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기사

한은희 강추! 가족여행지

경북 문경

이색 레포츠, 과거길 체험, 천연 염색과 다채로운 전시관람 즐길 수 있는 곳∼

2005. 09. 05

한여름 무더위가 지나고 곡식이 익어가는 9월은 민족의 명절, 추석이 있는 달이다. 고향으로 향하는 발길이 바빠지는 이 즈음 꼭 한번 들러봐야 할 곳이 있다. 오곡백과 풍성한 가을 들판을 걸으며 갖가지 체험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 경북 문경이다.

경북 문경

오늘날문경은 물 맑고 경치 좋은 여행지로 유명하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불과 2시간 거리인 이곳에 가면 영강 래프팅과 문경새재 트레킹, 태조 왕건 세트장 관광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관광객을 기다린다.
하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이 지역을 가로질러 흐르는 영강이 검은색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사실 지난 94년 마지막 탄광이 문을 닫을 때까지만 해도 문경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석탄 생산지로, 도시는 늘 검은 석탄 가루에 뒤덮여 있었다. ‘관광’은 석탄 사용량이 줄어들고 광산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며 생업을 잃게 된 이 지역 사람들이 고심 끝에 마련한 대안 산업인 것.
하지만 조선시대 선비들이 지나던 과거길이 그대로 남아 있을 만큼 전통문화의 흔적이 생생히 살아 있는 문경은 이내 관광 중심지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근에는 과거의 탄광을 이색체험 여행장소로 활용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개발돼 가족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올 가을에는 전통과 이색 체험의 고장, 문경으로 떠나보자.

하늘 열린 자전거 기차로 철길을 달린다
문경에 가면 일단 철로 자전거를 타봐야 한다. 2001년 문경시가 개발해 전국적인 히트 상품이 된 철로 자전거는 폐선된 석탄 운반 철로를 따라 페달을 밟으며 주위 경관을 감상하는 이색 레포츠. 3단 기어가 달려 있어 오르막길을 쉽게 오를 수 있으며, 내리막길에서는 페달을 밟을 필요 없이 저절로 구르는 바퀴에 몸을 맡기면 된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문경의 절경을 둘러보는 재미가 그만. 철로를 달리는 바퀴와 레일 이탈 방지용 보조바퀴 등 모두 8개의 바퀴가 동체를 지탱하고, 앞 자전거와의 충돌을 방지하는 브레이크도 달려 있기 때문에 안전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철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은 진남역.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 IC를 나와 문경을 가로지르는 영강을 따라 달리다 진남휴게소를 지나면 곧 진남역이다. 철로 자전거가 운행을 시작하는 오전 9시에 진남역에 도착해보면, 이미 시작 시간을 기다리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철로를 바라보고 있는 여러 가족을 만날 수 있을 만큼 늘 관광객들이 붐빈다.

자, 이제 철로 자전거에 올라타보자. 진남역을 출발해 구랑리역 방향으로 달리는 철로 자전거에 올라타 페달을 밟으니 자전거는 2개의 터널을 지나 자전거 공원까지 거침없이 내달린다. 아쉬운 것은 이곳에서 철로 자전거를 돌려 출발점인 진남역으로 돌아오는 4km의 짧은 여행이 체험의 전부라는 것. 지금은 선로가 정비되지 않아 이 정도에 만족해야 하지만, 내년이면 약 20km 체험 코스가 완성돼 폐광의 흔적이 남아 있는 가은역까지 철로 자전거로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 체험이 못내 아쉽다면 진남역에서 불정역 사이를 오가는 다른 코스에 도전해도 좋다. 이 코스의 특징은 중간에 높이 150m의 다리가 있다는 점. 난간도 없이 철로 자전거에만 의지해 깎아지른 절벽 사이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어른들도 아찔한 느낌을 받을 만큼 스릴 만점이라고 한다. 하늘 높은 곳에서 영강과 어우러진 경북팔경의 제1경 진남교반의 절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점도 이 코스가 주는 또 다른 재미. 아이가 어린 가족은 구랑리역 방향을, 모험을 원하는 가족은 불정역 방향의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현재 진남역에 있는 철로 자전거는 모두 30대. 이용료는 대당 3천원으로 어른 2명과 만 12세 미만 어린이 2명이 탑승할 수 있다. 철로 자전거 운행시간은 3월부터 9월까지는 오전 9시~오후 6시, 10월에서 다음해 2월까지는 오전 10시~오후 4시다. 매표 마감은 오후 5시. 주말엔 마감시간 전에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 문경석탄박물관·관광사격장 이용객이나 유스호스텔·청소년수련관·휴양림 투숙객 등은 당일에 한해 이용금액의 30%를 할인받을 수 있다. 문의 054-550-6478


