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게임을 하느라 새벽에 잠자리에 들고 피곤에 지친 채로 출근하기 일쑤예요.”
“아무리 혼을 내도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은 채로 밥을 먹으려고 해요.”
“시험 바로 전날이라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면 불안해하고 신경질을 부립니다.”
남편과 아이의 컴퓨터 사용 문제로 고민하는 엄마들이 인터넷 상담게시판에 올리는 내용들이다. 혹시 우리 남편과 아이도 인터넷 게임을 하느라 식사를 거르고, 잠을 줄이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기피하는지?
인터넷 중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이정권 교수팀)가 PC방 이용자 888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중독자가 3.4%, 과사용자가 41.3% 등 10명 중 4명꼴로 컴퓨터 중독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T문화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컴퓨터 중독률은 4명 중 1명꼴인 23%에 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내로서 엄마로서 남편과 아이를 컴퓨터 중독으로부터 지켜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미 아이가 인터넷 게임에 심각한 수준으로 몰두해 있다면 엄마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아이의 마음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아이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지 않은지,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지, 지나친 열등감이나 자기비하에 빠져 있지 않은지, 혹은 부모와의 사이가 냉랭한지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게임 중독의 근원적인 원인은 결국 불안정한 심리상태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심리상태에서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그것을 치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이가 점차 인터넷 게임에 재미를 붙여가는 단계라면 올바른 게임 습관을 몸에 익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준다. 거실 등 공개된 공간에 컴퓨터를 갖다놓아 ‘자연스러운 감시’를 받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 △하루에 정해진 시간만큼만 게임하기 △숙제를 다 끝마친 후 게임하기 △정해진 시간 이후에는 컴퓨터를 켜지 않기 등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어겼을 때는 벌칙을 받기로 약속한다.
‘우리 아이는 인터넷 게임을 너무 오래 한다’고 생각해 무조건 아이에게 게임하는 시간을 줄이도록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럴 경우 아이는 집에서 게임하기를 포기하고 엄마 몰래 PC방을 출입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아이에게 게임보다 즐거운 여가활동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하루 3시간에서 1시간으로 게임하는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면 아이가 게임을 줄인 2시간 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레저·여가 프로그램을 적극 마련해줘야 한다. 엄마와 함께 야외에서 운동을 한다거나 문화행사 등에 참여하는 것,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놀이를 마련해주는 것 등이 엄마가 해야 할 몫이다. 아이가 승부욕이나 경쟁심이 강한 편이라면 배드민턴이나 테니스와 같은 승부를 겨룰 수 있는 레저활동을 권한다. 정서가 불안정한 아이라면 요가와 같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해봐도 좋을 것이다.
“게임은 무조건 안 좋다”고 하면 부작용 낳아
“게임은 무조건 안 좋다”고 하는 것 또한 부작용을 낳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엄마가 배워서 아이와 함께 즐겨보자. 게임하는 동안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도 가져다줄 수 있다.
직장 다니느라 아이가 집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게임에 매달려 있는지 챙길 수 없는 엄마라면 집 컴퓨터에 사용조절 프로그램을 설치한다. 아이가 컴퓨터를 사용한 시간이 이 프로그램에 저장되기 때문에 그 기록을 근거 삼아 아이와 컴퓨터 사용 문제를 의논하여 해결책을 찾는다.
아이에게 “무조건 게임하는 시간을 줄이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게임을 줄인 시간에 할 수 있는 여가·레저 프로그램을 적극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좀 막막한 결론이지만 전문가들은 “게임 중독에 빠진 남편에게 아내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한다. 부모로서 성장과정에 있는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수평적 관계에 있는 남편을 변화시키기란 더욱 어렵다는 것. 나우소아정신과클리닉의 김진미 원장은 “아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서로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애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성인의 경우 눈앞에 컴퓨터가 있다고 해서 게임 중독에 빠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에 문제가 있기에 그것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게임을 통해 해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때문에 컴퓨터를 없앤다고 게임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임 중독의 원인이 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해결의 첫 출발점은 솔직한 대화다. 속이 상한다고 해서 “아이들처럼 게임에나 푹 빠져 있고 당신 도대체 요즘 왜 그러느냐. 게임 좀 하지 마라”고 다그칠 게 아니라 “안 그러던 사람이 게임에 몰두하니 걱정된다”며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중독예방센터의 김봉섭 상담사는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개발해 여가시간을 보내며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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