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거나 강의를 하면서 사람들이 의외로 체위별 특징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보통 부부들은 성관계를 할 때 1~2가지, 많아야 3~4가지 체위를 사용한다고 한다. “다른 체위를 해도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체위마다 느껴지는 성적 흥분은 다르다. 같은 체위라도 다리를 얼마큼만 벌리느냐, 몸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 등에 따라 느낌이 다르고, 그에 따른 성적 만족도 다르다.
체위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섹스는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사랑의 행위다. 사랑은 상대방을 돌봐주고 아껴주고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을 서로 주고받는 것이지만 사랑의 행위인 섹스만큼은 어느 정도 이기적이어야 한다. 즉 섹스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상대방이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도록 봉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발기부전, 불감증 등 성기능 치료를 위해서는 그런 배려가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섹스는 자신이 즐거운 상태에서 사랑을 나누는 행위다. 각자 쾌감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두 사람이 같이 쾌감을 느끼는 지점이 나타난다. 그 지점을 향해 서로 노력하는 게 아름다운 섹스다.
성학에서는 섹스를 할 때 먼저 자기가 좋아야지 자신은 좋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즐겁게 해준다는 것은 잘못된 섹스라고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상대방을 위해 봉사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남편들은 ‘아내를 뿅 가게 해주겠다’고 생각하고, 아내들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면서 남편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거짓 신음을 한다. 이런 것이 다 상대방을 위한 섹스를 하는 것인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성기능 장애가 생기기 마련이다. 배우자를 배려하기 전에 자신부터 성적으로 만족해야 한다. 배우자의 성적 쾌감은 배우자 스스로 찾아야지 상대방이 해준다고 느끼고 안 해준다고 못 느끼는 게 아니다.
다양한 체위를 시도해야 하는 이유는 우선 자기 부부에게 꼭 맞는 체위를 찾기 위해서다. 또한 한 체위만 반복하면 식상해져서 흥미를 잃게 된다. 이럴 때 체위에 변화를 주면 새로운 것에 대한 심리적인 흥분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처음엔 자극이 덜 오는 것 같아도 다양한 체위를 시도하며 성감을 개발하는 게 좋다.
체위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체위마다 성기의 접촉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체위라도 삽입운동의 방향과 속도에 따라 느껴지는 쾌감의 강도가 달라진다. 또한 살이 찐 여자일수록 다리를 많이 벌려야 쾌감을 느끼기 쉬운데 같은 체위라도 부부의 키, 몸매 등에 따라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한 다리 벌리는 각도, 몸 비트는 정도가 달라야 한다. 그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부부가 직접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다. 다음에 소개하는 8가지 체위를 바탕으로 만족스러운 부부만의 체위를 개발하길 바란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정상위’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여성이 위를 보고 누우면 남성이 그 위에 엎드리는 체위다. 이 체위는 음경이 주로 질 아래쪽을 자극하기 때문에 질 위쪽(12시 방향)에 있는 지스폿을 제대로 자극하지 못한다. 또한 음경의 뿌리 부분이 클리토리스를 집중적으로 자극하기 힘들다. 따라서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전혀 못 느끼는 경우도 많다. 반면 이 체위는 음경이 깊숙이 삽입돼 임신을 원하는 경우 가장 이상적이다. 또한 여성의 손이 자유로워 섹스를 하면서 남성을 애무할 수 있고 얼굴을 마주 보고 하기 때문에 사랑의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 체위에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여성이 다리를 벌리면 음경이 깊이 들어오는데, 서로 최대한 밀착한 상태에서 남성이 천천히 아랫도리를 작게 원을 그리듯 돌리면 강한 사랑의 교감을 나눌 수 있다. 또한 여성이 다리를 꽉 오므리면 음경을 꽉 잡고 있는 느낌이 들어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상태에서 남성이 좌우로, 위아래로, 원을 그리듯 살살 돌리면 더 큰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오르가슴 느끼기 가장 쉬운 ‘CAT 체위’
정상위와 비슷하지만 지스폿과 클리토리스 부분에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체위로 정상위보다 5cm 정도 아래에서 음경을 삽입한다. 정상위는 음경이 삽입되는 각도가 여자의 질 각도와 같아서 지스폿을 미끄러지듯 자극할 뿐이다. 그런데 정상위보다 5cm 밑에서부터 삽입하면 질 위쪽(12시 방향)에 있는 지스폿을 집중적으로 자극하게 된다. 또한 음경 뿌리의 접촉 부위도 주로 클리토리스 주위에 집중된다. 이 체위를 개발한 에드워드 에이첼 박사가 “이 체위를 정확히 사용하면 어떤 여성이든 3분 이내에 오르가슴에 오를 수 있다”고 장담할 정도로 여성이 오르가슴에 오르기에 가장 좋은 체위다.
