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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코미디 프로 ‘웃는day’로 브라운관 복귀한 개그맨 김국진

글·김명희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5. 12. 12

개그맨 김국진이 지난 10월 말부터 방영 중인 MBC 새 코미디 프로그램 ‘웃는day’를 통해 정통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사업과 운동 등의 ‘외도’를 하면서 방송이 자신의 천직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는 그를 만났다.

정통 코미디 프로 ‘웃는day’로 브라운관 복귀한 개그맨 김국진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지난 11월 초 MBC 코미디 프로그램 ‘웃는day’ 촬영 현장에서 김국진(39)을 만났다. 그동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 ‘느낌표’ 등에서 MC로 활약해온 그는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 출연은 95년 ‘오늘은 좋은날’이후 10년 만”이라고 한다. 김국진은 ‘웃는day’의 모든 코너에 메인 출연자로 나서는데 오후 2시에 시작한 녹화는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MC를 할 때는 출연자들과 호흡만 맞추면 됐지만 코미디는 아이템을 짜는 것부터 연기까지 모든 걸 직접 해야 하니까 공이 많이 들어가요. 새벽까지 아이디어 회의를 하기 일쑤죠. 그래도 그렇게 만드는 과정이 좋아서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는 질문에 그는 특유의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희한하게 지냈지요”라고 답했다. 김국진은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개그맨 부문 인기순위 1위를 달렸으며 2001년에는 개그맨으로는 처음으로 MBC 드라마 ‘반달곰 내사랑’의 주연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한창 인기 가도를 달리던 시절 그는 방송활동을 자제하고 프로골퍼 테스트에 응시하는가 하면 의류업체와 애완동물 전문 케이블 방송을 운영하는 등 사업가로의 변신을 꿈꾸기도 했다.
“사업을 하면서 제가 얼마나 어리숙한지 깨달았어요. 장사를 할 사람은 따로 있고 제 천직은 방송인 것 같아요. 전에 운영하던 의류사업체는 형에게 맡기고 이제 저는 곁에서 구경만 하려고 해요(웃음).”
오랜만에 활동을 재개한 그는 전보다 한결 건강하고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체중도 조금 늘었다고.
“원래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에요. 그래도 잘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1kg 정도 몸무게가 늘었어요(웃음).”
김국진은 방송활동을 쉬는 동안 골프와 축구 등으로 체력을 단련했다고 한다. 왜소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그는 학창시절 학교 대표 축구선수로 활약했을 만큼 운동에 재능이 있다고 한다.
“체구가 작아 약골인 줄 아는 사람도 있는데 건장한 후배들과 운동장 돌기 시합을 해도 열 바퀴는 더 돌 수 있어요. 저를 아는 사람들은 ‘산소가 없는 히말라야에서도 버틸 사람’이라고들 하지요. 덩치가 작아서 그만두기는 했지만 초등학교 때는 축구선수로 뛰기도 했어요. 드라마 ‘반달곰 내사랑’에 축구 코치로 출연했었는데 아이들 훈련을 제가 직접 시켰었죠.”

“누구나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어요. 그걸 극복하는 과정이 중요하죠”
95년 시작한 골프 실력은 수준급. 골프 전문 케이블 방송에서 사회를 맡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프로골퍼 자격시험에서는 열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다.
“열 번 넘게 떨어진 건 알겠는데 그 다음부터는 세기 귀찮아지더라고요. 테스트에 붙자고 죽기살기로 덤비면 합격할 수도 있었겠지만 재미 삼아 시험을 보다 보니 계속 떨어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시간이 나면 계속 테스트에 응시할 생각이에요.”
프로 선수로 나설 것도 아니면서 골프에 집착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김국진은 “골프가 인생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도 결국은 혼자 사는 것처럼 골프도 혼자 하는 운동이에요. 그리고 공을 어디로 날릴지, 또 14개의 클럽 가운데 어떤 클럽을 사용할지 매번 선택을 해야 하죠. 그런 점에서 인생과 비슷한 점이 많아요. 혹자는 골프를 사치스러운 운동이라고 하는데 저는 지금껏 비싼 골프채를 사본 적이 없어요. 한번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골프를 치러 갔더니 사람들이 절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더라고요.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고…. 얼마든지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골프가 우리나라에선 일부 계층의 전유물처럼 돼버린 점이 아쉬워요.”

정통 코미디 프로 ‘웃는day’로 브라운관 복귀한 개그맨 김국진

MBC ‘웃는day’로 오랜만에 코미디에 복귀한 김국진. 그동안 사업과 골프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앞으로는 연기에만 전념할 생각이라고 한다.


프로 테스트에도 열두 번이나 떨어진 것처럼 그의 인생에 있어서도 심혈을 기울여 친 공이 벙커에 빠지거나 채를 잘못 골라 낭패를 본 경험이 있었을까. 2년 전 이혼한 그는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부질없다. 또 지금은 말하기에 적절한 시점도 아닌 것 같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힘든 일을 겪게 마련이죠. 그리고 앞으로도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느냐가 남은 인생에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이 벙커에 빠졌다 해도 다음에 더 열심히 해서 만회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현재 서울 마포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당분간 연기에만 전념하고 싶다고 한다.
“수백 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미국의 코미디 배우 찰리 채플린은 사람들이 대표작을 물으면 항상 ‘Next(다음)’ 라고 대답했대요. 스스로 현재보다 더 나은 작품 또는 미래를 만들겠다는 동기부여를 한 거죠. 저도 누가 계획을 물으면 ‘다음을 기대해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코미디를 다시 하게 돼 즐겁다는 김국진. 그에게 상처를 극복한 사람에게서 묻어나는 여유로움과 함께 방송활동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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