달빛과 함께 하는 과거길 체험여행
철로 자전거에서 내렸다면 바람과 함께 한 즐거움을 뒤로하고 문경새재 도립공원으로 옮겨가보자. 이제 역사 속으로 들어가 조상들의 생활을 체험해볼 차례다.
조선시대 영남지방에서 한양까지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었던 문경의 새재는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길을 떠나는 선비들의 단골 통행로였다. 장원급제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선비들이 기쁜 소식을 최대한 빨리 전하기 위해 택한 길도 바로 이 길. 이 지역에 ‘기쁜 소식을 가장 먼저 듣는 곳’이라는 뜻의 ‘문경(聞慶)’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에 합격하지 못한 선비들은 그럼 어떤 길을 이용했을까. 이들이 택한 길은 가장 멀리 돌아 집에 도착하는 추풍령이었다고. 합격하지 못한 죄스러움에 조금이라도 늦게 돌아가고자 했던 이들이 이 길을 택한 까닭에 ‘추풍낙엽’이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경북 문경

문경새재 과거길 여행에 참가하면 짚신 신기, 달빛 음악회 관람, 탁본 등 다채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과거 보는 선비들에게 유용한 통행로였던 문경새재는 이제 선조들의 생활을 체험해볼 수 있는 관광지로 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보름달이 뜨는 음력 15일을 전후해 이 길에서 조선시대 선비들이 걸었던 과거길을 따라 걷는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 ‘문경새재 과거길 달빛사랑여행-낭만의 길 15리’라고 이름 붙은 이 체험여행 참가자들은 어슴푸레한 달빛 속에서 산길을 걸으며 자신도 모르는 새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맛보게 된다고 한다. 가족이 함께 걷다 보면 자연스레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돼 가족의 정을 돈독히 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고.


