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있는 일은 창덕궁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궁궐 곳곳을 안내하는 일이다. 소중한 문화유산인 궁궐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전달해 사람들이 궁궐을 보다 가깝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창덕궁은 아무 때나 관람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내·외국인별로 구분해 정해진 시간대에 궁궐지킴이의 안내에 따라 관람이 가능하다. 궁궐의 역사와 유래, 곳곳에 얽힌 사연들을 들으며 2.5km인 창덕궁 관람코스를 도는 데 총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또한 건출물과 주변환경, 그리고 관람질서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궁궐을 보존하고 가꾸기 위한 활동도 병행한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장애인 복지시설이나 위탁시설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했는데, 체력이 약한 내가 하기에는 벅찼다 그러다 우연히 궁궐지킴이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이라는 단체를 찾았다. 학창시절부터 우리나라의 역사 및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내게 이 봉사는 안성맞춤이었다.
궁궐지킴이는 궁궐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특히 많은 시간과 육체적 노력을 요구하지 않아 주부들이 하기에 더없이 적합하다. 다만 관람객들을 이끌면서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기 전 60시간 정도 이론 및 현장교육을 받아야하는데, 궁궐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리 없이 소화 할 수 있는 과정이다.
일주일에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을 쪼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내가 좋아하는 궁궐도 마음껏 둘러본다는 일이 그렇게 기쁠 수 없다. 또한 역사에 대한 지식을 쌓고 문화적 식견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도기 때문에 자기개발 측면에서도 더욱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정갈한 마음으로 궁궐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모니터링을 하는 일은 육체의 건강에는 물론 정신수양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시가과 일에 치여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궁궐은 일상을 잠시 잊고 ‘느리게 살기’를 실천할 수 있는 체험학습장이다. 집안 살림에, 아이들 뒷바라지에 하루하루를 쫓기듯 살아가는 내게 궁궐은 더 없이 훌륭한 안식처가 되는 동시에 싱싱한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실제로 궁궐 지킴이 봉사를 하고 나 후부터 건강이 좋아졌다. 뿐만 아니라 타인들에게 내가 아는 지식과 정보를 전달 하다 보니 자기 만족감과 보람을 느껴 일상생활에서 받게 되는 자잘한 스트레스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3년 전 처음 봉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남편은 ”토요일에 무슨 봉사냐”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설명하는 내 모습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한다.
”창덕궁은 태종5년 정궁인 경복궁의 이궁이로 지은 궁궐인데요, 임진왜란으로 모든 궁궐이 불타자 광해군 때 다시 짓고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하기까지 정궁 역할을 했어요. 현재 남아있는 조선의 궁궐중 그 원형이 가장 잘 보존돼 있을 뿐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로운 배치가 탁원ㄹ해 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습니다.”
창덕궁에 대해 내가 개략적인 설명을 하자 관람객들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지금 이 다리가 태종 11년에 만들어진 금천교에요. 임금 행사 시 의장행렬을 고려해 넓게 만들어졌다고 해요. 석교 아래를 보시면 남쪽에는 해태상이, 북쪽에는 거북상이 배치돼 있는데, 이는 각 방위의 잡귀를 쫓아내는 상징입니다.”
정해진 코스를 돌면서 이어지는 내 설명에 관람객들은 ”아! 그렇구나”를 연발하며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도 깊이 배어 있는 조상들의 지혜와 사연을 되새기곤한다. 아직은 추운 날씨 탓에 방문객들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봄가을에는 하루 수백명이 관람객을 대상으로 안내활동을 해야한다. 그러나 내 안내와 설명에 따라 관람을 마치 사람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면 피곤함이 절로 사라진다.
궁궐지킴이 이렇게 할 수 있어요
현재 ‘궁궐지킴이’ 봉사활동은 ‘(사)한국의 재발견‘에서 봉사자 모집에서부터 교육, 실습까지 전담해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궁궐지킴이 자원봉사를 하려면 매해 12월 이 단체에 신청한 후 3개월(약 60시간)의 이론교육과 실습, 6개월 동안의 수습기간을 거쳐야 한다. 교육비 10만원, 현재 2백50여 명의 궁궐지킴이가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 창덕궁, 종묘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한국의 재발견 : 서울시 종로구 당주동 수진빌딩 508호, 문의 02-723-4206 www.palace.or.kr
※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는 주부들의 훈훈한 사연을 찾습니다. 자원봉사를 하시는 주부 본인이나 주위 분들의 간단한 사연을 적어 연락처와 함께 이메일(real1life@hanmail.net)로 보내주세요. 문의 02-361-0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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