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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여름방학! 독서습관 키우기

‘독서 영재’ 푸름이네 가족 독서지도 생생 체험

“형제끼리도 독서습관 달라 아이의 관심 분야와 독서 스타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기획·구미화 기자 / 글·김미희‘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2005. 08. 09

중학교 2학년인 최푸름군은 29개월 때 한글을 깨치고, 다섯 살 때부터 속독을 하기 시작한 독서 영재다. 요즘도 하루 40권의 책을 읽고, 자연과학 서적 감수까지 하는 최군과 그 부모를 만나 독서습관 키우는 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독서 영재’ 푸름이네 가족 독서지도 생생 체험

최푸름군(14)은 워낙 박학다식해서 친구들로부터 ‘인터넷 지식 검색보다 빠르고 정확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생후 29개월 때 한글을 떼고 책 읽는 것을 노는 것보다 더 좋아했다는 최군은 다섯 살 때 속독을 시작해 여섯 살에 영재 판정을 받았다. 사방이 6천여 권의 책으로 둘러싸인 집에 사는 최군이 현재까지 읽은 책은 무려 2만 권에 이른다.
“책 읽기가 생활화됐어요. 제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네 가지가 있는데, 바로 의(衣)식(食)주(住)서(書)예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밥을 먹지 않은 것처럼 견디기 힘들어요.”
최군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자신의 재능을 키워가는 것을 지켜보는 아버지 최희수씨(42)는 이 행복을 다른 많은 부모들도 맛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2001년 독서 영재교육 사이트 ‘푸름이닷컴(www. prumi.com)’을 열었다. 또 최군을 키우며 깨닫게 된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담아 ‘푸름이 이렇게 영재로 키웠다’ ‘아빠와 함께 책을’ ‘배려 깊은 사랑이 영재를 만든다’ 등 여러 권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푸름이를 키우면서 교육의 근본은 아이를 향한 배려 깊은 사랑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맹목적인 사랑과는 차이가 있어요. 아이가 혼자 숟가락질을 할 때 주위가 지저분해진다고 떠먹여주면 아이는 독립심을 잃게 되죠. 자기 삶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해요.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가진 내부의 힘을 끌어내 강화시켜주는 겁니다. 아이의 지성은 외부에서 지식을 쓸어 넣어준다고 해서 자라는 게 아니더라고요. 배려 깊은 사랑으로 아이가 지닌 능력을 발휘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최군의 어머니 신영일씨(40)라고 해서 특별한 육아법이 있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아이 키우는 것을 자신없어 했다고 한다. 신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탁구를 치기 시작해 줄곧 선수 생활을 했고 결혼 전까지 코치로 일했다. 그래서 탁구를 가르칠 순 있어도 아이의 지성을 키우는 데는 보탬이 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는 것. 남편 최씨가 서울대 조경학과와 환경대학원을 나왔지만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엄마이기 때문에 적잖이 염려가 되었다고.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남편과 함께 육아서적을 읽고, 수시로 아이와 대화하는 연습을 해두었다고 한다.

생후 백일 무렵 교외로 이사해 자연과 친숙하게 하고, 생후 17개월부터 책 읽어줘

최씨 부부는 최군이 생후 백일이 됐을 즈음 ‘자연보다 좋은 스승은 없다’는 생각에 최씨의 고향인 경기도 파주로 이사를 했다. 아이를 강가에 데리고 나가 물고기를 잡으며 놀고 물고기 이름도 함께 외웠다고 한다. 산에 꽃이 피면 꽃을 보러 가고 책에서 꽃 이름을 찾아 일러주었다고. 자연에는 나무, 풀, 곤충 등 가르쳐야 할 것들이 넘쳐났고, 아이는 놀이처럼 사물을 배워갔다고 한다. 장난감 대신 책을 많이 사주었는데 최군은 입으로 빨고 물고 찢으면서 책과 친해졌다고.
“푸름이가 17개월 됐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줬어요. 밤 12시에라도 아이가 책을 읽어달라고 하면 새벽 2시가 다 되도록 읽어줬죠. 아이가 책에 집중하느라 잠을 안 자면 푸름이 엄마가 제 뒤를 이어 새벽 6시까지 읽어주곤 했고요. 그때 푸름이는 밤낮이 바뀌어 있었거든요.”