자, 그럼 본격적으로 선비들의 과거길을 따라가보자. 문경새재를 넘어가려면 새재 입구에 우뚝 서 있는 1관문 ‘주흘관’, 충주와 문경의 경계인 고갯마루에 자리한 2관문 ‘조곡관’, 고개를 넘어 만나는 3관문 ‘조령관’ 등 3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 중 과거길 체험은 1관문 주흘관부터 2관문 조곡관까지 왕복 약 6km 구간에서 이뤄지는데, 약 5시간이 걸린다. 가는 길 구석구석에는 다양한 체험거리가 마련돼 있다.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은 조령원터. 관에서 운영하는 숙소인 조령원이 있던 자리로, 지금은 그곳에서 좁쌀 막걸리와 청포묵 등을 판매하고 있다. 청포묵의 구수함을 맛보고 원터를 나서면 그 다음 기다리는 것이 짚신체험이다. 체험객들은 마련된 짚신을 직접 신고 흙길을 걸어볼 수 있는데, 난생 처음 짚신을 신어보는 아이들은 “발이 시원해요” “흙이 들어와요. 어떻게 하죠?” “엄마, 발바닥이 아파요. 신발을 안 신은 것 같아”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재미있어한다. 그렇게 약 1km를 걸으면 짚신을 반납하는 곳. 이곳에 짚신을 반납한 뒤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보자. 조선시대 관리들이 업무를 인수인계하던 교귀정에 다다르면 낭만적인 달빛 음악회가 체험객들을 기다린다.
음악회가 끝난 뒤에는 본격적인 체험의 시간이다. 바로 아래 주막에 도착하면 이미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마당엔 커다란 함지 가득 밥이 담겨 있어 누구나 비닐장갑을 끼고 직접 주먹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예쁜 기와틀에 한지를 덮어 탁본을 할 수도 있다. 달빛 아래서 가족들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체험객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는 동안 ‘문경 아리랑 보존회’ 회원들은 호롱불을 켜고 토닥토닥 다듬이를 두드리며 ‘전통소리 공연’을 벌여 달빛의 운치를 더한다.
이곳에서의 체험을 끝으로 ‘문경새재 과거길 달빛사랑여행’은 막을 내린다. 체험을 즐기는 동안 가로등 하나 없는 새재 길엔 어느덧 어둠이 짙게 내리지만, 돌아가는 길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둥근 보름달이 어느새 환하게 길을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문경새재 과거길 체험은 9월의 경우 10일, 10월에는 15일에 예정돼 있으며, 참가자는 문경시청 홈페이지(www.gbmg.go.kr)에 미리 신청한 뒤 당일 오후 3시40분까지 문경새재 야외공연장 앞 부스에 도착해 참가 확인을 해야 한다. 행사시간은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문경새재 사적 입장료(어른 2천1백원, 청소년 1천1백원, 어린이 7백50원) 외에 별도의 참가비는 없다. 날씨에 따라 프로그램이 바뀔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 문의 문경시청 문화관광과 054-550-6393, 문경문화원 054-555-2571

천연 염색과 다채로운 전시 관람을 즐길 수 있는 곳, 성보예술촌
문경새재 과거길 체험이 끝났다면 34번 국도를 이용해 예천 안동 방향의 문경시 호계면에 가보자. 호계면의 중심인 호계리에도 다양한 체험학습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1만3천 평에 이르는 너른 부지 위에 조성된 ‘성보예술촌’이 그곳. 여기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황토와 소목, 치자, 양파 등을 이용한 천연염색이다.

경북 문경

성보예술촌에서는 황토 염색을 체험할 수 있다.



먼저 황토 염색에 도전해보자. 깨끗하게 빨아 말린 옷의 한쪽 부분을 고무줄과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묶은 다음 황토물에 넣어 약 20분만 주물러 주면 예쁜 무늬가 새겨진 황토 티셔츠가 생긴다. 이 티셔츠를 맑은 물에 헹궈 더 이상 흙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잘 빤 뒤 햇빛 아래 널어 말리면 염색의 모든 과정이 끝난다. 양파 염색이나 치자 염색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염색체험에 참가하려면 미리 티셔츠나 손수건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성보예술촌에서 천을 구입하려면 별도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성보예술촌에는 천연염색 체험장 외에도 아이들이 곤충의 성장과정을 생생히 살펴볼 수 있는 곤충체험장이 마련돼 있으며, 도자기 전시관, 생활한복 전시관, 고가구 목공예 전시관, 민속품 전시관, 생활사 전시관, 한지공예 전시관 등 다양한 전시관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체험료는 5천원부터 3만원 사이, 전시 관람은 무료이며, 체험·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연중무휴. 문의 및 예약 054-554-7001, www.sungbo.net

가족여행전문가 한은희씨는요…
경북 문경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여행지를 소개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이 달에 찾은 문경은 고향 충주와 지척인 곳이라 특히 느낌이 남달랐다고. 어린 시절 가본 문경은 ‘까만 강물이 흐르는 석탄 도시’였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데, 10여 년 만에 다시 찾아가니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놀라웠다고 한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