메이크업ㆍ남산 헤어뉴스

입력 2006.04.04 14:51:00

영화배우 정경순이 처음으로 토크쇼 진행을 맡았다. 이번 기회를 연기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으로 여긴다는 그에게 진행자로서의 포부 & 동갑내기 남편과의 3년 결혼생활을 들었다.
케이블 TV에서 토크쇼 진행 맡은 영화배우 정경순

연기파 배우 정경순(44)이 지난 3월 말 첫 방영된 채널 CGV 토크쇼 ‘정경순의 영화잡담’ MC를 맡았다. 매주 금요일 밤 9시10분에 방영되는 ‘정경순의 영화잡담’은 매회 영화배우 한 명을 게스트로 초대해 연기인생과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영화 뒷얘기 등을 솔직하게 들어보는 프로그램. 화끈하고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는 정경순은 기존 영화정보 프로그램과 차별화해 출연자들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를 끄집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그는 처음 MC 제안을 받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털어놓는다.
“요즘 잘나가는 배우, 개그맨이 얼마나 많아요. 저같이 나이 많고 활동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이 무슨 진행을 하나 싶었죠. 하지만 담당 PD가 오히려 저처럼 나이가 든 배우가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며 용기를 줬어요. 제 나이와 성향에 맞춰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는 약속도 했고요.”

“그동안 무식하고 거친 연기 많이 했는데 이번 기회에 이미지 변신하고 싶어요”
며칠 전 첫 녹화를 마쳤다는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지금도 떨린다”고 말했다. 첫 회 출연자는 공형진이었는데 2003년 영화 ‘동해물과 백두산이’에 함께 출연해 친분이 있던 터라 편안한 분위기에서 녹화를 마칠 수 있었다고. 이날 공형진은 무명시절 결혼 후 돈이 없어 은행원이었던 아버지의 명의를 도용해 은행에서 대출받았던 이야기, 후배 배우와 겪었던 갈등, 결혼생활 등 지금까지 공중파 방송에서는 밝히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게스트 입장에서 인터뷰에 응해오던 그가 반대 입장이 돼 출연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일 터. 그는 “게스트가 솔직하기를 바라기 이전에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솔직해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위험한 도전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미처 알려지지 않은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는 기대감도 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무식하고 거친 역할을 많이 맡았잖아요. 이번 기회에 ‘정경순에게도 저런 면이 있었구나’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새로운 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실 요즘 많이 나태해졌는데 다시 한 번 자극받고 뭔가에 새롭게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아요. 남편 또한 달라진 제 모습을 보고 흐뭇해해요. ‘당신의 인생에 있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응원도 해주고요.”
지난해 연극 ‘러브레터’에 출연하며 줄곧 대학로에서 활동했던 그는 얼마 전 1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했다. SBS 금요드라마 ‘어느 날 갑자기’에서 조실부모하고 중학교 졸업 후 온갖 궂은일을 맡아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온 정육점 사장 강복순 역을 맡은 것. 그는 “이번에도 역시 거칠고 생활력 강한 역을 맡았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케이블 TV에서 토크쇼 진행 맡은 영화배우 정경순

지난 2003년 마흔한 살의 나이에 동갑내기 사업가 이건만씨와 결혼한 그는 둘 사이를 부부라기보다 남매 같은 사이라고 소개했다. 서로 각자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의논할 일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며, 때로 서로에게 든든한 등받이가 돼준다는 것.
“각자 바쁘지만 동갑이라 그런지 재밌게 살아요.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남편이 저를 좋아하는 것보다 제가 남편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거죠(웃음). 결혼 전과 상황이 역전됐지만 어쩔 수 없죠 뭐. 여자가 남자를 살갑게 챙겨주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현재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건만씨는 디자인 회사도 경영 중이다. 사업하는 남편을 위해 내조도 잘하는지 묻자 그는 “바가지 긁지 않는 게 내조지 별거 없다”며 웃었다. 남편 이씨는 디자인을 전공한 만큼 패션 감각이 남다른데, 간혹 그가 찢어진 청바지를 입으면 “당신 나이가 몇이야” 하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고. 그러면 그는 “버리긴 아깝잖아” 하고 눈을 흘기고 절대 갈아입는 법이 없다고 한다.

