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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두 인물

‘백화점 1위’ 전쟁 나선 재벌 3세 경영인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 VS 롯데 장선윤 이사

‘신상명세, 업무스타일, 프라이버시 공개’

글·최호열 기자, 정혜연‘일요서울 기자’ / 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2005.09.02 10:13:00

백화점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신세계와 롯데가 다시 맞붙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최근 신세계그룹이 본점 신관을 2년8개월에 걸친 리모델링 공사 끝에 재개장하며 정상탈환을 선언하자 롯데는 이에 맞서 백화점 본점과 호텔, 영플라자, 명품관 에비뉴엘로 구성된 거대한 ‘롯데타운’으로 맞서고 있는 것. 두 백화점의 변화를 주도한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 롯데 장선윤 이사의 이력과 업무 스타일, 활약상 등을 알아보았다.
‘백화점 1위’ 전쟁 나선 재벌 3세 경영인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  VS 롯데 장선윤 이사

‘세계에내놓아도 손색없는 품격 있는 월드 클래스 백화점’을 표방한 서울 충무로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이 2년8개월여의 공사 끝에 지난 8월10일 재개관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명품관 에비뉴엘을 개장한 롯데백화점과 앞으로 백화점업계 1위 자리를 놓고 다시 한번 치열한 전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현재 백화점 본점과 롯데호텔, 롯데영플라자, 에비뉴엘을 하나로 엮은 ‘롯데타운’을 조성해 신세계의 도전을 뿌리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는 신세계 재개장 이틀 전인 8월8일 ‘롯데타운’ 완공을 선언했다.
두 백화점의 경쟁은 양쪽의 오너들과 연결돼 더욱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62)과 롯데 신영자 부사장(63)이 이화여대 동문인 것. 게다가 이 회장의 아들 정용진 부사장(37)과 신 회장의 딸 장선윤 이사(34)가 양 백화점의 리모델링을 주도해 ‘재벌 3세’ 간의 경쟁구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전쟁’을 먼저 선포한 것은 신세계 이 회장이었다. 본점 신관이 문을 여는 올해를 유통명가의 명성을 되찾는 ‘재도약 원년’으로 선언한 그는 평생 처음으로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서는가 하면 그룹 사보를 통해 부친인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회고하며 직원들에게 적극적인 사고를 주문했다.
이 회장은 그룹의 오너지만 경영은 구학서 사장 등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전면에 나서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경영과 전혀 무관하게 지낸 것은 아니다. 신세계그룹의 부흥을 가져온 이마트를 제안하고 이마트 중국 진출, 본점 재개발 사업, 지방에 새 백화점 건설, 명품 브랜드 유치 등을 제안하며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다.

본점 신관 재개관과 관련해서도 그는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본점 신관 공사 기간 동안 아들 정용진 부사장과 함께 미국의 삭스5번가와 영국의 해로즈, 일본의 미쓰코시 등 세계 유명백화점을 찾아 벤치마킹할 점을 찾는가 하면 지난 3월 말 경쟁사인 롯데의 명품관 에비뉴엘이 오픈하자 두 차례나 방문해 3~4시간씩 매장을 꼼꼼히 둘러보며 철저히 분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관의 매장구성을 짤 때도 이 회장의 조언은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의 제안으로 기존 백화점에서 볼 수 있던 할인제품 판매대가 사라지고 고객들의 쇼핑 공간이 훨씬 넓어졌다. 층층마다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한 숍에서 비교해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된 편집매장이 들어서고, 남성매장 옆에 국내 최초로 남성들이 손톱솔질과 마사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전용 라운지가 들어선 것도 오랫동안 세계 유명 백화점을 돌아보며 연구 분석한 그의 식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게 신세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회장은 8월10일 열린 재개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남편 정재은 명예회장(66)과 미국으로 여름휴가를 떠난 것.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그동안 매장 오픈 행사에 한번도 참석한 적이 없었다. 지난 2001년 강남점 오픈 때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공식행사에 나서지 않는 관행을 이번에도 고수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을 대신해 이날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이는 정용진 부사장. 훤칠한 키에 흰색 줄무늬가 들어간 청색 정장차림의 그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처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 내내 신세계백화점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감추지 않은 그는 특히 “저보다도 어머니(이명희 회장)께서 무척 만족하셨다”고 이명희 회장의 소감까지 대신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식품과 패션 분야에 조예 깊은 정용진 부사장
‘백화점 1위’ 전쟁 나선 재벌 3세 경영인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  VS 롯데 장선윤 이사