‘독서 영재’ 푸름이네 가족 독서지도 생생 체험

부부는 책이 부모와 아이의 대화를 위한 좋은 매개체가 된다고 말한다. 아이와의 일상적인 대화는 몇 가지 단어들로 한정되기 마련이지만 책은 정교하고 다양한 언어 표현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에 아이의 언어 능력을 발달시키는 자극제가 된다는 것. 그래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는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언어로 대화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부부는 책을 읽어줄 때마다 제목을 손으로 짚으면서 읽어 아이가 글씨에 친숙해지도록 했는데 책 한 권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주다 보니 최군이 생후 29개월 됐을 무렵 완전히 한글을 깨쳤다고 한다. 그 후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혼자서 엄청난 양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다섯 살 때부터는 속독까지 가능해졌다고 한다.
“푸름이가 책을 술술 넘기기에 제대로 읽고 있는 건지 궁금해서 내용을 물어봤어요. 그런데 다 이해하고 있는 거예요. 제가 두 줄 읽을 때 푸름이는 벌써 페이지를 넘길 정도였죠. 전문 기관에 의뢰해서 지능검사를 해봤더니 상위 0.5% 안에 들고 특히 언어 지능은 최우수 수준인 0.1%에 속하는 영재라고 하더군요. 책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굉장하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부부는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다. 유치원에 보낼 시간과 돈을 책 구입에 투자했다. 하루 종일 꼼짝 않고 책을 읽고, 코피가 터져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최군에게 책을 사주는 데 드는 비용이 한 달에 15만원이 훌쩍 넘었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책을 다 사주는 것이 부담스러워지자 부부는 아이를 서점에 데려가 마음껏 책을 읽게 했다.
그러나 최씨 부부는 “아이들은 책을 반복해서 읽고, 책 한 권의 지식을 흡수하는 데 때로는 1~2년이 걸리기도 하므로 읽고 싶어 하는 책은 되도록 사주는 게 좋다”고 말한다. 최푸름군의 동생 초록군(12)만 해도 형이 읽은 책을 물려받기만 했는데 새 책이 생기니까 읽고 또 읽고, 잠잘 때마저 품에 안고 자더라는 것. 그 모습을 보면서 최씨 부부는 어릴 때는 책을 소유하게 만드는 게 더 교육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최씨는 책을 사줄 때 먼저 아이의 관심 분야를 파악한 뒤 영역을 점점 넓혀가는 방법을 썼다. 아이가 개구리에 관심을 보이면 먼저 개구리의 종류가 나와 있는 책을 사고, 다음에는 양서류에 대한 책을 사고, 그 다음은 동물 전반에 관한 책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그렇게 방향을 정해서 책을 구입하면 단행본을 구입해도 나중에는 특정 분야의 전집이 생기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최군은 어릴 때부터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그 분야에 관한 전집만 10질 넘게 갖고 있다고 한다.
최군이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읽은 책은 무려 2천여 권. 여러 번 반복해 읽은 것까지 따지면 1만 권 이상의 책을 읽은 셈이다. 어린 시절 어린이백과, 창작동화, 과학동화 등을 주로 읽던 최군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만화책도 읽기 시작했는데 부부는 최군이 만화책을 다 읽고 나면 꼭 그와 같은 내용의 책을 읽게 했다고 한다.

한 달 책 구입비 30만원, 시험공부하다가도 관심거리 발견하면 책에 파고들어



최씨 부부의 독서 지도법은 최대한 아이의 관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아이들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부모의 욕심에 따라 이리저리 몰아붙이거나 다른 아이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부부는 남들이 하는 것이 아닌 내 아이만의 교육법을 찾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푸름이와 초록이는 형제여도 책 읽는 스타일이 아주 달라요. 푸름이는 방대한 양의 책을 쉬지 않고 읽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멈춰요. 제가 아무리 재미있고 쉬운 책으로 자극을 해도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요. 불안하고 답답하지만 그냥 기다리죠.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해요. 반면 초록이는 책을 꾸준히 읽는 편이에요. 그런 점에서 부모가 아이의 특성을 알고 기다려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영재를 만들겠다고 극성을 부리고 욕심내봤자 아이에게 해만 끼치게 되죠.”

‘독서 영재’ 푸름이네 가족 독서지도 생생 체험

책을 통해 얻은 행복을 널리 전파하는 것이 자신들의 사명이라고 말하는 푸름이네 가족.


부부는 아이들 영어교육도 조바심 내지 않고 기다렸다고 한다. 영어에 자신이 없는 신씨는 아이들을 직접 가르칠 엄두를 못냈다. 그래서 최군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학습지와 카세트 테이프를 이용해 영어 공부하도록 했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이해가 빨라 안심이 되었다고 한다. 신씨는 “아이의 지능은 한 분야가 발달하면 다른 부분도 빠르게 향상돼 금세 수준이 맞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를 배운 뒤 최군은 두꺼운 원서와 미국대학 교과서까지 섭렵했다. 특히 자연과학 분야의 원서를 많이 읽었는데 장차 고생물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최군은 이미 자연과학 서적을 감수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요즘도 하루 40여 권의 책을 독파해 한 달 책 구입비만 3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이쯤 되자 최군의 학교 성적이 궁금해졌다. 전교 1등은 따 놓은 당상인 듯한데 한 번도 1등을 해본 적이 없다고. 지금까지 최고 좋은 성적은 전교 5등. “외우고 베끼는 공부가 체질에 안 맞을 뿐 아니라 시험공부를 하다가도 관심거리를 발견하면 논문을 써도 될 만큼 깊이 파고들기 때문에 시험 점수가 좋지 않다”는 게 최군 부모의 설명이다.
“아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해낼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에 별로 성적에 연연하지 않아요. 오히려 아이의 감성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하죠. 지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뤄야 올바른 인격이 형성되니까요. 지성을 키워주는 건 언어와 책이고, 감성을 발달시키는 건 칭찬과 놀이와 스킨십이에요. 지성과 감성을 조화시키는 무대는 자연이고요. 저희 부부는 푸름이가 어릴 때부터 잘하는 일이 있으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또 함께 목욕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고 강가에 나가 낚시를 가르치면서 함께 놀았죠. 요즘은 온 가족이 수영과 탁구를 하고, 무술도 배우고 있어요.”
최군의 부모는 최군이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 당당하게 살면서 인류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책을 통해 얻은 행복을 널리 전파하는 것이 다음 세대를 위한 자신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클 때까지 부모가 모든 것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이는 금세 부모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버리죠. 푸름이만 해도 다섯 살 때 이미 제 지식 수준을 능가했으니까요. 아이를 키우는 건 자전거 타기를 가르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는 뒤에서 붙잡아줘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턴 손을 놓고 혼자 타게 해줘야 하잖아요. 부모 다음으로는 책이 좋은 스승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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