하지만 질이 요도 쪽보다 항문 쪽에 치우쳐 있는 여성의 경우 이 체위로도 지스폿을 자극하기가 쉽지 않다. 이 경우 다음에 소개하는 후배위 체위를 하면 금방 오르가슴에 이를 수 있다.
임신했을 때 가장 좋은 ‘옆으로 누운 체위’
여성이 임신했을 때 가장 권장할 만한 체위다. 남녀 모두 옆으로 누운 자세로 하기 때문에 음경이 질 속 깊이 삽입되지는 않지만 지스폿이 있는 질벽 부위를 강하게 자극하기 때문에 여성이 강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옆으로 누운 자세여서 클리토리스를 자극하지는 못한다. 대신 여성이 자기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해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남성의 경우 손쉽게 음경을 뺄 수 있어 사정에 이르기 직전 음경을 빼서 손가락으로 귀두 부분을 강하게 눌러 사정을 억제하는 ‘스퀴즈 요법’을 사용하기가 용이해 섹스시간을 늘릴 수 있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섹스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녀 모두 손이 자유로워 서로 애무를 할 수 있어 많은 정신적 교감을 나눌 수 있다. 임신 중이거나 체중이 무거운 사람에게 좋고 체력소모가 많지 않아 피곤할 때 적당하다.
남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후배위’
여성은 엎드린 자세로 팔굽과 무릎으로 몸체를 들어올리는 자세를 취하고, 남성이 여성의 뒤에서 무릎을 꿇고 손으로 여성의 허리를 잡고 삽입하는 체위다. 이 체위는 음경이 엎드린 자세로 있는 여성의 질벽 아래쪽에 있는 지스폿을 자극하기 때문에 오르가슴에 이르기 쉽다. 그러나 클리토리스 부위는 전혀 자극을 줄 수 없어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을 느끼기는 어렵다. 대신 여성이 자신의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해 오르가슴에 이를 수 있다.
이 체위는 지스폿 오르가슴에 이르기는 쉽지만 서로 얼굴을 볼 수 없어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기는 어렵다. 대신 남성의 손이 자유롭기 때문에 여성의 허리를 잡거나 젖가슴 등을 애무할 수 있어 스킨십을 나누기에 좋다.
여성들이 가장 만족하는 ‘여성상위’
남성은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고, 여성이 마치 말을 타듯 그 위에 앉는 체위로 여성이 섹스를 주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체위다. 주부들 중에 ‘가장을 내 밑에 놓고 깔아뭉개는 것 같아 싫다’며 이 체위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벽을 깨야 한다.
여성들이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서는 여성상위 체위가 좋다. 정상위는 남성들이 피스톤 운동만 하기 때문에 음경이 닿는 질벽의 면이 한정돼 있다. 그런데 이 체위는 음경이 질벽 전체를 자극할 뿐 아니라 여성이 자신의 몸을 앞뒤 좌우로 움직여가며 음경이 자신의 지스폿을 정확히 자극할 수 있도록 조절할 수 있고, 클리토리스에 자극이 가도록 조절할 수 있어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다. 성적으로 만족을 못 느끼거나 오르가슴을 자주 못 느끼는 여성에게 권장할 만한 체위다.