지난 8월10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재개관식에 참석해 테이프 커팅을 하는 정용진 부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


“신세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본점 신관을 오픈하게 돼서 기쁩니다. 세계적인 백화점의 장점들을 접목시켰는데,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습니다. 특히 역점을 뒀던 식품관이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는 또한 “솔직히 본점이 경쟁점에 비해 규모나 브랜드 수에서 열세인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경쟁사의 견제가 심하지만 앞으로 잘 해나갈 것이다. 편집매장과 서비스로 이를 극복하고 경쟁업체를 압도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남점도 초기에는 경쟁사의 견제로 입점 브랜드 수가 적었지만 지금은 꽉 찼고, 강남 1위 백화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본점도 그렇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이어 그는 “본점 신관이 오픈했지만 신세계 본점이 완전히 오픈한 것은 아니다. 고객들의 의견과 성향을 연구해 구관을 ‘고객 눈높이’에 맞춰 재단장할 예정이다. 내년 6월경 구관 리모델링이 끝나면 신관과 구관이 조화를 이룬 신세계 본점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날 것”이라며 “늘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경영을 펼치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명희 회장의 1남1녀 중 맏이인 정 부사장은 서울대 서양사학과 1학년에 재학중이던 87년 미국으로 건너가 인디애나주립대를 거쳐 94년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이사대우로 입사, 2000년 경영지원실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95년 탤런트 고현정과 결혼, 아들 해찬군(7)과 딸 해인양(5)을 두었는데 결혼 8년6개월만인 2003년 11월 이혼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는 현재 월·수·목요일은 충무로 신세계 본사로, 화·금요일은 응암동 이마트 본사로 번갈아 출근하며 그룹 전반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특히 점장회의 등 각종 회의에 참석, 업무 보고를 받는데 조용히 듣기만 하고 거의 발언은 하지 않지만 지나가면서 던지는 질문이 날카롭다는 후문이다.
그는 식품과 패션분야에 조예가 깊어 이마트 매장을 둘러 볼 때도 식품의 신선도, 진열방식 등을 꼼꼼히 챙긴다고 한다. 즉석 조리상품 코너를 지나치다 “소스가 안 맞는다”거나 “외국에는 이런 상품도 있는데 한번 도입해 보라”는 제안도 심심찮게 한다고. 또한 명품잡지에 등장하는 모델이 입고 있는 옷들이 어느 제품인지 다 꿰고 있어 담당자들을 놀라게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후계자라고 무조건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추진하고 싶은 사업 아이템에 대해서도 강하게 밀어붙이는 법 없이 경영진에게 “검토해 주십시오”라는 수준에서 이야기하는 정도라고.
무엇보다 조직의 결정을 존중하는 게 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 90년대 후반 벤처 열풍이 일 당시 그 역시 인터넷뱅킹사업을 무척 하고 싶어 했지만 회사 측에서 “유통업체로서 바람직한 사업은 아니다”는 결론을 내리자 순순히 뜻을 접었다고. 덕분에 당시 재계 2,3세들이 앞다퉈 정보기술(IT) 관련 벤처사업에 뛰어들었다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았지만 그만은 예외였다고 한다.
현재 정 부사장에 대한 최대 관심사는 그가 이 회장처럼 오너 역할에 머물지 아니면 CEO를 맡을지 여부. 아직 후계구도가 가시화 될 때가 아니라 가능성은 양쪽 모두 열려있다.
한편, 인터넷경제전문사이트 ‘에퀴터블’이 지난 1월 말 발표한 주식부자 리스트에 따르면 정 부사장은 약 3천억원의 주식재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30대 기업인 중에서는 사촌지간인 삼성 이재용 상무에 이어 두 번째 부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1위’ 전쟁 나선 재벌 3세 경영인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  VS 롯데 장선윤 이사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왼쪽)과 에비뉴엘(오른쪽)은 모두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본점 신관 재개장’ vs ‘명품관 에비뉴엘 개관’ 맞대결
신세계의 공세에 맞서는 롯데백화점 신영자 부사장은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회장의 장녀이자, 고명딸이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아버지 이병철 선대회장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것처럼 신 부사장 역시 신격호 회장의 각별한 사랑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선윤 이사는 신 부사장의 1남3녀중 차녀로 신 회장에게는 외손녀가 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들은 명품관 에비뉴엘 개점과 롯데타운 구상이 신영자·장선윤 모녀의 작품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사업구상에서부터 진두지휘를 하며 열정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장 이사는 롯데그룹이 옛날 한일은행 본점 건물을 매입한 뒤 용도에 대해 고민할 때 그 자리에 명품관을 세우자고 제안한 당사자다. 그후 에비뉴엘의 기획단계에서부터 브랜드 입점, 개장 등 모든 업무에 직접 나섰다. 루이비통, 샤넬 등 세계적인 명품사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에비뉴엘에 1백여 개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신영자 부사장과 장선윤 이사 모녀는 옷 입는 스타일이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고 한다. 신 부사장은 멀리서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얼핏 봐도 그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원색이나 화려한 무늬가 프린트된 옷을 즐겨 입는다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의류 브랜드 중 하나는 ‘미쏘니’. 신 부사장은 옷차림뿐 아니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등도 화려한데 감각도 여느 젊은이들 못지않다는 것이 롯데 관계자들의 전언.
반면 장 이사는 심플하고, 정갈한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의상도 주로 검은색이나 파스텔톤을 즐겨 입고, 단정한 단발머리에 투명 메이크업을 즐긴다고.
하지만 성격만큼은 모녀가 닮았다고 한다. 장 이사가 백화점 경영 뛰어든 것은 어머니 신 부사장과 소위 ‘코드’가 맞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신 부사장은 전 남편인 장오식씨와의 사이에서 1남3녀를 뒀다. 큰딸 혜선, 둘째딸 선윤, 셋째딸 정안, 막내 아들 재영씨가 그들이다.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큰딸 혜선씨는 일체 그룹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둘째딸인 선윤씨와 셋째딸 정안씨(롯데백화점 잡화팀 팀장)가 롯데백화점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이번 에비뉴엘 개점으로 선윤씨가 신 부사장의 뒤를 이어 롯데백화점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장선윤 이사는 일처리 꼼꼼하고 성격 활달한 전형적인 ‘커리어우먼’
장 이사는 롯데가 3세 중에서는 유일하게 미국에서 대학을 마쳤다. 롯데가는 보통 일본에서 유학을 한다. 신씨 일가의 텃밭이 일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이사는 일찌감치 ‘외할아버지의 품’이 아닌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는 대학 졸업 직후인 97년 롯데그룹에 입사, 롯데면세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면세점에서 약 1년 동안 근무를 한 그는 이듬해인 98년 롯데쇼핑 상품본부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백화점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공식 업무는 바이어.
이때부터 서울과 해외 명품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을 오가며 명품에 대한 시각을 넓힌 그는 2003년 명품팀장으로 승진, ‘재벌그룹 외손녀’라는 타이틀을 떼고 당찬 ‘커리어우먼’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에 대해 “전형적인 커리어 우먼”이라고 말한다. 일 처리가 꼼꼼하고, 이른 출근과 늦은 야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 더구나 재벌 3세 여성 경영인으로는 드물게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성격이라고 한다. 롯데그룹의 관계자는 “합리적으로 일처리를 하는데다, 성격이 화통하고 털털한 편이어서 직원들이 오히려 놀랄 정도”라고 말한다.