“제가 내조하는 것보다 남편이 외조를 잘해요. 일 때문에 늦게 들어와도 다 이해해주고 무심한 척해도 제가 의기소침해 있을 때면 따뜻한 말로 위로도 해주고요. 혈액형이 저는 O형, 남편은 A형인데도 성격이 똑같아서 생각하는 게 비슷하고 잘 맞아요. 농담은 제가 더 자주 하는 편이고 남편은 가만히 있다가도 툭툭 한마디씩 던지는 게 재미있어요.”

주말이면 남편과 나란히 앉아 TV를 보고 선물도 자주 주고받아
케이블 TV에서 토크쇼 진행 맡은 영화배우 정경순

정경순은 젊은 부모처럼 아이에게 잘해줄 자신이 없어 아이를 꼭 낳아야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두 사람은 ‘자기야’라는 호칭을 쓰고 있다. 아직까지 ‘여보’라는 단어는 닭살스럽고(?) 이름을 부르는 것도 내키지 않아 앞으로도 ‘자기야’라는 호칭을 고수할 계획이라고.
그는 살림에는 소질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남편과 단둘이 살고 있어 청소를 일주일에 한두 번밖에 하지 않는다고. 식사는 집에서 자주 하는 편인데 그는 남편이 없는 날에도 혼자서 밥을 챙겨 먹는다고 한다. 오랫동안 혼자 생활했기에 식당에서 사먹는 밥보다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집에서 먹는 게 더 맛있다는 것. 신혼 초 남편을 위해 온갖 요리솜씨를 뽐냈던 그는 요즘도 요리를 하다 잘 모를 때면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본다고 한다. 그는 “친구들 중에는 대학생 자식을 둔 베테랑 주부들도 있어 든든하다”며 웃었다.
“남편이 집안일을 잘 도와주냐”고 묻자 그는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남편이 도와주는 걸 그리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같아서 싫다”며 정색했다.
지인의 소개로 만나 4개월 만에 결혼을 결심한 그는 처음부터 ‘이 사람이다’는 느낌이 왔다고 한다. 서글서글하고 유머러스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고 결정적으로 시부모를 만난 후 결혼을 결심했다고.
“부모님을 만나뵈니까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분 금실이 좋으셔서 요즘도 함께 놀러 다니시는 걸 좋아하고 자식들 일에도 간섭하지 않으세요. 남편이 4남매 중 장남인데 며느리한테 크게 바라는 것도 없고 쿨한 분들이세요.”
두 사람은 주말이면 집에서 나란히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둘 다 쇼핑을 좋아해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소소한 선물을 주고받으며 기분전환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마냥 평온해 보이는 두 사람 사이에도 가끔은 냉기류가 흐르는데, 가장 큰 원인은 남편의 흡연. 베란다에 나가지 않고 실내에서 담배를 피울 때면 한바탕 전쟁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는 “입으로만 금연이고 언제쯤 실천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소한 일로 자주 다투지만 둘 다 화를 금방 푸는 편이에요. 오래 끌면 끌수록 서로에게 불리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죠. 둘 다 나이 들어 만나서 그런지 괜한 기 싸움 같은 건 안 해요. 신혼 초에는 싸우다가 ‘헤어지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적도 있는데, 정말 이 말을 내뱉어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 꾹 참았죠(웃음). 아무리 친구처럼 허물없는 사이라 해도 부부는 어쩔 수 없이 부부예요. 서로의 생각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만큼 지혜롭게 행동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는 결혼 전까지 단 한 번도 독신을 고집한 적이 없고, 그렇다고 해서 결혼을 늦게 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도 없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외롭고 고독해봐야 해요. 외로울 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그러면서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법이거든요.”
2세 계획에 대해 묻자 그는 “아이를 꼭 낳아야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젊은 부모처럼 아이에게 잘해줄 자신이 없고, 지금처럼 남편과 단둘이 알콩달콩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앞으로도 연극, 영화, 드라마 등 장르를 구별하지 않고 연기활동을 하고 싶다는 정경순. 그는 “나이 들면서 배역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런 한계를 극복해야만 진정한 연기자가 되는 것 같다”며 편하게 웃었다.

여성동아 2006년 4월 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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