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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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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주부들’ 인기비결

기획·김동희 / 글·노순동‘시사저널 기자’ / 사진·시사저널 제공

2005. 11. 02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부판으로 불리는 ‘위기의 주부들’은 지난 봄 미국 백악관 만찬에서 로라 부시 여사가 언급해 유명세를 탔다. 1백50여 나라에서 방영되는 이 드라마의 인기비결을 살펴보았다.

‘위기의 주부들’ 인기비결

가브리엘 역의 에바 롱고리아, 수잔 역의 테리 헤처, 브리 역의 마샤 크로스, 리넷 역의 펠리시티허프만(왼쪽부터).


한 유부녀에게 솜털이 보송보송한 고등학생이 공짜로 잔디를 깎아주겠다며 접근한다. 속셈은 따로 있다. 어떻게든 수작을 걸어보려던 것. 다짜고짜 달려들다가 여자가 반항하자 “내 친구와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 것 다 안다”며 사뭇 협박이다. 이 유부녀, 이튿날 녀석을 찾아간다. 모른 체해달라 사정하려고? 천만에. 새파란 연하남과 바람을 피운 주제에 오히려 “협박했던 걸 친구한테 불어버리겠다”며 녀석을 협박한다. 이 녀석, 당연히 쫀다. 그런데 변명이 가관이다. 자기가 아무래도 게이인 것 같아서, 여자아이들이랑 하다가 잘 안되면 금방 소문이 퍼질 것 같아서 그랬다며 울먹거린다.
미국의 시리즈물 ‘위기의 주부들’은 이런 식이다.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부판으로 불리는 ‘위기의 주부들’이 한국에서도 마니아 드라마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봄 백악관 만찬에서 로라 부시 여사가 출입기자들 앞에서 유머 감각을 뽐내면서 유명세를 탔다. “부시가 잠들고 나면 나는 ‘위기의 주부들’을 본다. 나야말로 위기의 주부다”라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유머 작가가 써준 원고를 읽은 것일 뿐. 어쨌거나 퍼스트 레이디를 위한 유머의 소재로 ‘간택’될 만큼 이 드라마는 유행의 복판에 있었던 셈이다. 지난 9월 열린 에미상 시상식 코미디 부문에선 감독상과 여우주연상(펠리시티 허프만)을 거머쥐기도 했다.
현재 1백50여 나라에 소개되었으며, 최근 일본과 중국에서도 공중파 방영이 시작됐다. 한국에서 불이 지펴진 것은 지난 7월 KBS가 방영을 시작하면서부터다(10월16일 종영). 그전에 유료 케이블 채널인 캐치원에서 방영됐지만 시청자가 한정되어 있는 탓에 소문이 퍼지기는 어려웠다.
‘위기의 주부들’ 인기비결

이 드라마의 인기비결은 뭘까. 기획 배경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작가 마크 세리는 어느 날 자기 아이 다섯을 죽인 한 여성에 관한 뉴스를 듣고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자기 아이를 제 손으로 죽일 정도로 절망에 빠진 여성을 상상할 수 있어요?” 그의 어머니는 “나도 그런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놀란 작가는 태연한 표정으로 가정을 꾸려가는 여성들의 내면이 그토록 복잡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드라마를 써나간다.
하지만 ‘위기의 주부들’의 인기가 30~40대 여성의 일상을 잘 다루어서, 혹은 그것을 코미디 터치로 ‘쿨’하게 다루어서만은 아니다. 여기엔 정통 추리물 뺨치는 미스터리가 가득하다. 홍보 포스터는 드라마의 핵심 코드를 정확히 보여준다. 드레스를 입은 네 여성이 미소를 띤 채 먹음직스런 팬케이크를 권한다. 하지만 등 뒤로 감춘 손에는 칼이며 가위 등이 한 자루씩 들려 있다.

화사한 미소 뒤에 칼을 갈고 있는 주부들의 이유 있는 도발
바쁜 일상 때문에 TV 방영을 놓쳤다면 11월에 출시되는 DVD 시리즈를 기대해보라. 이미 시즌1을 섭렵한 이들이라면? 9월25일부터 미국에서 시즌2가 막 시작되었다. ABC 방송사 홈페이지를 찾아가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즌2의 홍보영상은 한층 화려해졌다. 사과를 칼로 쪼개자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으로 보아 등골 서늘한 서스펜스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네 아이와 씨름하던 리넷은 남편으로부터 서류가방을 넘겨받는다. 집안에서 칼을 가는 여성들과 집 울타리를 벗어난 여성들이 가세해 무대가 한층 넓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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