그에게 2005년은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듯하다. 지난 2월 임원으로 승진해 백화점업계에서는 유일한 여성 재벌 3세 임원이 된 데 이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프로젝트인 에비뉴엘을 완성시켰기 때문이다.
명품관 에비뉴엘 벽면에는 박물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 곳곳에 걸려있다. 또한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이 흘러나온다. 초특급 호텔과 고풍스러운 박물관, 외국의 널찍한 백화점을 한 데 엮은 듯한 모습이다. 지난해 한국을 왔을 때 에비뉴엘 공사현장을 방문한 루이비통의 최고경영자인 이브 카세 사장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매장”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장 이사가 에비뉴엘을 오픈하면서 주안점을 둔 것은 바로 ‘역사’ 와 ‘미술’, 그리고 ‘녹색’이라고 한다. 백화점 9층에는 대규모의 미술관이 있고, 각 층마다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녹색의 정원들이 마련돼 있는 것. 백화점을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터가 아니라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싶어 하는 장 이사의 소신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매달 새로운 조각, 설치미술 등 각종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장 이사는 당초 에비뉴엘 개관 후 유학을 갈 계획이었으나 에비뉴엘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머물기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백화점업계의 선두 경쟁은 과거 신세계 이명희 회장과 롯데 신영자 부사장의 동문 싸움에서 ‘재벌 3세’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아들과 딸의 경쟁으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여성동아 2005년 9월 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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