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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존경받는 아버지

김평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의 남다른 자녀교육법

기획·송화선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2005. 10. 05

김평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1급인 서울시 부교육감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또한 그는 3녀1남의 자녀들을 모두 특목고, 명문대에 진학시킬 만큼 자녀교육 면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성실과 인내면 못할 것이 없다’는 좌우명을 갖고 사는 김 이사장의 남다른 자녀교육법을 들어보았다.

김평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의 남다른 자녀교육법

같은 배에서 낳은 자식이라도 모두 잘 되는 경우는 드물다. 한 명이 잘 되면 다른 한 명은 뒤처지기 일쑤. 그래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우산 장수 아들과 나막신 장수 아들을 함께 둔 어머니처럼 말 못할 회한을 갖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국교직원공제회 김평수 이사장(58)은 다르다. 3녀1남의 자녀를 모두 특목고, 명문대에 진학시킨 것.
큰딸 지연씨(30)는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인문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고, 둘째 딸 은정씨(28)는 명덕외고, 이화여대 영어교육과,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을 거쳐 한양사대부중의 교사로 있다. 셋째 딸 윤경씨(27)는 서울과학고, 서울대 공대를 거쳐 현재 같은 대학 대학원 석사과정에 있으며 막내인 종우씨(24)는 민족사관고를 거쳐 현재 중국 베이징대에서 유학 중이다.
“타고난 지능지수가 높았던 것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지려는데 큰딸 지연씨가 가로막았다. 지금껏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자신들의 한결같은 답변은 ‘성실과 노력’이었다는 것이다.
“자라는 동안 아빠에게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가 ‘부지런히 살아라’였어요. 다른 아이들은 보통 늦잠을 자는 일요일에도 저희 4남매는 아침 7시면 일어났죠. 아빠가 워낙 일찍 일어나시기 때문에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었거든요.”
어릴 때부터 부지런한 것이 습관이 됐다는 지연씨는 “휴일에 가족끼리 체험학습을 갈 때도 새벽 일찍 출발해 여유있게 둘러본 뒤 사람들이 몰려올 시간이면 집으로 돌아오는 게 보통이었다”고 덧붙였다.
“광릉수목원에 갔을 때의 일인데요. 개장시간인 오전 9시가 되기 전에 미리 도착해서 문이 열릴 때까지 집에서 준비해간 김밥으로 아침을 먹었어요. 우리 식구들이 수목원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내려올 때쯤 되니 관람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라고요(웃음).”
김 이사장의 집 현관에는 ‘인내와 노력 두 가지만 있으면 이 세상에서 못할 일이 없다’는 붓글씨가 담긴 액자가 걸려 있다. 막내 종우씨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김 이사장의 권유로 쓴 가훈이라고.
김 이사장은 지난 68년 부산시 교육청에서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1급인 서울시 부교육감까지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 지난해 9월부터는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12조원에 달하는 자산과 7개 산하 사업체를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교직원 복지기관이다. 대기업 총수 부럽지 않을 만한 자리에 오른 그는 스스로 “성실을 ‘빽’으로 여기고 살았다”고 말할 만큼 남다른 인내와 노력으로 성공을 이뤘다.
“부산시 교육청에서 제가 처음 맡은 업무는 학교 부지를 확보하는 일이었어요. 당시는 요즘처럼 모든 기록이 전산화 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되는 땅마다 일일이 서류를 점검하고 등기부등본을 떼는 등 번거로운 일이 많았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그 일을 하기 꺼렸는데, 전 그저 묵묵히 열심히 일했어요. 그랬더니 언제부턴가 윗분들이 서로 저를 데려가려고 하더라고요.”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충고는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것
둘째 딸 은정씨는 “자라는 동안 아빠에게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지만, 당신이 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우리도 끊임없이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빠를 따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한 게 대학입시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저희 남매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매일 밤 12시까지 공부하고 아침 6시에 일어났어요. 아빠는 우리들이 잠자리에 드는 것을 보고서야 주무셨는데, 아침이면 늘 먼저 일어나 계셨죠.”

김평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의 남다른 자녀교육법

‘성실과 인내’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살아가는 김평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가족.


은정씨는 “아빠가 ‘어릴 때 공부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된다’며 ‘머리가 말랑말랑할 때 열심히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들 4남매는 어릴 때부터 거실에 큰 상을 펴놓고 함께 모여 숙제할 사람은 숙제하고, 쉬고 싶은 사람은 그림을 그리거나 일기를 쓰며 서로 어울려 자랐다고 한다. 아버지가 남다른 성실함으로 자녀들의 귀감이 되었다면, 어머니 이현주씨(53)는 이들에게 재미있는 동화책을 읽어주며 책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었다고.
“우리가 한자리에 모이면 엄마가 늘 책을 읽어주셨는데, 아주 생동감 넘치고 재미있었어요. 엄마 얘기를 들으며 나중에 꼭 저 책을 직접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요. 엄마가 집안일로 바빠서 책을 못 읽어줄 때는 큰언니부터 서열 순으로 구연동화를 했는데, 언니들이 엄마처럼 근사하게 음성 연기를 하며 책 읽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어요.”
셋째 딸 윤경씨는 특히 한 살 차이인 언니 은정씨가 구연동화를 할 때면 샘이 나 혼자 책을 들고 읽기 연습을 한 적도 많았다고 추억했다. 이렇게 자연스레 책과 친해지면서, 이들 남매는 공부하다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면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게 됐다고.
막내 종우씨는 “어릴 때부터 누나들이 모여 책을 읽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왕따’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책과 친해지는 수밖에 없었다”며 “네댓 살 때부터 연필과 책을 들고 놀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남매도 늘 공부에 재미를 붙였던 것은 아니다. 김 이사장은 종우군이 초등학교 때 갑자기 “공부하기 싫다”며 버틴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종우를 데리고 고향에 계신 아버지께 내려갔어요. 공부하는 게 힘든지, 시골에서 일하는 게 힘든지 한번 직접 경험해보라는 생각에서였죠. 아버지께 ‘무조건 일 많이 시키시라’고 부탁해서 종우는 시골에 가자마자 꼴 베고, 나무하는 데 따라다녀야 했어요. 몇 시간 고생하더니 자기가 먼저 ‘아빠, 공부할래요’ 하더라고요(웃음).”
김 이사장은 이처럼 자녀교육을 부인에게만 맡겨두지 않고 직접 뛰어들었다. 주말이면 자녀들을 한 명씩 방으로 불러 따로 대화 시간을 갖기도 했다고. 집중력이 뛰어난 셋째 윤경씨에게는 “한우물을 파라”고 조언했고, 잡기에 능한 막내 종우씨에게는 “모든 방면에 걸쳐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둘째 은정씨는 “아빠가 늘 너희 가운데 한 명은 교사가 됐으면 좋겠는데,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바로 너라고 말씀하셨다”며 김 이사장의 이야기를 듣고 교사로 진로를 정했다고 말했다.
“특별히 잘해준 것도 없는데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라줘서 고마울 뿐이에요.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충고는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온 것이 값진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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