남성 역시 위에서 할 때와 다른 느낌을 받는다. 여성이 위에서 강한 자극을 계속 주면 사정이 빨라지지만 강약을 조절해주면 정상위로 할 때보다 오랫동안 사정을 참을 수 있다. 또한 남성의 손이 자유로워 애무할 수 있고, 마주 본 상태에서 섹스를 할 수 있어 심리적 만족도도 높다. 그러나 깊이 삽입했을 경우 음경의 귀두 부분이 경구 바로 앞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임신부에게는 적절하지 않다.
한편 성교를 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상체를 비스듬하게 앞으로 각도를 낮추고 팔로 몸무게를 받치는 체위로 변형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여자의 체중을 남자가 덜 받게 되므로 체중이 많이 나가는 여자에게 권장할 만하다.
둘 다 동시에 오르가슴을 느끼기에 좋은 ‘걸쳐 누운 체위’
여성이 상반신은 침대에, 하반신은 침대 끝 밖으로 늘어뜨린 자세를 취하면 남성이 무릎을 꿇고 상체를 수직으로 세우고 손으로 여성의 허벅지를 잡는 상태에서 삽입하는 체위다. 이 체위는 음경이 깊이 삽입되지는 않지만 누워 있는 여성의 질벽 윗부분에 있는 지스폿을 강하게 자극해 오르가슴에 이르게 한다. 또한 남녀의 손이 모두 자유로워 섹스를 하면서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할 수도 있고, 상대를 애무할 수도 있다. 처음 할 때는 자세를 잡기가 힘들 수 있지만 몇 번 하고 나면 요령이 터득돼 쉽게 할 수 있으며 남녀가 함께 오르가슴에 이르기가 쉽다. 임신부나 무거운 사람에게 좋다.
남성이 빨리 오르가슴에 이를 수 있는 ‘남녀 모두 엎드린 체위’
여성이 등을 위로 하고 엎드려 다리를 벌리고 엉덩이를 살짝 들어올린 상태에서 남성이 여성의 등 위에 엎드려 삽입하는 체위다. 이때 여성이 상체를 들고 엉덩이를 낮추면 삽입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상체를 낮추고 엉덩이를 살짝 들어주어야 한다. 힘들면 베개를 아랫배 밑에 놓는 것도 좋다.
이 체위는 음경이 질벽 전체를 자극하지는 못하지만 엎드린 자세에서 삽입을 하기 때문에 음경이 지스폿이 있는 질벽 아래쪽 입구를 집중적으로 자극해 오르가슴에 쉽게 오를 수 있다. 또한 삽입 각도가 좁고 가파르기 때문에 음경이 강한 자극을 받아 남성도 쉽게 오르가슴에 이른다. 남성이 빨리 오르가슴에 이르고 싶을 때 추천할 만한 체위다.
강한 정신적 교감을 느끼게 하는 ‘스푼 체위’
섹스를 할 때 꼭 오르가슴에 도달할 필요는 없다. 가끔은 오르가슴에 오르는 것보다 약간 고조된 상태의 흥분이 오랫동안 유지되기를 원할 때가 있다. 이때는 친밀감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스킨십 위주의 섹스 체위를 하는 것이 좋다.
친밀감을 강하게 느끼는 대표적인 체위로 여성이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남성이 여성의 뒤에서 끌어안은 채 삽입하는 체위가 있다. 마치 스푼 두개를 나란히 포개놓은 것 같다고 해서 스푼 체위라고 부르는데, 깊은 삽입은 안 되지만 서로의 몸이 닿는 면적이 많기 때문에 강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스푼 체위는 두 사람의 호흡을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의 호흡에 뒤에 있는 남성이 맞춰 함께 천천히 호흡을 하고, 그 호흡에 따라 숨을 들이쉴 때 삽입을 했다 내쉴 때 빼는 속도를 유지한다. 그러면 남성이 사정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훨씬 높아진다. 스푼 체위 연습을 평소 충분히 하기를 권한다.
앞에서 설명한 정상위, 남녀 모두 엎드린 체위도 음경을 깊이 삽입한 상태에서 서로의 몸을 최대한 밀착한 채 천천히 피스톤 운동을 하면 오르가슴을 느낄 때와는 다른 잔잔한 쾌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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