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말 마감을 앞두고 신동엽(35)을 만났다. 그는 브라운관에서 보여지는 순발력있는 모습과는 달리 모든 질문에 심사숙고하고 신중히 답을 내놨다. “사업을 하게 되니까 매사가 조심스러워요(웃음). 옷차림부터 행동 하나하나까지 신중하려고 노력하죠.”
그러고 보니 옷차림도 예사롭지 않았다. 깔끔한 정장에 분홍색 넥타이를 메고 검정색 코트를 갖춰 입은 그는 영락없이 반듯한 사업가의 모습이었다. 신동엽은 지난 12월 초 김용만 유재석 이혁재 노홍철 등과 함께 예능 전문 매니지먼트회사 ‘DY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사업가로 변신했다. DY는 ‘동엽’의 이니셜이자 ‘Dream is Yours’의 약자이기도 하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연간 수십억원의 돈을 벌어들이는 그가 굳이 사업이라는, 모험을 시작한 이유가 궁금했다.
“오래 전부터 프로그램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매니지먼트부터 효율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왔어요.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부문에서 대형 엔터테인먼트사가 선진화된 시스템을 도입, 시장을 확대해 가는 것을 보면서 ‘예능 쪽에도 그런 선진화된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DY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매니지먼트 뿐만 아니라 MC의 특성에 맞는 콘텐츠 개발, 신인 발굴 육성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또 가요나 드라마에 비해 한류열풍의 사각지대에 있는 예능 부문의 해외 진출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사실 드라마나 음악에 비해 개그로 한류를 일으키기는 대단히 어려워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미국 토크쇼를 볼 때 문화적 맥락을 모르면 웃음이 안 나오거든요. 그래서 국적이나 언어를 초월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유머 코드를 개발할 생각이에요. 미국 시트콤 ‘프렌즈’처럼요.”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제 아이는 엄하게 키울 생각이에요”
신동엽은 그동안 SBS ‘신장개업’,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러브하우스’ ‘진호야 사랑해’ ‘천사들의 합창’ SBS ‘실제상황 토요일’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등 공익성 강한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아 시청률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일반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 자칫 썰렁해질 수 있는 이들 코너에서 사랑과 감동, 웃음이 묻어나는 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그의 진정성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제 성장환경과 경험, 그런 것들이 아무래도 프로그램에 반영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막내로 자라서 아이들을 좋아해요. 외국에 나갔다 올 때도 조카들 선물부터 챙기죠. 요즘은 조카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서 부담스럽지만요(웃음). 아이들과 함께 진행하는 코너에서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는 특히 어린이들의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아주는 코너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진행하며 배우는 점이 많다고 한다.
“아이들이 나쁜 습관을 갖게 되는 건 대부분 부모의 잘못이 크다고 봐요.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일단 아빠들이 육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과 엄마들이 육아 방법을 더 잘 알아야겠다는 거죠. 엄마들은 한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어긋나는 경우는 대부분 방법이 잘못된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는 자신의 아이는 엄하게 키울 계획이라고 한다.
“저는 어릴 때의 환경과 교육이 그 사람의 평생을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별거 아닌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화낼 만한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성격은 어렸을 때 형성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커서는 그게 쉽지 않으니까 성격 이상으로 표출이 되는 거죠. 저는 아이를 무조건 엄하게 키울 거에요. 아무리 떼를 쓰고 울어도 안되는 게 있다는 걸 깨닫게 해야죠.”
신동엽은 얼마 전 SBS ‘잘먹고 잘사는 법’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집을 공개했다. ‘러브하우스’ 를 진행하며 익힌 인테리어 감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의 집은 방송 후 세간의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넓고 잘 꾸며진 그의 집을 ‘저택’이라 칭하기도 했다.
“저택이라고 하기엔 좀 거창하고 저는 ‘아지트’라고 불러요. 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열린 공간이죠. 술을 마신 후 우르르 몰려와서 자는 친구들을 위해 게스트룸을 특별히 신경써서 만들었어요(웃음).”
혼자 사는 사람들의 경우 음식에 소홀하기 마련. 하지만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는 그는 음식으로 건강을 챙긴다고 한다.
“운동하며 땀 흘리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대신 모든 건 정신이 지배한다고 믿고 정신 건강을 위해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죠(웃음). 또 음식에 신경을 많이 쓰고요. 아주 싱겁게 먹고 인스턴트 음식은 되도록 피해요.”
인스턴트 음식 외에 그가 싫어하는 것은 바나나라고 한다. 어릴 적 안 좋은 기억 때문이라고.
“제가 어렸을 때는 바나나가 비싸서 감히 사 먹질 못했어요.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바나나가 대량으로 수입되면서 값이 폭락하기 시작했죠. 그때 바나나를 원 없이 먹다가 체한 적이 있어요. 그 다음부터는 쳐다보지도 않죠(웃음).”
“아내 될 사람은 푸근하고 가정적인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신동엽은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며 항간에 떠돌고 있는 결혼설을 일축했다. 그는 나중에라도 결혼을 하게 된다면 가정적인 여자를 아내로 맞고 싶다고.
현재 4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그는 쉬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한다. 하지만 여유가 있을 때도 그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책을 읽으며 정보를 수집한다고.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일수록 다른 사람들의 말을 많이 들어서 다양한 각도로 생각을 해 보는게 중요해요. 진행자가 정보를 축적하지 않고 방송에 나가는 건 총알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거나 마찬가지죠. 특히 방송은 돈이랑 직결되니까 소홀히 할 수 없어요(웃음).”
친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술. 연말연시 특히 술자리가 많을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그건 평소 술을 잘 안마시는 사람들 얘기”라며 재치있게 응수했다. 주량은 소주 2병. 하지만 안재욱처럼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주량을 가늠하기 힘들다고 한다.
최근 일각에서는 그의 결혼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주변 인물들이 바쁜 그를 대신해서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적은 나이가 아닌 그는 그러나 실연의 아픔을 공개적으로 겪은 탓인지, 결혼에 대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저를 둘러싸고 ‘아나운서랑 사귄다’ ‘기자랑 결혼한다’ 등 소문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다 근거 없는 말이에요. 지금은 일 때문에 바빠서 연애나 결혼을 생각할 틈이 없어요. 나중에 하게 되더라도 상대가 연예인이나 유명인은 아닐 거예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그런지 아내 될 사람은 푸근하고 살림도 잘하는, 가정적인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요리를 잘 하면 더 좋겠고요.”
데뷔 초부터 가지고 있던 꿈을 비로소 실현, 매일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아침을 맞는다는 그가 그리는 미래는 또 어떤 모습일까.
“하루하루를 열심히 치열하게 살지만 일확천금을 노리고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지금 시작하는 사업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늙어서 더 이상 방송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동안의 노력과 결실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 거라고 자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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